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한수원 납품 비리 의혹에 내부직원 연루 정황 포착
[단독입수]한수원 납품 비리 의혹에 내부직원 연루 정황 포착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6-03 10:26
  • 승인 2013.06.03 10:26
  • 호수 99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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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하청업체 설립, 차명 주식매입 직원 리스트

[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주)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납품 비리가 또 다시 불거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강경대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한수원이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드러난 비리 정황과 관련해 현직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한수원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최근 [일요서울]은 한수원의 또 다른 비리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고위관계자에서부터 일반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수원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문건에 따르면 한수원 직원들은 별도의 법인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로 한수원 하청을 받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영수 과당계상수법을 사용하거나 내부 직원들이 리베이트 형식으로 수익을 분배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회사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한수원 직원들과 특수관계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즉, 한수원 직원들은 자신과 특수관계인 친인척 등을 내세워 회사를 만들어놓고 하청일을 받아 수익을 챙겼으며 그것도 모자라 한수원에 리베이트까지 제공한 정황이 있다.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한수원 비리 혐의를 들여다보면 이 문건에 드러난 정황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월성원자력
한수원의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시험성적서 위조 등 원전 비리 사건을 종합적으로 수사할 맞춤형 태스크포스(TF)팀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지청장 김기동)에 설치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부산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설치해 한수원이 원전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납품업체 관계자 등을 고소한 사건 등에 대해 본격 수사토록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5월 28일 오후 10시께 납품업체 대표와 검증업체 대표 및 직원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원전비리 수사단은 원전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와 수사관들로 구성한 ‘맞춤형 TF’다. 대검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이후 국민 관심이 높은 중대형 사건에 대해 맞춤형 TF를 구성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검찰이 한수원의 여러 비리 의혹을 캐고 있지만 한수원의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고 꼬리만 잡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수원 비리는 권력형인 까닭에서다. 한수원의 비리는 MB정부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한수원의 비리 배후에는 권력의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수원 비리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천문학적인 자금이 증발하는 등 미스터리한 점이 하나 둘 아니다. 일부에서는 MB정권의 핵심 실세가 한수원 비리에 연루됐다는 말도 상당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리 얼룩

한수원은 지난 4월 부품납품관련 비리가 불거진 적 있다.
당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주요 부품을 빼돌린 뒤 다시 새 것으로 위조해 납품한 비리와 관련, 뇌물을 수수한 한수원 간부가 검찰에 추가 구속됐다. 위조된 안전성 시험 성적서를 이용해 100억 원대의 원전 부품을 납품한 업자들도 적발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욱준)는 부품을 수차례 빼돌린 다음 새 제품인 것처럼 속여 다시 납품한 혐의(횡령 등)로 K사 대표 이모(60·여) 씨를 구속하고 전 한수원 과장 신모(46)씨와 H사 대표 황 모(55) 씨 등 4명을 추가 입건했다. 신씨와 황씨는 다른 납품비리로 지난해 이미 구속된 상태다.

또 검찰은 납품비리를 묵인해 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수원 과장 임 모(49)씨를 추가로 구속했다. 신씨와 이씨 등은 2006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저압터빈밸브 부품세트 12대를 빼돌리고 이중 9대를 새 제품으로 속여 납품해 2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조사 결과 이 씨가 대표인 K사는 신 씨의 도움으로 원전 부품 국산화 개발업체로 선정돼 한수원으로부터 1억6500만 원 상당을 연구개발비로 받아 챙겼다. 그러나 K사는 공장조차 없었으며, 실제론 대기업 P사에 용역을 줘 저압터빈밸브 세트를 만들고 이를 자신들의 것처럼 속여 한수원에 납품했다.

황씨 역시 신씨와 짜고 재킹오일펌프 5세트를 빼돌린 뒤 수리 목적으로 반출된 것과 합쳐, 재킹오일펌프 세트 16대를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해 4억75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한수원 과장 임모(49)씨는 황 씨로부터 1150만 원을 받고 납품과정에 편의를 봐 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정성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일당도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2008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안정성 시험성적서 167부를 위조해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 제출해 30회에 걸쳐 148억 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E사 전무 이모(53)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은 한수원에 부품을 납품한 S사 문건이다. 사정기관은 현재 이 문건을 바탕으로 한수원 직원들을 상대로 진위여부를 캐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문건의 내용 일부가 사실과 일치해 해당 인물들의 재산 내역에 대한 조사도 병행될 계획이다.

문제는 한수원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들 중 이처럼 비리로 결탁된 회사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러시아나 일본처럼 부품문제로 인한 원전대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문건을 살펴보면 한수원에 원전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S사의 주주들 리스트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는 주주들이 한수원 관계자들과 어떤 관계인지도 적혀 있다. 다만 이 자료는 2011년 7월 21일자 자료다. 따라서 현재는 주주명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당시까지 직원들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증거자료라고 할 수 있다.

▲ 주주명부
전현직 직원들이 하청업체 주주

이 리스트를 보면 당시 현직에 몸담고 있는 한수원 전현직 직원들이 101명 중 34명에 달한다. 이 중 8명은 한수원 모 인사의 아내 친인척, 자녀 명의인 것으로 드러나 있다. S사는 한수원에 벨브 등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한수원 관계자들이 차명인을 내세우거나 본인 명의로 주주로 참여했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눈을 감아주거나 윗선과의 공감대가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며 “한수원 뿐만 아니라 원전 관계자들도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미루어 이 회사를 통해 상당한 돈이 움직였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수원뿐 아니라 원전 관계자도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원전 측에서도 한수원의 비리와 조직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으로 불량부품문제나 잦은 원전의 이상은 한수원과 원전 내부자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부산 동부지청은 2011년 10월~2012년 1년 고리 3·4호기에 대한 납품업체 전 직원의 부정납품사실을 수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폐기대상 부품을 반출한 뒤 세척·도색해 신품인 것처럼 재납품해 32억여원을 챙기고 관련 금품 3억여원을 수수한 업체 관계자 등 18명을 적발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또 2012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감사원이 한수원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검찰에 고발한 납품비리 사건도 수사했다. 수사결과 부품을 빼돌려 새제품인 것처럼 부정납품하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160억여원의 이득을 챙긴 관계자 13명 중 4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이 같은 비리에 대해 한수원 내부관계자들이 알면서도 그동안 묵인해 오며 비리를 공유해온 의혹이 적지 않다. 이미 원전과 한수원 내부에서 비리를 묵인한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2일부터 6월 26일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원자력발전소 감사를 벌여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등의 비리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같은 해 12월 감사결과보고서 전문 및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감사원은 당시 원전부품 비리와 관련, 국내 납품업체(2개)에서 87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138개 품목, 966개 부품)해 제출하고 업체들이 납품가액을 높이기 위해 담합 입찰하는 등 부당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들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수원 사장에게 허위 시험성적서류로 납품된 기자재의 품질기준 적합 여부를 검토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를 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를 받은 한수원과 검찰 등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정권 비리 발본색원 의지

한수원 비리는 수상한 부분도 많다. 비리는 있는데 비리를 통해 돈을 챙긴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비리 행위에서 드러난 검은돈의 용처가 불분명한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 핵심 P씨가 원전 비리에 깊숙이 연관돼 있으며, 원전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현 여권에 흘러간 것 아니냐는 말도 야권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정부가 지난 5월 31일 일부 원전 가동중단을 불러온 ‘원전부품비리’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한 치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에도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백 개가 적발됐지만, 이후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기회에 지난 비리를 모두 들춰내겠다는 게 새 정부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품 하나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단됐는데 비리에 연루된 부품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충격이 컸다”며 “분명히 물밑에 거대한 ‘비리 커넥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면 재수사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lyo@ilyoseoul.co.kr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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