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B국민카드가 최기의 사장의 야심작인 혜담카드 후속작으로 혜담2카드를 출시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앞서 혜담1은 역마진 논쟁에 휘말릴 만큼 큰 혜택을 제공했으나 두 달 만에 얼굴을 바꿔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서비스를 대폭 축소한 혜담1보다도 한참 모자란 혜택의 혜담2를 시리즈로 내놓은 데 대한 고객 불만은 KB카드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형의 이름에 먹칠하며 나타난 아우에게 실망
타사 카드 베꼈는데도 더 적은 혜택에 난감
그동안 KB카드는 일명 ‘굴비카드’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왔지만 분사 이후부터는 ‘원카드’로 전략을 선회한 상태다. 굴비카드란 카드 한 장을 쓰면 다른 카드의 혜택이 줄줄이 엮이는 카드조합이고, 원카드는 지갑 속에 한 장의 카드만 있어도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대표카드다. 최근에 와서는 KB카드가 굴비카드의 끈을 하나씩 끊어나가면서 원카드를 밀고 있지만 정작 출시된 원카드는 혜담2와 같이 실망스러운 상품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혜담2는 전작인 혜담1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것도 아니면서 같은 시리즈로 출시돼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설령 혜택이 줄었더라도 독자적인 부분이 있다면 출시된 이유가 납득됐겠지만 그마저도 아니다. 혜담2는 현대카드 제로나 삼성카드4의 판박이로 비쳐지는 데다가 전체적으로는 더 적은 할인율로 구성돼 있다. 아직 배타적 사용권이 없는 카드업계인 만큼 또 다시 베끼기가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현대카드 제로의 경우 전 가맹점 0.7% 청구할인, 음식점ㆍ커피전문점ㆍ대형마트ㆍ편의점ㆍ대중교통 등 생활필수영역에서는 0.5% 추가할인, 선결제 0.3% 추가할인이 이뤄지며 전월실적 기준은 없다. 삼성카드4 역시 전 가맹점 0.7% 청구할인, 10만 원 이상 결제 시 1% 청구할인이 이뤄지고 전월실적 기준도 없다. 이 두 카드가 연이어 출시됐을 때에도 현대카드는 삼성카드를 상대로 자사 상품을 모방했다며 독자성 언쟁을 벌인 바 있다.
혜담2를 살펴보면 유사한 논쟁이 점화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혜담2의 경우 전 가맹점 0.8% 청구할인이 혜택의 전부이며 월 30만 원의 전월실적 기준까지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30만 원을 사용하면 2400원을 할인받는 것에 그치는데 이는 지난달에 30만 원 이상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마저도 무이자 할부 이용금액과 해외 사용금액은 청구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에 출시된 타사 카드들의 경우 월 사용액 30만 원을 기준으로 특정영역 통합할인한도가 5000원에서 1만 원까지 제공되는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즉 주로 사용하는 영역이 있다면 혜담2를 선택한 사용자는 타 카드 사용자들에 비해 4분의 1가량의 혜택만 보는 셈이다.
이로 인해 원래 ‘혜택을 골라 담는다’는 뜻으로 지어진 혜담카드의 이름을 ‘혜택을 골라 덜어낸다’는 뜻의 ‘혜덜’로 바꾸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기존 혜담1 사용자들조차 “혜담2 출시는 혜담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라며 “같은 시리즈로 나올 만한 카드가 아니다”라고 불평했다.
이름값 못 하는 혜담2, 말바꾸기의 달인 혜담1
원조인 혜담1은 지난해 3월 KB카드 분사 1주년 기념으로 출시돼 파격적인 혜택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며 단시간에 발급수를 크게 늘렸다. 혜담1은 최대 12가지의 혜택을 한 장에 모을 수 있는 카드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고른 후 선택한 만큼 연회비를 부담하는 것이 특징이다.
혜담1은 혜담2보다 혜택이 훨씬 다양했음에도 다른 이유로 홍역을 치뤘다. KB카드는 혜담1 출시 2개월 만인 같은 해 5월 서비스 선택 범위를 슬그머니 줄였다. 이용자들의 서비스 선택 개수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KB카드를 압박하고 나섰다. 신상품 출시 1년 내에 상품 서비스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감독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결국 KB카드는 다시 1개월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6월 서비스 선택 범위를 원상 복구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혜담카드를 기획한 담당 부장은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났다는 후문이 돌 정도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서비스 축소 시기를 기다린 KB카드는 3개월이 지난 같은 해 9월 금융당국의 카드 혜택 축소 권고를 빌미로 혜담1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사전고지했다. 기존에 없던 통합할인한도가 생기고 각 서비스 구간별 할인율이 줄어들면서 서비스 변경월인 지난 4월을 전후로 이용자들의 해지도 줄을 이었다. 계속해서 혜택을 뒤집는 KB카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소지한 모든 KB카드를 해지하는 이용자들도 다수 있었다.
한 KB카드 사용자는 “혜담1의 혜택 변경으로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고객을 잡으려 새로운 동생 혜담2를 선보였는데 알고 보니 형의 이름에 먹칠하며 나타난 아우격”이라며 “과거 굴비카드로 회원수를 불린 것은 잊은 듯 지속적으로 굴비카드에 대한 제한을 늘리는 것도 모자라 엉뚱한 카드 출시와 혜택 축소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혜담1의 해프닝으로 인한 배신감과 혜담2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KB카드의 시장점유율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현재 KB카드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순위는 업계 2위지만 언제 3위로 밀려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점유율 14.5%를 기록했던 KB카드는 올해 1분기 13.9%로 0.6%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3위인 삼성카드는 지난해 13.3%에서 같은 기간 13.7%로 0.4%포인트 늘었다. 겨우 0.2%포인트 차이를 두고 버티는 것이다.
특히 KB카드의 실적에는 체크카드가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NH농협카드가 22.5%로 KB카드의 21.1%를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2위로 밀려난 KB카드가 분사를 기점으로 전업계 카드사로 전환한 만큼 다시 체크카드 시장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크카드는 결제계좌 안에 있는 현금을 사용하므로 농협카드와 같은 은행계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눈초리로 인해 모든 카드사가 혜택을 축소하는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KB카드는 유독 그 몸살이 심했다”면서 “강자였던 체크카드 시장에서 밀린 KB카드가 신용카드 시장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 개발이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