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주식보유 힘들게 됐다
공직자 주식보유 힘들게 됐다
  • 김정욱 
  • 입력 2005-02-17 09:00
  • 승인 2005.0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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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주식백지신탁제’를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주식백지신탁제란 공직자가 소유한 주식이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경우 금융기관에 처분권한을 넘기는 제도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정몽준 의원, 주미대사 내정자인 홍석현 전중앙일보 회장 등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끌 전망이다. 주식백지신탁제의 도입으로 이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또 17대 의원 중 주식소유 ‘베스트10’의원들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정부와 여당이 도입하기로 한 주식백지신탁제는 17대 국회의원 및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1급 이상 공무원, 검찰청 및 경찰청 소속 2~3급 공무원 등이 적용대상이다.

상당한 양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정몽준 의원, 홍석현 전중앙일보 회장(주미대사 내정) 등은 주식백지신탁제도의 도입으로 그들이 소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신탁을 원하지 않을 경우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진 장관은 삼성전자의 주식 9,194주를 갖고 있다. 이 주식은 진 장관이 장관 취임 전 삼성전자에 근무했을 때부터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의 주식은 40억원대다. 작년 초 진 장관은 이 주식을 금융기관에 명의신탁했다. 명의신탁은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금융기관이 대신 행사하도록 맡긴 것으로 백지신탁제도와는 다르다.

진 장관측은 “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되면 진 장관이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무소속의 정 의원은 재산공개 때마다 상위순위 1-2위를 다투곤 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 821만주를 갖고 있다. 지분율로는 10.8%이며 시가로는 3,600억원대다. 정 의원측은 “16대 국회 이후 통외통위와 교육위에서만 활동했으며 현대중공업 고문직도 2002년 9월에 사퇴해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주식백지신탁제가 도입되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정 의원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지신탁제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은 업무가 포괄적이어서 모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상임위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관계없이 직무관련성이 문제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현재 정 의원의 상임위가 교육위인 만큼 현대중공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홍 전회장은 중앙일보 주식 95만 7,000주를 갖고 있다. 지분율은 43.8%이며 액면가로 48억원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중앙일보 주식은 비상장주식이라 주식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홍 회장은 중앙일보 주식 외에도 5개 계열사 주식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되면 홍 전회장측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권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법의 취지를 살리고 권언유착을 막기 위해 홍 전회장이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외교관과 언론사 사주가 직접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이다.

다량의 주식을 보유했던 17대 의원들은 대부분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상장주를 가지고 있는 의원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비상장주가 주식백지신탁제도에 포함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지난 해 8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의원들의 주식보유 현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이 있는 주식을 소유한 의원들 중 ‘베스트10’은 김양수 의원(28억 9천만원), 심재엽 의원(11억 5천만원), 채수찬 의원(8억 9천만원), 이계안 의원(6억 7천만원), 문병호 의원(5억 1천만원), 안명옥 의원(4억 300만원), 김태환 의원(3억 1천만원), 최규성 의원(2억 3천만원), 김종인 의원(2억 2천만원), 이계경 의원(2억 1천만원) 등이다. 김양수 의원과 채수찬 의원이 소유한 주식은 비상장주다. 김 의원은 그가 창업주로 활동했던 A건설의 주식이 26억 정도 남아 있다.

김 의원 측은 “A건설의 주식은 비상장주로서 주식백지신탁제도 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채 의원 측은 “현재 소유한 주식 모두는 비상장주로 이중 96%가 미국시장의 주식이며 국내시장의 주식은 250만원 가량”이라고 밝혔다.문병호 의원은 제약회사인 B약품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문 의원 측은 “상임위가 보건복지위원회이기 때문에 제약회사의 주식은 업무와 관련이 있어 모두 매각했다”고 말했다.복건복지위가 상임위인 안명옥 의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건강과 관련이 있어 모두 처분했다. 안 의원 측은 “의원이 주식백지신탁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자신의 주식부터 처분했다”고 전했다.

김태환 의원 역시 소유한 주식이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와 관련돼 있어 모두 처분했다. 최규성 의원의 주식은 휴지조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이 소유했던 주식의 회사가 부도가 났지만 아직 법인이 정리되지 않아 명목상으로 주식만 가지고 있다.이계경 의원도 모든 주식을 매각하고 현재는 보유한 주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2월 말쯤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주식백지신탁제에 포함되는 고위직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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