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여의도 증권가가 벌벌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 엄벌 방침에 따른 증권가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18일 금융감독기관에서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한달이 지나면서 속속 조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날은 증권가에 기생하면서 주가조작에 앞장서는 증권브로커(혹은 장외주식업자)를 1차 타깃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증권전문가와는 달리 증권 브러커들은 작전 세력과 짜고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내는데 활용되고 부당이익까지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증권브로커들을 조사하면서 금융계, 언론계,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정황까지 파악해 주가조작 단속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공무원에 언론인까지 ‘벌벌’
주가조작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규모나 피해자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과거 노드시스템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피해 금액이 1천억 원 대에 피해자는 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투자금액의 손실은 개미 투자자들이 보는 1차적 손실일 뿐이다.
더 심한 것은 그 이후에 벌어지는 2, 3차 피해다. 2차 피해는 직장을 잃거나 친인척이나 인간 관계가 붕괴되고 심할 경우 이혼 등 가정 파괴로 이어진다. 가정 파괴는 기본적으로 사회 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3차 피해는 지난 CNK 주가조작 사건(일명, 아프리카 카메룬 다아이몬드 주가조작사건)처럼 개미 투자자나 관련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개미투자자 사직·이혼·자살 악순환
개미 투자자들이 이런 악순환을 잘 알면서도 ‘대박’을 꿈꾸는 것은 주식 종목에 대한 정보 부재와 유명인의 투자, 정부 인사의 개입에 일부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는 광고성 기사로 인해 현혹될 수밖에 없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됐고 노드 시스템과 CNK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에는 MB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 이름이 흘러나왔었다.
이처럼 작전 세력과 증권 브로커들이 치밀하게 만든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개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몇 몇 인사들의 배만 불리기위해 수백명 수천명의 일반인들의 가정이 파괴당하고 죽음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문제 의식은 역대 정권 때마다 지적돼왔다.
박근혜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개인투자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 출처, 투자 수익금의 출처,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엄벌 방침에 따라 정부는 4월 18일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일단 금융감독위원회에 주가조작 전담부서가 만들어지고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됐다. 주가조작에 따른 부당이득은 최고 4배까지 환수하며, 신고포상금도 최대 20억 원까지 올렸다. 전담부서에는 감독원, 검찰 공무원, 거래소 직원 등이 파견되고 직원들은 특별사법경찰로 지명돼 압수수색, 통신시설 조회, 출국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했다. 거래소가 적발한 사건을 조사 전담부서가 분석해 증거인멸 및 해외도피 우려가 있거나 범죄 연루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위·금감원 조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검찰에 통보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금융위의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검찰도 합세했다. 특히 중앙지검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를 관할하고 있는 서울 남부지검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 범죄 합동 수사단 중앙지검서 운영
최근 중앙지검은 코스닥 상장사 T사의 실소유주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회사 관계자와 짜고 허위 공시를 내 주가를 5배 이상 끌어올린 뒤 사채업자들의 돈 80억 원을 끌어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A씨는 증권 브로커와 증권 방송사와 짜고 회사 주식 10만주를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검찰과 금융위 조사부는 증권 브로커에 주목했다. 작전세력과 종목, 그리고 개미투자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브러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증권브로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결국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회사 관계자, 언론인, 주범 등을 잡을 수 있는 1타3피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 셈이다.
증권 브로커관련 검찰과 증권업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증권사 부장급 경력에 50대 이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유명 증권사에 근무한 경력에 명퇴나 자퇴를 한 인사들이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가 조작에 암약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증권사와의 인연으로 일부 브로커들은 유명 증권사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의도의 경우 금융기관이나 거래소, 그리고 국회라는 정치권 인사들까지 몰려 있어 최고의 장소로 각광받는다.
사무실을 차린 이후에는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수북히 쌓인 명함을 갖고서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업무를 진행한다. 정상적인 증권거래도 하지만 대부분은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주가조작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속칭 ‘바람잡이’로 변신한다. 검찰은 일단 증권사 리스트와 증권 브로커 신변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증권브로커의 고향, 학력 등을 파악하고 주변 인물들까지 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사정당국은 휴대폰 통화내역과 저장된 전화번호 명단 확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치권, 언론인, 금융인, 정부 인사등이 담겨져 있을 경우 1차 조사를 통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검찰의 증권브로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증권사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인사, 언론인 등이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마저 연출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에는 퇴직한 증권 브로커를 고용해 사무실에 무료로 입주시키면서 수수료를 챙겨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가조작을 주도하는 증권브로커 활동 공간을 마련해주고 ‘수수방관’한데다 역으로 이득을 챙겼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여의도 주가조작관련 정보전 ‘치열’
또한 정치인이나 국회 근무자, 정부 인사들 역시 불안하다. 대형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단골로 등장하는 게 유명 정치인이고 그의 친인척들이다. 정부 관료 이름들도 단골메뉴다. 언론인의 경우 경제지나 증권 방송이 사정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통상 작전세력과 증권 브로커들의 경우 언론 매체를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기위해선 기자들과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회사대표와 주가 조작 일당 9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그 중 증권방송 전문가 장모(46)씨가 포함돼 시세조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엄벌 조치와 금융당국과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지면서 여의도가 온통 주가조작 관련 정보를 얻기위해 혈안이 됐다. 여의도에서 활동하는 사정기관만도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에 금융기관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20억 원’이라는 포상금으로 인해 증권사 직원들까지 동원돼 주가조작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한 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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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시스템, BBK, CNK 3대 주가조작 사건 -이명박, 이상득, 박영준 전 차관 연루 의혹 박근혜 정권 이전 발생한 3대 주가조작 사건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노드시스템, BBK, CNK 주가조작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그리고 두 형제 보좌관을 지낸 박영준 전 차관이 연루 의혹을 받았던 주가조작 사건이다. |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