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서민금융…구멍 뚫린 우산인가
말만 서민금융…구멍 뚫린 우산인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6-10 09:07
  • 승인 2013.06.10 09:07
  • 호수 997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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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소시민용 대출상품 들쭉날쭉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그때그때 달라요~” 서민들을 위해 출시된 대출상품들이 오히려 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바꿔드림론햇살론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들 사이의 잡음 때문이다. 현재 이 상품들은 각자의 기능이 겹쳐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도기준은 저마다 달라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중 바꿔드림론은 현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국민행복기금과도 일부 중복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등 서민금융정책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3종 셋트인 대환생계자금창업자금 대출 실효성은
국민행복기금과도 중복복잡한 제도에 혼란만 가중

서민금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대출상품은 목적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 긴급 생활비를 빌려주는 생계자금 대출, 저소득자의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자금 대출 등이다.

이 대환대출의 대표적인 상품인 바꿔드림론은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의 신용등급 6~10등급자나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의 서민을 대상으로 최고 3000만 원까지 연 8~12%의 이자율로 대출을 전환해준다. 바꿔드림론은 각 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접수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생계자금 대출은 취급기관에 따라 햇살론·새희망홀씨·희망드림 등으로 분류된다. 햇살론은 농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며 자격대상은 바꿔드림론과 동일하다. 대출금은 용도에 따라 생활비 등을 각각 1000~5000만 원 한도에서 연 8~11%의 이자율로 빌려준다.

또한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생활비 대출인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의 신용등급 5~10등급자나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서민을 대상으로 최고 2000만 원 한도에서 연 11~14% 이자율을 매겨 제공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희망드림이라는 이름으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의 임금체불 사업장 재직자에게 최고 700만 원까지 연이율 3%로 긴급 생활비를 수혈해준다.

창업자금 대출의 대표격인 미소금융은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자나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중 창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최고 1000만 원의 운영자금과 최고 5000만 원의 창업자금을 연 2.0~4.5%의 이자율로 제공한다. 햇살론에서도 운영자금과 창업자금을 각각 최고 2000~5000만 원까지 연이율 8~11%로 대출해준다.

이외에도 캠코의 두배로 희망대출, 신용회복위원회의 새희망힐링론·개인회생론 등은 기존 채무연체자 중 1~2년 이상 변제금 상환자나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각각 500~1000만 원 한도에서 연이율 3~4%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급조한 상품들의 운명은

문제는 바꿔드림론·햇살론·미소금융 등 대표상품들이 서로 충돌할 뿐 아니라 새로 출범한 국민행복기금과도 중복된다는 점이다. 햇살론은 바꿔드림론·미소금융에서 지원하는 부문을 가리지 않고 취급하며, 바꿔드림론은 국민행복기금과 겹치는 상황이다.

특히 햇살론의 경우 생활비 외에도 대환대출과 사업운영 및 창업자금을 모두 취급하다보니 지원창구마저 상품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기관마다 상이한 기준은 물론 실적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이용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햇살론을 취급하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중 일부 금융사는 불법 텔레마케팅까지 펼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도 지역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금의 95%까지 보전해주기 때문에 일단 판매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만연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표 상품들의 부실률과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서민금융 자체의 건전성까지 흔들리는 형국이다. 더불어 상품 가짓수만 늘어나면서 정작 서민들은 복잡한 기준 앞에 좌절했다는 지적이 쌓이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먼저 감사원은 시중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과정에 일부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올해 초부터 햇살론새희망홀씨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으며 곧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오는 연말까지 은행의 저신용자 신용평가 모형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 제2금융권에서 20~30%대 고금리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의 저신용차주 등급 자체를 세분화해 저신용자의 대출을 흡수하겠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햇살론은 생계자금으로 기능을 국한시키고 미소금융은 창업자금으로 기능을 한정해야 한다면서 바꿔드림론 역시 국민행복기금과 중복되는 부분을 조율하는 등 서민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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