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맨’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사임
‘대우맨’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사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6-03 08:57
  • 승인 2013.06.03 08:57
  • 호수 996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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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시스템 본궤도 올라 소임 다하고 떠난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사진)이 지난달 24일 사임했다. 2007년 12월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5년 6개월만이다. 서 사장은 과로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 산업은행에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서 사장은 임기가 올해 말이지만 어차피 6개월 후에 물러날 것인데 미리 사임해 후임체제를 조기에 확정하고 새로운 체제가 변화하는 국내외 건설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용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조속히 이사회를 개최해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6개월 남기고 사표…“그림로비는 사실 무근” 해명

서 사장은 사내에 표명한 사퇴의 변을 통해 “대우건설이 2000년대 초 워크아웃 시기를 거치면서 국내시장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국내와 해외부문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사업포트폴리오로 재편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평가 받아온 엔지니어링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힘을 쏟아왔다”며 “이제 그동안 추진했던 시스템과 조직, 미래전략 방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음으로써 소임을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건강도 급격히 나빠져서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다 채우는것보다 자신의 소임을 다 했을 때 떠나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그림로비 사건과 4대강 관련 비자금 수사가 이번 사임의 배경이라는 설이 난무했지만 대우건설 측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월께 대우건설 임원 출신 브로커가 미술품을 서종욱 사장 자택으로 배달했다.

당시 서 사장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이를 발견하고 즉시 연락해 가져가라고 했으나 회수해 가지 않자, 다음날 아침 회사로 이를 가져와 총무팀장에게 돌려줄 것을 지시했다.
당시 총무팀장은 미술품을 돌려주려고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아 창고에 보관했고, 이후 인사이동으로 바뀐 총무팀장이 창고의 미술품을 발견하고 회사의 다른 임원방 통로에 걸어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평사원으로 시작 대표이사 올라 연임까지
서 사장은 평사원으로 대우건설에 입사해 리비아 등 해외현장과 주택사업 담당임원, 관리지원실장, 국내영업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정통 대우건설맨이다. 박창규·박세흠·남상국 전 사장 등이 대우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장까지 올랐지만 연임한 경우는 서 사장이 유일하다.
주택사업 담당임원(1995년부터 2003년까지)으로 주택개발사업과 분양마케팅을 이끌며 주택사업 분야 강화에 한축을 담당했다. 분양 사업장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회사 워크아웃 조기졸업(2003년말)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07년 수장자리에 오른 서 사장은 2011년 산업은행 체제에서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세분화된 주택시장에 맞춰 멀티브랜드 전략과 구전마케팅 등 새로운 주택분양 마케팅 기법을 선보여 주택분양 마케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관리지원실장과 국내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대우건설의 품질경영시스템 정착과 수주영업력 극대화를 통해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1위 달성에 큰 기여를 했다.
이후에도 서 사장은 리비아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현장과 리비아건설본부 관리 부장 등을 지내면서 풍부한 해외현장 경험을 쌓았다.
서 사장과 같이 리비아 현장에서 근무했던 한 임원은 “(서 사장은) 윗사람부터 아랫사람까지 두루두루 잘 챙겼다”고 회상했다. 조직 내에서 소통을 이끌어가며 단합과 함께 업무의 효율까지 챙겨온 인물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2007년 12월 대우건설 사장에 임명된 후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라는 악조건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국내외 사업을 진행했다. 2010년 12월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인수된 후에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서 사장은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직면해 해외 수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대우건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6조3612억 원의 해외수주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이보다 15% 늘어난 8조1803억 원을 수주, 해외 비중을 51%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10억 달러짜리 수주가 무산되면 반드시 다른 10억 달러 규모의 대안을 찾아낼 정도로 해외 일감에 온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2009년 주택건설의 날 금탑산업훈장, 2010년 고려대학교 경제인대상 등을 수상, 대외적으로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서 사장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MR,부지런, 잠이 없는 사람 등으로 유명하다. 과거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새벽 시간이 집중도 잘되고 정리도 잘 돼서 밤 11시~11시 반에 잠이 들어서 새벽 2시 반~3시 반에는 꼭 일어나 30~40분정도 사업구상도 하고 이메일도 작성하는 등 일을 좀 보다가 다시 잠을 잔 뒤 4시에 일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그를 그의 가족들은 몽유병 환자라고 말할 정도라고. 
그는 “잠깐 차 안에서 10~15분만 자도 될 정도니 잠에 관한한 타고난 것 같다”며 웃는다.
그가 스스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내세우는 첫 번째 힘도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함’을 “세상의 어느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편,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서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구성됐다”며 “7월까지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일단 7월 중순으로 예정됐다. 후임 사장이 결정되기 전 까지 서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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