
감염 기생충 나와 위생 불량
[일요서울ㅣ이광수 기자]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에 대한 밀렵·밀거래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방법도 지능화 되고 있다. 독극물을 이용한 밀렵, 차량으로 야생동물을 치어서 잡는 ‘차치기’ 밀렵을 비롯해 최근에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총 대신 창을 이용한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밀렵꾼들은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등산객, 농부 등으로 위장하고 산림 곳곳에 올무를 놓아 야생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밀렵이 벌어지는 주원인은 ‘보신’이다. 야생동물의 진액이 정력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실종된 시민의식에 행정당국의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활개를 치고 있는 밀렵·밀거래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밀렵시장은 연간 15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사회에서 은밀히 존재하는 밀렵시장을 통해 야생동물들이 거래되어 처참하게 도살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단지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 사람들의 보신음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생동물을 잡는 행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는 수렵과 밀렵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수렵과 밀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거래와 절도로 구별할 수 있다. 수렵과 밀렵 모두가 야생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수렵은 잡은 것 보다 더 많은 보상이 뒤따르고 오히려 더 많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상거래와 유사하다. 하지만 밀렵은 단지 고갈만을 부추기다가 급기야 보호할 대상까지 멸종시키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행위다.
농부, 등산객 위장해 올무설치
점차적으로 생계형 밀렵꾼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밀렵이 지능화 되고 있다. 밀렵감시단으로 위장한 밀렵꾼이 적발되고 단속이 힘든 밤 시간 대를 이용해 개사냥이 증가하고 있다. 또 일련번호를 지운 불법총기, 조준경과 소음기까지 장착한 총기 등이 발견되고 있다.
개사냥은 주로 산림지대 묘지 주위에서 훈련된 개 한 마리에 손전등을 휴대한 전문밀렵꾼 2~3개팀이 공동작업을 하거나 야간에 탐조등을 비추면 정지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이용해 개를 차에 실고 다니며 밀렵하는 방식이다.

밀렵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올무인데 야생동물이 올무에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목이 반이나 잘린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에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야생동물을 노린 올무는 나뭇가지로 교묘하게 위장돼 있는데다 인적이 드문 곳이 설치돼 있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밀렵은 줄은 게 아니라 더 늘어났다. 방법도 지능화 돼 농사짓는 사람, 등산객으로 위장해서 올무를 설치하거나 독극물로 잡는다”고 말했다. 급속한 도시화로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밀렵꾼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는 “동물이 자주 이동하는 산길에 차량이 잠복하거나 서행하면서 동물이 출현하면 차량으로 치어서 잡는 ‘차치기’밀렵도 성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이건 멸종위기 동물이건 가리지 않는 밀렵. 이와 같은 밀렵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판로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밀거래 시장규모는 연간 1500억 원이나 된다. 또 중국에서 들어오는 동물 가격은 우리나라 거래가의 50분의 1로 밀수업자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 야생동물은 마약조직 같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유통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자 소비자에 필요한 만큼만 잡는 주문생산도 느는 추세이다.
총 대신 창 이용 5만 원에 거래
지역 수렵단체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신종 특수장비인 ‘스프링 올무’를 통한 싹쓸이 밀렵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물들의 이동통로에 설치되는 이 장비는 밟는 순간 스프링장치가 튀어올라 동물의 발목을 옥죄는 등 성공률이 100%에 달해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개당 5만 원 씩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나 관계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야생동물 사냥도 적발될 가능성이 많은 사냥총 대신 ‘창’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총 대신 나무막대기에 칼을 꽂아 동물을 잔인하게 사냥하는 방식이다.
한 수렵단체 관계자는 “하동 등지의 야산에서 수십개의 스프링올무를 설치해 순식간에 수십마리 야생동물을 포획, 사체를 해체한 뒤 트럭으로 싣고 떠나는 사례가 많다”며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대대적인 단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밀렵된 야생동물 거래도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종인 오소리의 경우 기름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리당 1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야생동물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밀렵행위도 해마다 늘고 있다”며 “당국이 여러 민간단체들과 합동으로 감시활동과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발기에 별다른 작용 안해
야생동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과연 사람들 건강에 얼마나 좋을까. 한국식품개발 연구원에서 오소리, 구렁이, 고라니의 영양소를 분석한 결과 영양학적으로 돼지나 닭 보다 못하다고 밝혔다.
한국성기능연구소도 야생동물 진액이 남성의 발기에 미치는 실험을 하였으나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불법 포획한 야생동물은 밀거래되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불량하고 사람에게 전염성 높은 심각한 질병이 가축보다 몇 배나 더 많다고 한다.
종 복원센터에 따르면 지리산에서 수집한 야생동물 배설물을 분석했더니 90%에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치명적인 기생충이 나왔다. 이런 기생충에 감염된 야생동물을 먹으면 사람의 간, 비장 등에 기생충이 들어와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고 심지어 뇌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야생동물이 몸보신이나 정력증진에 좋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무차별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이를 예방하고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