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CJ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5월 21일 CJ그룹 지주사의 전략지원실을 압수수색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내역을 확보하고 수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월 28일 검찰에서는 CJ가 후원한 여야 정치인 16명의 명단을 확보해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는지 여부와 후원금이 CJ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명의 의원 중 13명은 대구 경북지역의 새누리당 의원이었고, 3명은 민주당의 중진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6월 5일 [일요서울]은 CJ 후원금 수수명단에 들어있는 여야 의원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후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를 알아봤다.

CJ후원금 명단 “재선 이상 의원 노린 가공된 것”
“사실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 반발도
CJ측은 정치인 후원금의 경우 CJ 본사나 경영연구소 소속 회사원 명의로 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은 지금까지 기업, 이익단체가 개인 명의로 한꺼번에 의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것을 금지해 왔다. 1인당 후원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금액은 500만 원으로, 이번 CJ발 비자금이 후원금 쪼개기 수법으로 돈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불법 후원금인지 여부와 후원금의 출처가 비자금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미 CJ후원금을 받은 정치인 명단과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일부 정치인 이름도 돌고 있다.
“후원명단 확인 중”
VS “금시초문”
특히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에 임명된 김재원 의원(경북·군위군의성군청송군)이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실패한 후 CJ그룹 부사장급 법률고문을 2년 간 맡아 소송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재원 의원과 CJ그룹과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재원 의원이 CJ그룹 법률고문을 맡은 시기가 검찰이 CJ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착수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고, 당시 검찰은 이번 CJ비자금 의혹사건의 단초가 된 CJ그룹 이모 재무팀장의 살인 교사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차명계좌 추적에 나섰다. 2009년 초 김 의원은 대검 중수부가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을 수사하면서 이재현 회장을 참고인 조사했을 때 상임법률고문이었다. 때문에 검찰은 CJ그룹과 김재원 의원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의원들도 검찰의 CJ 비자금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특히 CJ 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 검찰이 입수한 정치후원금 수수명단에 자신들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16명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검찰이 입수한 정치후원금 리스트에 올라온 새누리당 소속 A의원(경북)실에 후원금 수수 사실여부를 묻자 “2000~3000명의 후원은 보통 개인 이름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모두 기억할 수 없다. 고액의 후원금이 들어올 때는 확인을 하는데, CJ 관련된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왜 우리 의원 이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르게 자기들이 넣었으면 모르겠지만 모든 후원인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후원은 어찌됐든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는 합법적인 것이지 않나. 후원금이 들어오면 명단 누락 없이 선관위에 신고하는 정도지 예민하게 볼 필요 없어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후원회에 누군가 불법적인 금액을 넣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반환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B의원(경북) 관계자 또한 CJ발 후원금 수수 여부에 대해 “매일 후원금을 일일이 확인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후원 계좌를 통해 CJ의 후원금이 들어왔는지 여부는 확인 전이다. 2008년부터 후원 된 자료를 뽑아봐야 하는데 그 작업을 지금 할 수 없다”며 “CJ 후원 여부는 확인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후원금을 계좌로 넣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막을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모르겠다”며 “의원께선 특별히 CJ측과 연관성이 없다. 불법 후원 사실이 밝혀지면 분명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중진 C의원(경북) 측은 “우리 의원 뿐 아니라 다른 경북 의원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후원금은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조직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명단에 우리 의원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안그래도 의원께 CJ측과의 친분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전혀 그쪽(CJ)과 교분이 있거나 거래가 없다. 정치인과 그쪽이 거래할 일이 뭐가 있겠나”라며 “대응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될 만한 정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니까 언론 매체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중진 D의원(대구)의 보좌진은 “내가 직접 일정과 후원회를 관리하는데, 우리가 아는 바로는 CJ 관계자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고, 보도용으로 충분치 않는데 시간에 쫓겨 기사를 썼다고 하더라. 만약 CJ에 관계된 인물이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냈는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냈다면 모를까, 데이터를 검토해 본 결과 CJ 관계자는 없었다”며 “리스트를 보니 대구 경북지역 의원이 대부분이고, 3선 이상 의원은 몇 명 안 되더라. 대부분 초선, 재선 의원인데 그분들은 당시 후원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때문에 언론 보도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내가 아는 바로는 CJ쪽과 우린 관계가 없고, 별로 안 친하다”고 강조했다.

CJ 이재현 회장과
‘거리두기’
새누리당 중진 E의원(대구)의 보좌진은 후원금 수수 여부를 묻자마자 “우리 의원은 받은 것 없다”며 “이번 공개된 명단은 재선 이상 의원들만 노린 가공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 의원이 들어간 것도 재선 이상 의원이라 집어넣은 걸로 보인다”며 “CJ측과의 친분이 없다. 불법 후원금 수수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F의원(경북)의 보좌진도 “보내는 사람이 불법 자금이라고 말하고 보내는 것도 아니고, 계좌 이체로 들어오는 돈이 코 묻은 돈인지 X 묻은 돈인지 알 수 없지 않은가. 확인을 해봐야 한다. 이번 사태는 불법 자금이라는 전제하에 취재가 진행되면 안 된다”라며 “대구 경북 13명이나 나왔다는데 왜 우리의원 이름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말하지만 CJ측 사람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F의원 측은 “내부적으로 확인할 이유가 없다. 후원금을 받았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를 불법이라고 한다면 명예 훼손이다. 아직까지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단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중진 G의원(경북)실 관계자 또한 CJ발 후원금 수수 여부에 대해 “전혀 관계없다. 7년 간의 후원 자료를 다 확인 한 결과 CJ 측 후원금은 10원도 없는데 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나도 그 명단을 봤는데, 우리 의원이 포함되어 있는 바람에 신뢰를 할 수가 없다. 아예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매년 후원금이 들어오는 곳이 똑같다. 전혀 사실 무근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계속된다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생각”이라며 “받았으면 받았다고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무위와 같이 관련된 상임위라면 후원을 하는데, CJ와 연관된 상임위를 한 적도 없다. 관계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후원을 하진 않을 것 아닌가. 명단에 있는 의원의 보좌관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후원금은 선관위에 보고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만약 후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영수증을 발행했으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고, 어쨌든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중진 H의원(경북)은 “CJ발 후원금 명단에 내가 올라가 있는 것은 실세이기 때문에 올라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고, I의원(대구)은 “불법성이건 합법성이건 CJ 후원금을 받은 적 없다”고 전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북지역 J의원, 중진 K의원, L의원, 민주당의 중진 M의원(전남)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번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성명을 발표하고 검찰의 면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달 28일 “비자금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이 대구 경북지역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13명을 후원한 것은 CJ와 해당 국회의원들이 특혜와 관련되어 후원금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자초한 일”이라며 “검찰은 후원 배경과 자금의 출처, 불법성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반짝인터뷰]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 “충청도에선 안철수 신당 영향 못 줘”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청주 상당)은 15대, 16대 재선 의원(충북 진천·음성)을 거쳐 2006년 4대 지방선거에서 충청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4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홍재형 의원을 물리치고 8년 만에 3선에 당선되어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