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이재현(53) 씨제이(CJ) 그룹 회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두고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2008년 CJ 재무팀장의 살인청부 의혹 사건, 2009년 박연차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에서도 이 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재차 걸려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관련 ‘무혐의’처리했다. 검찰은 이후 ‘이재현 비자금 파일’을 캐비닛에 쌓아놓고 있다가 올해 초 다시 꺼내들었다. 그것도 전광석화처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이제서야 왜…’라는 의혹어린 시각을 보내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일단 5년 전의 이재현 회장 비자금 의혹 사건을 검찰이 이제야 꺼내드는 배경에는 ‘MB 정권 손보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체적으로 ‘고소영’ 정권으로 불리던 MB정권내 핵심 실세였던 고대 인맥에 대한 ‘쳐내기’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CJ 이재현 회장은 고대 80학번으로 교대 교우회 부회장을 지냈는데 당시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다. 현재 일본으로 도피(?)중인 천 회장은 고대 정외과 61학번으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61회’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5년전 비자금 파일이제야 꺼내드는 까닭
이 과정에서 검찰내에선 국세청이 이 회장의 탈세 자료를 갖고도 고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당시 천신일 회장이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한상률 국세청장한테 부탁한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천 회장이 이재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씨제이 그룹의 세무조사를 무마한 혐의도 포착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회장을 세차례 참고인 조사를 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그 배후에 고대 출신 권력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대 권력이 사그라들고 성대 권력이 부상했다. 우선 내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총리에 성대 법학과를 나온 정홍원 총리가 있다. 또한 법무부 장관 역시 성대 법학과를 나온 황교안씨가 내정됐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허태열 전 의원은 부산고를 나와 성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성대 행정학과 출신. 게다가 민정수석인 곽상도 전 대구지검 서부시청장 역시 성대 법학과 출신이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 핵심 요직이 성대 출신으로 MB 정권 고대 막강파워와 버금해 뒤처지지 않는다.
두 번째 시각은 검찰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고대 인맥과 비고대인맥간 ‘파워 게임’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고대정권으로 불리는 가장 큰 배경은 검찰 권력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대 출신으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 최교일 전 중앙지검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이 있다. 최 전 중앙지검장은 검찰이 CJ 압수수색 전후로 이 회장과 전화통화를 했고 담당 검사에게 ‘살살하라’고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고대출신 전현직 검사 ‘CJ 살리기’에 올인
김 전 검찰총장은 MB 정권과는 무관하지만 고대 출신으로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자문’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대 출신이 MB정권 당시 가장 잘 나갈때는 2011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 중 고대 출신이 8명에 달할 정도로 인사 편중이 극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성대 출신 법무부장관에 CJ 수사 핵심 윗선 라인에 서울대 출신 채동욱 검찰총장,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차지하고 있다.
세 번째로 경제계에선 고 이병철 회장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 이재현 회장 부친이자 이병철 회장 장남인 이맹희 회장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두 형제는 이미 상속 재산을 두고 재판중으로 1심에서 이맹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완패했고 현재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검찰이 CJ 압수수색 당시 ‘K.H(건희) 관련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는 이재현 회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고 이 회장관련 비리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압수수색물에 ‘심어놨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하지만 ‘음모론’으로 끝날 것 같은 ‘K.H 보고서’ 존재 여부는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 실제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건희 반격설’은 음모론이 아닌 신빙성을 갖게 했다. 문건에는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갈등을 빚은 상속 분쟁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이건희-이재용 부자 관련 개인적인 비리 내용도 상세히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성대 재단이 삼성이고 고대가 이 회장과 친분이 깊다는 점도 ‘이건희 반격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이재현 회장이 전면전을 하고 있는 데는 본인뿐만 아니라 부인인 김희재, 누나 이미경씨 동생 재환씨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부인인 김씨는 미술품 거래, 재산편법 증여 등 비자금에 연루 의혹마저 받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지난 2001~2008년 해외 유명 미술작품 138점을 1422억원에 사들이고 500억원대 무기명 채권을 아들과 딸에게 증여한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출신인 김씨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측 불법 후원금 정치인16명 실명으로 ‘유출’
또한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의 경우 대표로 있는 CJ아메리카의 부실 계열사를 인수해 CJ(주)에 수십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가법상 업무상배임)를 받고 있고,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2004년 CJ(주)의 인도네시아 지역 자회사의 판매·영업소를 이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미경 회장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투자 배급사로 잘 나갔는데 괴물, 연가시, JSA, 동막골 사람들, 광해 등 기득권 타파와 좌파성향의 작품에 앞장서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한편 CJ 비자금 의혹 사건은 청와대.검찰.기업내 권력 암투에서 정치권으로 불똥이 옮겨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벼랑끝’에 선 CJ 진영은 언론에 불법 후원금을 준 정치인 16명 명단을 흘렸다. 여의도에는 벌써 16명의 명단이 실명으로 돌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출신 13명의 명단과 함께 야권 중진의원 3명이 포함됐다. 명단을 보면 TK 출신 S, J, J, L, J, L, K ,K, J, K, J, L, C, K(이하 13명) 의원 등이 올라 있고 야권 출신으로는 W, W, H(3명) 의원 등이 포함됐다. 현재 관련 의원들은 모두 ‘불법후원금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역시 정치인 관련 조사는 포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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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