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태도 논란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태도 논란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5-21 08:57
  • 승인 2013.05.21 08:57
  • 호수 944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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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원인 규명이 우선?

[일요서울│박수진 기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롯데(회장 신동빈)가 사회적 책임은커녕 이익 쫓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사건에 대해, 계열사인 롯데마트는 자사 제품과 관련된 정확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대형 로펌 변호인을 고용하는 등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앞서 보건복지부가 롯데의 해당제품에 독성물질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숨졌다고 신고한 사망자가 12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롯데의 강경 대응에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폐손상 약 400여 건·사망자 약 120명 추정
사과는커녕 대형 로펌 변호인 선정해 반박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수면위로 떠오른 때는 2011년 4월. 임산부들이 갑작스레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침투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놨으나 중환자실에 입원한 산모들은 원인도 치료방법도 찾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출산 전후의 산모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원인미상의 폐손상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 후 보건복지부는 시중에 판매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해 동물흡입실험을 했고, 롯데마트의 PB상품인 와이즐렉을 포함한 일부 제품에서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PGH(PGH(Oligo(2-(2-Ethoxy)성분이 폐손상과 관련된 화학물질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수거 명령을 내렸고 같은 해 9월에는 PHMG를 유독물로 분류했다. PGH 성분은 현재 인체 독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 중에 있어, 향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내에 유독물 지정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PHMG는 살균제에 비해 피부, 경구(섭취 시 영향)에 대한 독성이 5~10분의 1 정도로 작은데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물티슈, 부직포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됐다. 앞서 진행된 경구와 환경 독성 연구에서는 일반적 노출량을 고려할 때 위해성이 낮다고 판명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물질을 사람이 ‘흡입’했을 경우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확인된 적 없어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정읍분소 흡입독성시험연구센터장은 “PHMG나 PGH와 같은 수용성 물질은 입을 통해 먹더라도 일반적으로 체내흡수가 적다. 그러나 흡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 폐 안에 축적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폐 조직 안에서 물질의 독성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와 시민단체를 통해 공식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 의심 신고 수는 약 400여 건이며 이 중에서도 사망자만 무려 약 120여명에 달한다. 

보이지 않은 보상의 길

문제는 롯데마트가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 신고 건수가 늘고 있고, 보건복지부로부터 해당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로 의심되는 성분이 발견돼 제품을 수거 당했음에도 사과는커녕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오히려 대형 로펌 변호인을 선정해 적극 반박에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더욱이 올해 롯데의 경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터라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도 잇따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롯데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10여 곳 이상의 업체 제품도 함께 폐손상 물질 함유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신고 된 사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롯데 혼자 총대 메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상품개발 당시 법적 기준에 맞춰 진행됐다”면서 “정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에서야 총리실 주관 부처간 협의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레에 대한 조사를 재개한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롯데마트가 이를 계기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해당 업체들의 반박 자료가 제출되면 법원에서 또다시 증거를 수집하고 유해성을 입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이나 현재 투병 중인 사람들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보상받을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마트에서 생활용품인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쓰다가 폐질환에 걸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가해 기업들은 일말의 사과 한 마디 없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 4월 9일에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난 3월에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심사 중에 있어 피해자들에게 보상의 길이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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