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사조그룹 너마저… 갑의 횡포에 “을 뿔났다”
농심·사조그룹 너마저… 갑의 횡포에 “을 뿔났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5-20 10:47
  • 승인 2013.05.20 10:47
  • 호수 994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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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다반사…반품은 나 몰라라

▲ 지난 4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주최 '대기업-영업점간 불공정 거래'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린 국회에서 참석자들이 김진택 농심특약점전1국협의회 대표가 농심의 불공정 약정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법 난무한 대기업에 하청업체 불신 확산
피해사례 폭로에도 기업들 “배째라”에 당혹

갑의 횡포에 대항하는 을의 반격이 무서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앞서 밀어내기·막말파문 등으로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은 끊임없는 을의 공격에 결국 머리를 숙였다. 아울러 범국민적 분노를 살만큼 갑의 횡포 논란이 확산되자 그동안 갑들을 대변해왔던 정치권도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여기저기서 을 지키기에 열을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농심(대표 박준)과 사조그룹(회장 주진우)이 남양유업 못지않은 못된 갑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선 “갑의 횡포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농심과 사조그룹 역시 남양유업과 같은 추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김진택 농심특약점협의회 회장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농심의 횡포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냈고 더불어 사태를 방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리고 결국 자신도 힘없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서도 갑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는 “특약점 계약 당시 ‘신용보증서를 끊어오면 일단 외상을 주겠다’, ‘많은 이익을 남기도록 해주겠다’ 등 농심 측의 말만 믿었다”면서 “그런데 실상은 너무도 달랐다. 그럼에도 생계가 달려 있어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계약 이후 사측의 제품 밀어내기와 과도한 판매목표량 제시가 이어졌고, 부당한 계약서에 의해 완전히 노예생활을 했다. 반품을 잘 받아준다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김 대표가 건넨 계약서에는 ▲판매 능력 부족으로 시장을 위축시켰을 경우 계약 해지 ▲약정서에 의문이 생겼을 경우 갑의 해석에 따름 ▲계약 해지 통보는 사전 통지 없이 해지의 효력이 발생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계약서부터 완전히 특약점을 옥죄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면 (특약점 계약 시) 연대보증을 섰던 이들에게 일시적으로 갚으라고 통보하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막무가내로 계약을 해지 한다”고 말했다.

또 사측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NCDP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농심 측이 특약점 평가 시 경영상 문제·가정 문제·사생활 문제·인성·생활태도 등을 기준 삼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특약점 점주들은 공정위 근처도 못 간다. 괜히 사진이라도 찍히면 바로 압력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더욱 나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같기도 하다. 이러한 사항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공정위와 검찰에선 오히려 농심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발을 했는데 ‘농심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문서만 달랑 보낸 채 소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그는 본사 직원의 삥처리 문제, 대리점과 대형마트의 이중가격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도 향후 협의회 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주변 특약점주들의 도움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농심 측이 날 도와주는 특약점주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 국민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지만 농심은 시간이 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또다시 모두가 잠잠해지면 결국 똑같은 상황만 반복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화인코리아 인수 이면엔 편법 승계 꼼수

대기업의 횡포는 비단 대리점에 한정돼 있지 않았다. 대기업 사조그룹이 돈과 힘 그리고 법을 앞세워 중소기업인 화인코리아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선 화인코리아 대표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11월 화인코리아가 경영 위기에 있을 때 사조그룹이 도와줄 것처럼 접근한 후, 야욕을 드러내 편법승계와 일감몰아주기, 회생절차 방해 등 갖은 횡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당시에 대해 “사조의 경영진이 찾아와 ‘얼마가 필요하던지 도와주겠으니 열심히만 경영을 해달라’고 말해 이를 믿었었다”면서 “그러나 이후 사조는 애드원플러스라는 위장계열사를 통해 담보채권을 자사 몰래 구입했고 화인코리아를 파산의 길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인코리아의 인수로 인해 사조그룹은 1500억 원 대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차남 주제홍씨에게 편법승계가 수월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조가 중소기업인 화인코리아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경영권도 빼앗긴 상태임을 밝히며 “현재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에 넘어가버린 무리와 화인코리아를 지키려는 무리가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사조그룹의 힘이 강력해 화인코리아를 지키려는 무리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 역시 공정위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사조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돼 경실련과 참여연대, 전남도, 나주시 등이 나서 반발해 봤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조그룹의 자회사 부당내부지원에 대해 무혐의를 내리는 등 대기업 편에 서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조그룹이 유령회사인 ‘애드원플러스’에 인수·합병자금 185억 원을 빌려준 것을 부당내부지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공정위의 봐주기로 사조그룹이 금융권의 화인코리아 담보채권을 대량 사들일 수 있게 되면서 결국 회사매각 운명까지 맞았다”면서 “이 모든 것을 국민이 바로 잡아야만 한다. 결코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대기업위주, 있는 사람들에게만 힘을 실어주는 시대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 자체가 기성세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해당기업 억울 “통상적 영업활동” 주장

이 같은 을의 반란 속에 해당 기업들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농심 측은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통상적인 영업활동 방문일 뿐, 사찰은 절대 한 적이 없고 이미 해지된 김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이다”라며 “밀어내기·목표치 부과 등과 관련한 부당행위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특약점주들에게서는 어떠한 항의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다르게 사조그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할 말 없다”는 말로 일축,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앞서 14일에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피해협의회 측 이야기가 사실이고 객관적이라면 경제적 약자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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