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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추출 위한 공장식 사육 불가피
유통경로 확인 없이 ‘일단 팔고 보자’
GS25(대표 허승조)에서 올 여름 음료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PB상품 루왁커피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식품업계와 동물보호단체 등은 GS25가 최근 출시한 루왁커피에 대해 “사향고양이를 공장식 사육방식으로 사육, 원료를 강제로 추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GS25는 루왁커피의 원료유통 경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있어 하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GS25는 지난달 25일 신개념 아이스커피 5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루왁커피를 출시했다. 당시 GS25는 “천혜의 지역 필리핀 팔라완에서 100% 채취한 희소성이 매우 높은 원두로 제조된 루왁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 대표 커피로 로부스타나 아라비카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해 가공하는 커피다. 이 루왁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사향 고양이의 소화기관에서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특수성과 희귀성 때문에 상당히 비싼 값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GS25가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정작 논란은 원료공급방식에서 흘러나왔다.
불매운동 확산 조짐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지난22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GS25에서 판매하는 루왁커피의 재료를 얻기 위해선 고양이의 공장식 사육이 불가피하다”며 “루왁커피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서명운동과 불매운동을 벌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고양이의 경우에는 유독 사육되는 자체를 고통스러워한다”며 “더군다나 루왁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특정약을 먹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학대가 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등지에서는 루왁커피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주민들이 사향고양이를 포획해 우리에 가두는 이른바 ‘공장식 사육방식’으로 학대를 가하고 있는 것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야생에서 원료를 채취한다는 GS25의 입장은 거짓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고를 하고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원료 공급이 원활하다는 의미인데, 자연 속에서 그만한 양을 채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지속적인 원료 확보와 생산이 이뤄지려면 문제가 된 공장식 사육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의 마인드부터 변해야 할 시기다. 이미 소비자들은 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커피는 다양한 대체품이 존재해 루왁커피를 생산해낼 이유가 없고 자칫 GS25 루왁커피가 열풍이라도 일게 된다면 더 많은 고양이가 희생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자연에서 채취되는 양만 가지고 루왁커피를 대량생산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다수 업계관계자들은 “다른 것도 아니고 배설물이기 때문에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판매채널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자연산으로 전부 공급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남겼다.
해명의 몫은 하청업체
취재 결과 GS25 루왁커피는 P사, G사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P사 측이 원두 수입상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는 또 다른 하청업체인 A식품산업이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모든 해명의 몫 역시 GS25의 하청업체가 도맡았다. GS25 측의 연결로 [일요서울]과 만난 G사와 P사 관계자는 “결국 피해를 보는 건 GS25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이다”라면서 “GS25가 계약해지를 선언하면 올해 사업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향고양이 사육과 관련해선 “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루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산을 고려했으나 인도네시아산의 경우 99%가 양식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해 자연산 루왁 채집이 가능한 필리핀 팔라완 지역의 원료를 구매, 제품을 제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커피라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순수 자연산은 500kg에 불과하다는 말은 황당한 거짓말이다”라며 “커피 수확기에 직접 채취해 본 결과 정글에서 1인이 45분에 1kg을 수확한다. 팔라완 부족들 영역에서는 한 곳에서만도 수확기에 수백kg 채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이스루왁커피 역시 고형분 2% 첨가다. 그러므로 실제 필요한 절대 생두량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동물단체의 ‘GS25 루왁커피를 시작으로 시장이 확대돼 동물학대 논란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자연 원료를 사용하는 우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다. 올해 사업계획 이후에는 판매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계속되는 논란 속에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GS25를 향해선 “너무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 때문에 논란을 키우는 동시에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GS25 관계자는 “직접 공급처를 둘러보지는 못했다. 단지 공급업체를 통해 확인된 자연산 원료 루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확답을 피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