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이동통신사 요금제 불만…가입자는 봉
[소비자고발] 이동통신사 요금제 불만…가입자는 봉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5-20 10:52
  • 승인 2013.05.20 10:52
  • 호수 995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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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안 쓰는데도 이용료 내라?



판매자 권유로 가입…남아도는 기본제공량
좀 더 세분화된 선택 요금제 도입 시급

[일요서울 ㅣ유수정 기자]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 U+)의 이동전화서비스(3G·LTE) 이용자가 요금제별 기본 제공량(음성통화·문자·데이터통신)을 모두 사용하지 못해 필요이상의 요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에 따른 불만이 곳곳에서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일수록 자신의 이용패턴과는 상관없이 판매자의 권유나 기기선호도를 바탕으로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요금체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해 8월 한 달간 스마트폰 이용 유경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사 요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이 각각 41.2%와 18.1%로 총 59.3%에 달하는 인원이 현 요금체계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현 요금제에 만족하는 소비자는 고작 5.9%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54.4%의 응답자들은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았으며 통신사마다 요금제가 비슷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선택의 여지없이 사용한다는 의견도 14.3%나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3G 및 LTE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자 1511명을 대상으로 요금제별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본제공량 대비 평균사용량이 월등히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사의 ‘3G 54 요금제(음성 300분, 문자 200-350건, 데이터 무제한)’ 가입자의 월 평균 음성통화 사용량은 기본제공량의 74.3% 수준이었다. 또 문자 이용은 36.1%에 불과했다. ‘LTE 62 요금제(음성 350분, 문자 350건 데이터 5-6GB)’ 사용자 역시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각각 68.0%, 28.6%, 56.7% 가량밖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의 요금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LTE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일수록 본인의 이용패턴을 고려하기보다는 판매자의 권유나 기기선호도 때문에 해당 요금제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17.1%의 응답자가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마련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16.1%는 고가 요금제 선택에 따른 요금 할인을 들었다. 이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사용량과 관계없이 요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요서울]이 서울소재 이동통신 3사 직영점 및 대리점을 방문해 휴대전화 신규 개통에 따른 요금제에 관해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5만 원 이상의 요금제를 권유했다. 새로 출시된 상품이라며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추천하는 경우도 많았고, 대부분의 젊은 층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점을 들며 LTE 무제한 요금제의 선택을 강요하기도 했다.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고려해 요금제를 추천하는 곳은 찾기 어려웠을 뿐더러 “해당 휴대폰 기종은 이 요금제 이하로는 못 산다”며 기기선호도를 이용해 높은 가격의 요금제를 추천하고 있었다. 이 중 단 한곳도 4만 원 이하 요금제와 관련해 설명해주는 곳은 없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그린디지털네트워크 국장은 “지난해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와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 등이 시행됐고 MVNO(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 활성화 등 여러 개선방안이 실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 소비자들이 여전히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 9월 7일 벌어졌던 갤럭시3의 보조금 전쟁은 여전히 기형적인 이동통신 요금 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와 닿지 않는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5일 이동통신서비스 단말기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으로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음성 22%, 데이터 48%) 및 우체국의 알뜰폰 판매지원을 통한 활성화로 이동통신 요금경쟁 본격화, 이용자 중심의 선택적 통신요금 체계 마련, 이동전화 서비스와 단말기의 분리 요금제 등이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안은 LTE 선택형 요금제 출시를 통한 사용자의 선택권 확대로, 음성과 데이터의 이용량이 한쪽에만 편중돼 있는 경우 이를 개인의 이용 패턴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방안이 시행될 경우 이용자의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동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이동통신시장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요금 경쟁으로 전환되고 알뜰폰 활성화 맞춤형 요금제 강화 등을 통해 통신비 부담 경감을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MVNO 가입자에게도 제공키로 했다”며 “같은 기간 중 LTE 선택형 요금제 역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로 보조금 경쟁 시장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면서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안에 동참한 셈”이라고 밝혔다.
KT 역시 다음 달 중으로 알뜰폰 가입자에게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이 일반 소비자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MVNO 사업자를 통한 알뜰폰 이용자는 극히 소수일뿐더러 선택형 요금제 역시 데이터와 음성 사용량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에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이 같은 요금제가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기본제공량이 정해진 기존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 3사가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해 내놓은 방침으로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라고 역설했다.
서울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28)씨 역시 “요금제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4만 원 이하 요금제는 권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본사 측이 판매 실적이 저조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내리는데 우리로서는 고객에게 비싼 요금제 가입을 추천한 뒤 현금으로 되돌려주겠다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김선희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유통조사팀 차장은 “소비자 스스로가 서비스 가입조건을 꼼꼼히 비교해본 후 자신의 이용패턴에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며 “고가 요금제나 약정기간이 길수록 요금 할인금액이 많아지지만 중도해지(번호 이동 포함)시 이미 할인받은 요금을 반환하게 되므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대리점 및 판매점과 일정기간동안 특정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사용을 약정한 경우 그 기간이 경과하면 지체 없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로 변경하고 필요 없는 부가서비스는 해지해야하며 사용량이 많이 남을 경우 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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