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수협이 정부의 메스에 의해 다시금 수술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미 수협선진화위원회는 신용사업(수협은행) 분리 및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고 수협중앙회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신경분리를 위한 용역을 발주 중이다. 이번 개편은 새로운 제도 대비와 중앙회 권력 분산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적어도 다음 달에는 밑그림이 나올 예정이다.

새 제도 대비하고 쏠린 권력 분산해야 정상화
금융 부문 독립법인으로 떼어내는 자본금도 혈세
주관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수협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바쁘다. 내년부터 수협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고 2016년에는 바젤Ⅲ까지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협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회의 독점적인 권력이 은행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수협도 예외가 아닌 탓이다.
해양수산부는 “수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부의 방침이 결정된 바 없다”면서 “수협은행 분리에 대해 수협중앙회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해수부는 “수협선진화위가 제출한 수협은행 분리 등에 관한 건의서를 검토 중”이라며 “조합 및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수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추진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비쳤다.
“IFRS도 유예해줬건만…”
현재 수협은 은행 부문이 분리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IFRS가 국내에 도입될 때 수협은 내년까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협에 IFRS가 적용되면 2001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이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IFRS에 의하면 이 공적자금은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협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한다. BIS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국제적인 업무를 하는 은행은 위험 자산에 대해 최소 8% 이상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바젤Ⅲ가 도입되면 수협은 BIS비율도 모자라 보통주자본비율까지 지켜야만 한다. 바젤Ⅲ는 은행의 자본비율과 유동성비율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제협약으로 바젤Ⅱ보다 보통주자본비율에 대한 확충이 새롭게 요구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1일부터 국내은행에 바젤Ⅲ 자본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나 수협은행에 대해서는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바젤Ⅲ 기준이 주식회사 적용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므로 조합으로 만들어진 수협은행에는 불리한 까닭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수협선진화위를 발족해 수협중앙회로부터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수협은행을 주식회사로 분리하되 수협법상 특수은행으로 설립하고 바젤Ⅲ 규제 수준을 감안한 자본금 규모를 확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예정된 신경분리 효용은
또한 중앙회의 기능이 큰 협동조합 특성상 수반되는 독점적인 권력과 방만한 경영도 수협의 문제로 떠올랐다. 수협중앙회는 독립사업부인 수협은행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데 이는 같은 협동조합인 농협과 유사한 형태다. 다만 농협은 이미 지난해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했고 수협은 향후 분리할 것이라는 시기상의 차이가 있다.
결국 수협의 신경분리가 이뤄져도 농협처럼 중앙회의 과도한 입김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의 경우 중앙회가 여전히 농협금융지주 지분의 100%를 쥐고 인사권 및 예산편성 등 모든 결정에 관여해 논란이 됐다. 농협금융지주 수장이던 신동규 전 회장은 과도한 중앙회의 간섭으로 지난달 15일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 자진 하차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옥상옥 논란에서 수협의 구조개편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수협은행은 아직 정부의 공적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협은행이 분리되면 정부는 추가적으로 자금을 출연해야 하므로 수협에 들어가는 국민의 혈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회 특유의 방만 경영
그럼에도 수협은 경영혁신을 게을리함으로써 12년째 공적자금을 갚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어야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인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수협 개혁의 일환이었던 천안연수원 매각 약속은 백지화됐고 지도부분, 회원조합, 단체ㆍ기업 재원마련도 추진 자체가 시도된 적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임직원 급여 반납계획도 목표의 35% 수준에 머물렀고 그마저도 2급 이하 직원 적립은 중단돼 퇴직직원은 반납금액을 다시 찾아가는 촌극까지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수협이 바젤Ⅲ 대비를 위해 정부 지원을 통한 공적자금 해소와 자체상환 재원 마련으로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없다”면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수협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수협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수협은행 관계자는 신용사업 분리에 대해 “공적자금이 보통주로 전환되고 난 후 부족한 자금에 대해 정부가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면서 “올해 내 정부 보고가 이뤄지고 협의를 거치면 법 개정 등을 통해 내년쯤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