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式 탕평인사 신한 자회사엔 독 되나
한동우式 탕평인사 신한 자회사엔 독 되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6-03 09:05
  • 승인 2013.06.03 09:05
  • 호수 996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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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계열사 수장들 바뀐 배경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신한금융이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전면 교체하고 임원진도 이동시켜 새판을 짜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에서는 신임 사장들에 대한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특히 각 계열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은행 출신 위주로 일방적인 인사가 행해지는 데 대한 항의와 함께 현 수장들의 성과나 임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다. 앞서 신한사태와 같은 내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탕평인사가 오히려 빛을 잃는 형국이다.

 

예상보다 큰 물갈이…옛 신한사태 관련자들 한 자리씩
지주 향한 불만 고조…신한카드ㆍ생명 나란히 들썩

신한금융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장기판 위의 말들을 움직였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3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그룹 내 수장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신한생명 사장에는 이성락 신한아이타스 사장이, 신한카드 부사장에는 위성호 신한은행 WM부문그룹 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에는 오세일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한아이타스 사장에는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이 내정됐다.
 

비은행 계열 독식하는 은행 출신들

문제는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의 내부 반발이 거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주사가 은행 출신인 신한사태 관련자들을 비은행 계열사의 수장으로 앉힌 데 대한 불만이 높다.

먼저 이성락 신한생명 신임 사장은 신한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재직 중에 신한사태가 터지면서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라인으로 분류됐다. 신한사태 이후 펀드서비스 회사인 신한아이타스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현업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이번 인사로 계열사 서열 3위인 신한생명 사장직에 올라 ‘화려한 복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에 신한생명 노조는 이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신한생명 노조는 “내부 승진이 아니라 업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계열사 사장이 빈자리에 앉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자회사라는 이유로 지주사가 생보사 사장 자리에 은행 출신의 타 계열사 사장을 마음대로 앉혔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전임 사장인 권점주 전 사장의 연임이 유력하던 시기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 사장의 선임은 내부에 혼란을 줬다는 자평이다. 권 전 사장은 2011년 부임한 이후 2년 6개월간 재임하면서 신한생명을 단시간에 업계 4위로 끌어올린 성과가 돋보였다. 이러한 권 전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은 지난 4월 방카슈랑스 리베이트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떠안음과 동시에 이 사장에게 빈자리를 만들어주는 형태로 귀결됐다는 해석이다.
 

사장과 사장 내정자 ‘불편한 동거’

또한 위성호 신한카드 신임 부사장 역시 신한지주 경영관리담당 부사장으로 재직 중에 신한사태가 일어나면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라인으로 분류된 바 있다. 이후 신한은행으로 이동해 부행장으로 계속 재직하다가 계열사 서열 2위인 신한카드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신한카드의 현 수장으로 6년째 재직 중인 이재우 사장의 임기가 오는 8월 만료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 부사장은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신한카드 노조는 “위 부사장의 선임은 ‘인사테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한카드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카드업 경력이 일천한 낙하산 인사를 차기 사장 내정자로 미리 보냄으로써 현 사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사태의 책임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은 신한카드의 자존심을 짓밟는 인사”라며 “신한카드 차기 수장은 정상적인 절차와 방식을 통해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임기가 3개월 남은 현 사장이 있는데도 새 부사장이 사장 내정자로서 부임해 한 회사에서 공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로 인해 신한카드 내부는 지주사의 예상 못한 결정과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로 벌써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주사의 경영간섭이 극대화된 사례라며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결국 한동우 회장의 탕평인사가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에는 내부 반발이 일게 만든 셈이다. 신한카드 노조는 신한생명 노조와 함께 이달 초 신한지주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및 지주사 회장의 인사전횡에 대해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29일 밝혔다. 라응찬 전 회장 인사와 신상훈 전 사장의 인사를 고루 등용한다는 뜻을 내포한 이번 신한금융 인사가 자회사들에는 반발의 촉매가 된 모양새다.

신한금융 내부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사들은 회장 교체 외풍이 부는 데 반해 신한은 회장의 굳건한 지위를 바탕으로 계열사끼리 내풍이 휘몰아쳤다”면서 “지주사 회장이 탕평인사라는 이유를 들어 계열사 수장 자리를 신한사태 관련자들에게 나눠주기식으로 처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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