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어닝쇼크 당분간 지속되나
잦은 구설…내부 분위기 안 좋아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00년대 초반 ‘3300원 화장품’으로 초저가 화장품의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회장 서영필) 브랜드 미샤가 연 초부터 계속된 악재로 휘청이는 가운데 이광열 부사장이 어닝쇼크 직전 보유 주식 2만 주를 매도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울메트로 입점 매장 철수 소식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위광고로 인한 광고업무 정지 행정처분까지 받아 미샤의 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초저가 화장품의 선두주자로 이름을 알린 에이블씨엔씨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2억7800만 원으로 시장 예상치 96억 원보다 30% 이상 낮다. 순이익 또한 32.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실적 악화가 1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 투자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지속되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입국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화장품 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에이블씨엔씨는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을 통해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어 타 화장품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타사와의 경쟁력에서는 우위를 점치지 못한다.
또한 광고 등 마케팅 비용 증가와 후발주자로 뛰어 든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의 영향으로 미샤의 국내 매장 입지가 휘청이고 있다.
손효주 HI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도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국내 업체 간 과잉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가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할인과 광고에 의존하는 성장은 한계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2월, 1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종합광고대행사 리프앤바인을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이후 미샤의 새 모델 고준희·박주미·이혜상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는 ‘리얼 컴플릿 비비크림’ 광고 제작을 리프앤바인 측에 담당케 했지만 오히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액 대비 광고비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광고 사업에 진출해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샤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일명 보라병 에센스)’에 대해 허위 광고 혐의로 2개월 광고업무 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이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무(無)파라벤’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에이블씨엔씨 측은 “문제의 제품에서 40ppm의 파라벤이 검출 됐지만 이는 극소량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6월부터 파라벤이 함유되지 않은 원료로 교체해 판매하고 있다”고 사과 한마디 없이 문제를 일단락 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앞선 지난 3월에는 서울메트로에 입점한 미샤가 매장 철수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또 한 번 급락했다. 지난 3월 12일 미샤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4900원 떨어진 7만5600원을 기록했다. 내용인 즉 2008년 이후 5년간 독점해온 미샤 매장을 오는 7월 계약 연장 없이 철수하고 53개 매장 운영권에 대한 공개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서울메트로의 수송 승객 수는 하루 평균 약 397만 명(2009년 기준)으로, 전체 매장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서영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샤의 메트로 입점과 관련해 계약서 제4조에 적시돼 있는 ‘2년 연장계약’이라는 문구를 둘러싸고 소송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혜니 불공정이니 하는 외부의 자의적 평가에 휘둘리기 싫어 깔끔하게 법으로 판결 받는 것이 좋겠다”는 소송 관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광열 에이블씨엔씨 부사장이 1분기 어닝쇼크 발표에 앞선 보유 주식 9만6674주 중 2만 주를 매도해 12억 원을 챙긴 것을 두고도 한바탕 설전이 오갔다. 이 부사장은 이번 주식 처분으로 12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을 챙겼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판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미리 손을 쓴 것”이라고 이 부사장의 고의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는 뒷전 마케팅에 열 올려
한편 미샤는 매달 10일을 ‘미샤 데이’로 정하고 전 품목 20% 할인 행사를 펼치는가 하면, 1년에 두 차례를 ‘빅 세일’ 기간으로 지정해 소비자의 구미를 자극했지만 타사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너도나도 할인 행사에 뛰어들면서 미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의 역공이다. 과거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던 더 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희망고데이’ 등을 통해 할인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아모레G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엔프라니의 홀리카홀리카, 한국화장품의 더샘 등까지 할인 정책에 동참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미샤 등 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제돈 주고 사는 것은 바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네티즌들은 이미 ‘로드샵 세일 달력’까지 만들어 필요한 제품을 세일하는 기간에 맞춰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