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담은 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 게재돼 논란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 발생 6일째, 시신 발견 5일째지만 경찰의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납치 살해된 여대생 A씨는 지난 25일 새벽 4시20분께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탄 뒤 실종, 다음 날인 26일 오전 10시20분께 경북 경주 건천읍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30일 A(22·여)씨가 실종 당일 택시를 탔던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시신이 발견된 경북 경주시 건천읍 저수징 이르는 주요 고속도로 및 국도의 CCTV 기록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실종 당일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로부터 A씨가 마지막으로 탔던 택시 기사의 인상착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날카로운 인상의 20~30대 젊은 남성'을 찾기 위해 대구지역 90여 개 법인택시 회사로부터 20~30대 택시기자 300여 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A씨의 시신이 발견된 경주 저수지 인근에 설치된 CCTV 기록을 분석해 실종 당일부터 시신 발견 시점까지 이 일대를 지난 대구지역 택시 70여 대의 차량 번호도 확인했다.
하지만 실종 당일 A씨가 탔던 택시를 특정할 만한 결정적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실종 당일 A씨가 택시를 탔던 장면이 포착된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도 없는데다 택시기사의 인상착의를 제외하고는 실종 당시 A씨가 탔던 택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A씨가 대구 중구 삼덕119안전센터 옆 골목에서 택시를 탔을 당시 인근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는 경찰의 방범용 CCTV가 아닌 구청의 교통단속용 CCTV여서 새벽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실종 당일 A씨와 술을 마신 뒤 A씨가 택시를 탈 때까지 같이 있었던 A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지난 29일 최면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또 지난 29일 빠른 수사 진척을 위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제보자에게 신고보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제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숨진 A씨의 시신에서 손톱 및 체액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지만 이 역시도 마찬가지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신 발견 당시 부검에 앞서 실시한 정액반응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데다 시신이 물속에 잠겨있기 때문에 설령 범인의 DNA가 남아있더라 하더라도 상당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채승기 대구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빠르면 내일까지 대구와 경주를 오가는 주요 경로의 CCTV 기록 분석작업을 끝내고 용의차량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주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 여대생 실종·사망사건의 수사 정보를 담은 글이 경찰의 브리핑 전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게재돼 논란이 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논란이 커지자 글의 원본을 삭제하고 해명글을 올렸다.
지난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0시께 정찰00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이 일베 게시판에 '[속보]대구OO대 OOO재학생 택시기사한테 강간살인당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이 글에는 '00대학교 00대 00학과 0학년에 재학 중인 여자가 만취상태로 택시에 탔는데 택시기사가 그대로 경주로 차몰고 가버림. 거기서 강간후 살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아직 기사화 안됨. 지인이 대구지방경찰서 수사반장인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내용은 해당 글이 게시된 지 10시간 뒤인 같은 날 오전 10시께 경찰이 공식 브리핑 한 내용과 일부 일치한다.
이후 해당 글에 대한 '경찰의 수사 정보 일베 유출 의혹'이 일자 이 네티즌은 같은 날 오전 '어제 OO대 실종녀 글 쓴 OO다'라는 제목으로 새 글을 올렸다.
새 글에는 "내 지인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내 지인에 친척이고 솔직히 수사반장 이런 직책 있는지도 몰랐다. 알게된 루트는 지인에게 카톡받은 게 전부고"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은 용의자가 택시기사로 추정되는 것 뿐이고 팩트는 아직 없음…일단 범인 잡히기 전까지 좀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도 설마설마 하면서 올린 글인데 일이 커지고 아침에 이렇게 기사화되니 소름돋았다. 실종 여학우 정말 안타깝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여대생 A(23·여)씨의 사망 사실을 유족 등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글이 게시된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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