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성추문 실시간 공개’ MB측근 유출설 진상
윤창중 ‘성추문 실시간 공개’ MB측근 유출설 진상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6-03 10:58
  • 승인 2013.06.03 10:58
  • 호수 99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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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뚫렸다” 친박 청와대 접수 전략 ‘비상’

친박, MB정부 행정관-하급직 ‘교감’…L씨 실명 거론 
전직 행정관 “정리할 때는 언제고…한심하다” 분통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밀봉인사 논란까지 일으키며 ‘보안’을 중시하는 청와대가 보안에 구멍이 생겨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문 사건 당시 개요 및 인턴여성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MB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그 배후에 있을 것’이란 의혹이 조금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 MB정부의 치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와 ‘박근혜 정부도 별반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MB측 인사의 정치적 의도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보안이 새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는 걸까.” 지난달 11일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기 전부터 ‘성추문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조사를 받고, 일단 사표를 수리해 달라 요청하고 민정수석실엔 대외적으로 ‘자진사퇴’로 발표해 달라 주문했다”, “인턴여성은 힐을 신은 상태에서 키가 167센티미터 가량이며, 어깨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머리와 글래머러스한 미모의 재원으로 알려졌다” 등의 내용이다. 청와대 내 인사가 흘리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정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보 유출 진원지는?

청와대에선 이런 내용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각종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선 ‘MB 측 인사 유출설’이 나돌고 있다. MB정부 5급 이상 청와대 행정관들은 정리된 상황이지만 하급직 인사들이 계속 남아 있어 이들을 통해 유출이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하급 계약직 인사들이 청와대 친이계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직 행정관들이 지역별로 서로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꾸준히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행정관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 전직 청와대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MB정부로 바뀔 당시 하위직 인사들이 청와대에 계속 남아있었고 이 중 ‘스파이’로 불리는 인사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가 풀렸다”며 “이러한 현상 때문에 청와대에서 MB정부 출신 행정관들을 의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단순한 친목도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친박성향 청와대 인사들은 MB정부 출신 행정관, 친이계 인사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이 모임에 대해 부정적일 뿐 아니라 비밀누설의 진원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직접적으로 L씨 이름은 물론 특정 모임을 거론하기까지 할 정도다. L씨의 경우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TK지역 출신 행정관들과 정기적 모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는 왜 하급직 인사들과 MB정부 출신 청와대 행정관들을 의심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때와 현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 출범과 함께 각종 인사들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보안을 강조, 밀봉 인사를 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MB정부 출신 행정관들도 대거 정리하기 위해 ‘사퇴 종용’을 해왔다. 마지못해 청와대를 나온 인사들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구직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정권이 잘 나갔을 때 나왔어야 했는데…”라며 하소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수석들도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는 등 최대한 말을 아낀다. 말 한마디를 잘못해 탈이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보안’에 무척 신경 쓰고 있어, 현직 행정관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은 채 ‘자물쇠’를 채우다시피 하고 있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는 ‘불통’, ‘밀실 인선’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이번 윤창중 성추문 사건도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입단속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창중 성추문 사건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유출됐고,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MB정부 출신 행정관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하급직 인사들의 경우 MB정부 출신 인사들과 교감을 하고 있거나 만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보가 유출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 박근혜 정부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CJ그룹 등 기업전방위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MB핵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윤창중 사태를 봤을 때 박근혜 정부도 MB정부와 별반차이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흘린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의 중론이다. 

이번 윤창중 성추문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인적쇄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박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권 초 전면적 인적쇄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윤창중 사건’이 실시간으로 정보가 유출되는 진원지는 MB정부 출신 행정관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청와대 인사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MB-박근혜 전쟁 연장선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MB-청와대 미묘한 신경전

윤 전 대변인 성추문 사건이 실시간으로 유출되는 것과 관련, 기자와 통화한 MB정부 출신 행정관들은 자신들을 의심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단순한 친목모임조차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되는 것이냐고 항변한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래야 되느냐. 그리고 우리를 지목한다는 자체가 정말 한심하다”며 “할일이 없으니 저런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치부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퍼트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발목 잡는 격’”이라며 “우리 탓을 하기 전에 윤창중 사태에서 나타났듯 잘못된 부분부터 하루 빨리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B정부 출신 행정관들이 결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직 청와대 인사들은 여전히 이들을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이상 ‘MB-청와대측 간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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