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④ - 두산家
손톱 밑 가시 빼는 기업들④ - 두산家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5-27 11:08
  • 승인 2013.05.27 11:08
  • 호수 995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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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자산 처분…커피전문점 사업 접어

[일요서울│이범희 기자]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업종 품목 진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소상인들을 위해 모 회사가 가지고 있던 중소업종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며, 박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나서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실태를 짚어본다. 이번호는 두산 편이다.

동반성장 요구에 부응…빵 판권까지 매각 추진
판매부진·여론 눈치…수입차 딜러 사업서 빠져

두산그룹의 초대 회장은 박두병씨다.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박승직이 1950년 타계하면서 장남 박두병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아 현재의 그룹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박승직은 슬하에 6남1녀(용곤·용언·용오·용성·용현·용만·용욱)를 뒀고 이들 형제간은 경영승계를 통해 116년의 두산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2 회계연도 기준 총 자산 규모는 29조4250억 원대로 대기업 집단(공기업 제외) 순위 13위다.

두산그룹은 3대 회장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996년 물러난 뒤 형제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룹 총수를 맡고 있다. 4남 박용현이 그 뒤를 이었고 지난해부턴 5남 박용만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3남 박용성은 두산 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회장을 맡고 있다.

두산의 또 다른 특징은 오너 4세대들의 약진이다. 2009년 두산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출범시킨 이후 계열사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정원씨는 두산지주부문 회장을, 장녀 혜원씨는 오리콤 전무, 차남 지원씨는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박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두산산업차량 대표, 차남 석원씨는 두산엔진 상무로 각각 재임 중이다. 박용현 회장의 경우 장남 태원씨가 두산건설 부사장, 차남 형원씨는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삼남 인원씨는 두산중공업 상무다.

오너 일가 약진 이면엔 중소상권 침투 논란

두산은 형제와 사촌간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한국경제에 이바지 하고 있지만 그 사업 영역이 넓다보니 소상인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새로운 사업 확충이 오히려 중소상인들의 상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거대 자본에 밀리는 소상인들이 출현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두산 역시 대기업의 중소상권 진출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커피사업 철수라는 방침을 밝혀야 했다.

지난해 2월 초 두산 계열사 DIP홀딩스의 자회사인 SRS코리아가 커피전문점 ‘페스티나 렌떼’ 사업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았다. SRS코리아가 운영했던 페스티나 렌떼는 두산 계열사 사옥 내 4곳을 포함해 서울·인천 등에 총 8개 매장을 보유했었다. 최근에는 SRS코리아가 판권을 보유했던 버거킹을 매각했다. KFC의 매각도 재추진 중이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RS코리아 매각과 관련, 동양증권과 협의를 통해 관련 시장의 인수 후보와 매각 방법 및 착수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RS코리아는 2004년 12월 말 ㈜두산의 외식사업부문이 물적 분할 형태로 분리돼 설립됐다. SRS코리아의 2010년 기준 매출액은 2615억 원, 영업이익은 211억 원 수준이다. 자본금은 99억7000만 원, 발행주식수는 199만4000주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페스티나 렌떼는 골목 상권과 전혀 무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철수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SRS코리아 철수와 관련해서도 “최근 정부의 동반성장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해묵은 구조조정 이슈를 선결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이번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재계 4세들의 떠오르는 사업이던 수입차 사업 시장에서도 철수 의사를 밝혔다.

두산그룹의 자회사인 DFMS(옛 두산모터스)가 혼다와 재규어·랜드로버 등 수입차 딜러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DFMS는 딜러십을 보유한 혼다코리아에 딜러권을 반납하겠다고 통보했고, 재규어·랜드로버 딜러권도 반납할 예정이다.

DFMS는 동현엔지니어링과 2004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혼다코리아 딜러로 활동해온 두산모터스가 지난해 5월 합병한 회사다. 지난해부터는 재규어·랜드로버 자동차도 판매해왔다. 현재 전시장은 서울에 혼다 매장 1곳, 경기 분당에 재규어·랜드로버 매장 1곳을 각각 두고 있다.

두산가 4세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DFMS는 창업주의 3~4세들이 지분을 고르게 나눠 갖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벌들의 골목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면서 수입차 판매도 일부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의 상권을 재벌들의 인맥과 재력 프리미엄으로 빼앗는다는 비난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벌가 후손들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골목상권까지 점령한다는 비난이 수입차 시장 진출까지 번지자 뭇매를 피하기 위해 두산이 손을 털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기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과 유통구조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비록 두산그룹에 직접적으로 조사가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 큰돈이 안 되는 수입차 판매로 전체적인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이야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 철수는 최근 여러 사안을 고려해 그룹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그룹 내 비핵심자산 처분을 그룹 전체적으로 논의해왔고 최근 커피전문점과 수입차 판매업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SRS코리아 등의 매각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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