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뒷담화] 기자와 싸우는 청와대 대변인
[여의도 뒷담화] 기자와 싸우는 청와대 대변인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6-03 11:03
  • 승인 2013.06.03 11:03
  • 호수 996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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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홍보는 없다? 언론사 데스크일 뿐…

김행-靑 기자, 오보 여부 놓고 취재원 공개 해프닝
출입기자 “청와대 상황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 단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사 데스크?’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어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고, 방미 중 성추문 사건으로 경질됐다. 이로 인해 김행 대변인 1인 체제로 당분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변인 역시 윤 전 대변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친철한 김행씨’에서‘싸움닭 김행씨’란 별명까지 붙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당초 ‘친절한 김행씨’로 불렸다. 청와대 기자들이 취재가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대신 내용을 확인해줬다.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이 강해질수록 취재진은 김 대변인에게 의존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이 문자로 취재를 부탁하면 곧바로 ‘네’라는 답이 왔다. 그 덕에 기자들은 그에게 ‘친절한 김행씨’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하지만 김 대변인도 민감한 정보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모르는 사안이 많았다. 윤 전 대변인이 모든 정보를 독점했고, 김 대변인으로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것도 컸다. 이 과정에서 윤창중-김행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대변인에 의존하는 빈도는 낮았다.

그러나 기자들의 울분을 샀던 윤 전 대변인이 성추문 사건으로 경질되면서 김 대변인 1인 체제로 당분간 유지되고 있다. 후임을 물색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김 대변인이 윤 전 대변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윤창중 성추문 사건’ 이후 윤 전 대변인의 상식 밖의 행동을 김 대변인이 대물림 받은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석에서 기자들의 기사내용을 두고 ‘오보다’, ‘그게 무슨 기사냐’는 식으로 훈계를 했다. 김 대변인 역시 이남기 전 홍보수석 기사를 게재한 기자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남기 기사 놓고 언쟁

발단은 이 전 수석의 사표를 박근혜 대통령이 수리했다는 보도였다. 보도가 나가던 날 저녁 김 대변인과 청와대 1진 출입기자들이 만찬 자리에서 이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김 대변인은 “A언론사 1진이 쓴 기사는 오보니 다른 언론들은 받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기사를 작성한 해당 기자는 “이게 뭐가 오보냐. 내가 다 확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기사가 서로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자 그 자리에서 ‘취재원을 밝히자’는 논쟁까지 이어졌다. 기자는 “안봉근 제2부속실장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고, 김 대변인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을 통해 사표 수리가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기자가 고민 끝에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관련 뉴스를 온라인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이러한 태도를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상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보가 나면 적극적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상대국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4개국 대사 임명 사실이 청와대 블로그에 올라온 해프닝에 박 대통령이 격노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수시로 청와대 지하벙커를 찾는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재벌 총수들을 불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등의 기사는 오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물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런 해명조차 믿을 수 없다며 “오보를 내면 청와대가 사실 확인을 해주니 제대로 사실 확인이 안 돼도 쓰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까지 한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출입기자는 “현재 청와대 조직의 문제 때문에 김 대변인이 신뢰를 잃었다”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김 대변인과 A언론사 기자와의 언쟁은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라 현재 청와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

한 기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변인이 먼저 출입기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설명하고 알려줘야 한다”면서도 “현재 청와대 조직이 참모, 측근 위주로 돌아가니 출입기자들이 대변인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출입기자는 “청와대 대변인조차 홍보수석이나 정무수석 등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대통령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오랫동안 기용해온 측근들에게 의존하면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단정 지었다.

이정현 홍보수석 임명 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정현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김 대변인, 이 전 수석 등 홍보라인 불통 스타일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생했던 출입기자들은 평소 소통이 원활하기로 유명한 이 수석의 홍보수석 발탁을 기대하면서 너도 나도 앞장서서 퍼트리고 있다.

이 수석이 자리를 옮기면 정무수석을 새로 발탁해야 될 뿐만 아니라 직급도 낮아진다. 게다가 이 수석도 강하게 고사하고 있다. 이 수석은 “이제 정무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왜 다시 홍보를 맡으라는 거냐”며 홍보수석설을 흘리는 이들을 강하게 원망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이 수석이 결국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다. 기자들의 바라던 대로 된 것. 박 대통령이 ‘박근혜의 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배치됨에 따라 불통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무적 감각이 좋은 언론인과 정치인 출신 가운데 후임자를 물색했으나 마음에 드는 인사를 찾지 못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편, 정권 초반 대국민 홍보 수요가 많은 점을 봤을 때 ‘투톱 대변인’ 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대변인과 김 대변인이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업무수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에서 ‘역할 분담’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에 온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언론인 출신이 독차지한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 언론인 출신 인사가 후임으로 내정될 지 여부도 또 하나의 관심사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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