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회장 전처…초호화 생활 미스터리
영남제분 회장 전처…초호화 생활 미스터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5-27 15:12
  • 승인 2013.05.27 15:12
  • 호수 995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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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 무너지는 도덕과 법…피해자 눈물만 남아

 


형집행정지 시행에 국민적 분노 일어  
향후 재계인사 처벌에도 영향력 있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초호화 생활을 즐기던 영남제분 회장 전 부인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또 다시 회자될 만큼의 커다란 반향이었다. 바로 2002년 민심을 들끓게 만들었던 이른바 여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의 가해자인 윤모(68·여)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하루 입원비만 218만 원에 이르는 병실에서 지내온 것이다.
 
이에 국민들의 공분은 날로 높아졌고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열고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취소, 남부구치소에 재수감했다”고 지난 21일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인해 재계인사 형집행정지에 대한 제재가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사건 당시인 2002년 이후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요서울]에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여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은 2002년 3월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 윤씨가 자신의 판사사위 김 모씨의 불륜 관계를 의심하던 중 사위의 이종사촌동생이었던 하모(당시 22세)양을 불륜 상대로 오해해 조카 등을 사주한 뒤 하양을 공기총으로 쏴 살해하도록 한 사건이다. 이에 대법원은 윤씨와 윤씨 조카 등 3명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당연히 교도소 안에 있어야 할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고 지난 6년 동안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호화병실을 오가며 지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보호인가 부자만의 특권인가
 
윤씨는 2007년부터 유방암 수술 등을 이유로 수십 차례 형집행정지를 이용해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윤씨는 지난달에도 경기도 일산의 한 종합병원 특실에 입원하는 등 유방암과 안과질환, 파킨슨병 등으로 호화로운 병원 생활을 하며 최근까지 형집행정지를 5차례나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하 모양의 친오빠는 ‘살인교사죄 윤모씨의 형 집행정지를 위한 쇼를 용서할 수 없다’는 제하의 호소문을 통해 “윤씨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 유명 대학병원 VIP 입원실을 들락거렸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쇼에 왜 검찰이 눈을 감아주는 건가”라며 “윤씨를 도와주는 병원 주치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격분했다. 이어 “돈이면 다 되는가”라며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악용하고 있는데도 검찰과 병원 측이 눈감아주고 있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에 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선 윤씨가 건강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을 밝혀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건강하기만한 윤씨가 재계에 몸을 담고 있던 만큼 재력을 이용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하승균 전 경정은 “나 역시 기자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깜짝 놀랐다”며 “내가 수사하던 당시 윤씨는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고 형집행정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집행정지라는 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며 “재계인사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앞세운 편법 술수를 부렸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광삼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 역시 “생명이 매우 위독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 형집행정지다”라며 “아무래도 재계인사라던가 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층에서 형집행정지를 많이 볼 수 있다. 교묘하게 이를 이용하는 것 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일부에선 “최근 재계 쪽 인사들의 굵직한 범죄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해볼만 하다”며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재수감에도 풀리지 않는 논란
 
이번 사건은 윤씨가 재수감되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서부지검 관계자도 이에 대해 “형집행정지 당시 윤씨의 건강상태는 좋지 못했고 연장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처럼 서부지검은 정확한 설명은 일체 배재하고 있어 “윤씨를 일부러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
 
윤씨 남편이 회장으로 있는 중견기업도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뒷말이 무성하다. 더욱이 해당기업 회장인 류모씨는 체육단체 회장직을 맡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까지 겸하고 있었다. 비록 류 회장은 사건 이후 부인 윤씨와 이혼한 상태고 범죄 가담여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떠한 도의적 책임마저 지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고 잘 알지도 못한다”고 일축한 상태다. 
 
이렇듯 상황이 답보상태에 머물자 한 포털사이트 청원 게시판에선 피해자 가족들을 지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이는 지난 23일 기준 1만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 참여자는 “남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도 권력을 앞세워 자신만은 살아보겠다고 애를 쓰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며 “사회적 위치가 높을수록 더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수사권을 모조리 경찰에 넘겨야한다. 더 이상 검찰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하양의 아버지는 현재 윤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주치의들도 경찰에 고발해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하양의 아버지에 따르면 이들은 윤씨에게 모종의 대가를 받고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 검찰의 형집행정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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