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 냉동 중국산… 보신하려다 병 나겠네
30%가 냉동 중국산… 보신하려다 병 나겠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5-20 10:38
  • 승인 2013.05.20 10:38
  • 호수 99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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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사각지대에 놓인 개고기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합법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수많은 개들이 마구잡이로 도축되고 있다. 매달기, 때리기, 몽둥이로 패기, 전기도살 등의 다양한 도살방법들이 동원되어지고 있다. 개에 대한 학대는 물론 위생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개고기의 경우 무엇을 먹여서 키웠는지, 어떤 과정으로 유통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냉동 개고기’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법에서는 개를 기를 수 있는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 대상엔 빠져있다. 반면 식품위생법에서는 개고기를 사실상 음식물로 인정하고 있다. 개고기를 둘러싼 법 규정도 모호해 이 같은 문제를 모두가 나 몰라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모란시장은 ‘개시장’으로 유명하다. 모란시장은 전국 개고기 유통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모란시장에 들어서면 왼편에 일렬로 늘어선 상점에는 철장에 식용 개들이 갇혀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하나의 철장에 적개는 20마리에서 많게는 30마리 정도의 개가 갇혀 있다. 판매대에서 이미 도축된 개고기를 살 수도 있고, 즉석에서 개를 도축해주기도 한다. 도살에는 소나 돼지와 마찬가지로 전기충격기가 이용된다.

눈앞에서 전기충격기로 도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몸보신을 위해 개고기를 사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기력회복’ ‘수술 후 몸보신’ 등의 이유로 개고기를 사러 모란시장에 방문한다. 모란시장은 수차례 시민단체들의 ‘개고기 반대’ 농성 등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개시장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란시장에서 매매되는 식용 개는 하루 평균 1000여 마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205만 마리의 개가 소비되며, 개고기 시장 규모는 1조40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인은 1년에 평균 4.6회 가량 개고기를 먹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자가 모란시장을 찾은 지난 14일에도 개고기 판매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개고기 판매 상점들은 수십여 마리의 개들을 철장에 가둬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철장의 개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듯 눈이 빨갛게 충혈 돼 있었다. 개 한 마리당 20만 원 선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한 상점 주인은 기자가 가격을 묻자 “(철장 안을 가리키며) 개를 고르면 눈 앞에서 바로 잡아 건네줄 수 있다. 원하면 추가비용만 내면 수육, 보신탕 등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판매대 앞에 시뻘건 개고기를 상온에 보관한 채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대 옆에는 식용 개나 닭, 오리, 토끼 등이 갇힌 철장이 바로 옆에 있어 먼지와 미생물 등으로 인한 부패와 변질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판매상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기자가 고기의 유통기한을 물어보니 대부분의 판매상들은 “오늘 잡은 개라서 신선하다. 따로 유통기한은 없다”라고 말했다. 요즘 같이 점점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날씨에 육류가 상온에서 보관되면 세균 증식이 빨라져 부패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샀다.

개고기의 경우 냉동을 할 경우 조리 후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냉동육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 음식점으로 운반될 때도 냉장 냉동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일반 차량으로 운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는 한 시장 손님은 “전기충격기로 눈앞에서 개를 도살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한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제8조에는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완견도 개고기 시장서 거래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개는 현행 축산법 제 2조에 따른 시행규칙에 가축으로 명시돼 있고,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가축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도축에서 가공·판매에 적용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2조에는 소, 말, 양, 돼지, 닭 등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13종류의 동물만이 가축으로 규정돼 있을 뿐 개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처럼 개가 가축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적으로도 개의 범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이처럼 개 도축이 제도권 밖에 있는 탓에 위생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최근에도 드러났다.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 3만여 마리를 식용견에게 먹인 뒤 전국으로 유통한 업자가 지난 2일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식용견 유통업자 최모(38)씨는 2011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2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며 폐사한 돼지 3000여 마리를 사들여 사료로 가공한 뒤 개에게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악성장염인 살모넬라균 및 대장균 세균성 질환에 감염돼 돼지를 도축한 뒤 내장 등 부산물을 함께 갉아 사료로 식용견 750여 마리에게 먹인 뒤 경기도 모란시장과 부산 등 전국에 유통했다. 경찰 관계자는 “죽은 돼지는 전염병으로 전파될 수 있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됐고, 이를 사료로 먹은 개들도 병에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개들은 살아있는 상태로 전국에 공급됐다”고 밝혀 우려를 샀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개농장 등에서는 개 한 마리가 하나의 철장에 갇혀 있는 경우도 드물다. 대다수의 농장에서는 개 여러 마리에서 수십여 마리가 하나의 철장에 갇혀있다. 대부분 배설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육장 안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난다. 상처입거나 아픈 개들이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매우 드물어 죽은 개들이 그 자리에서 썩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식용개들 뿐 아니라 애완견들 역시 개고기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리트리버, 푸들, 요크셔테리어, 불독, 슈나우저, 시추, 코커스파니엘 등 애완견으로 여겨지는 개들도 도살되어 시장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견, 번식견으로 이용되다 나이가 들어 번식 능력을 상실한 개들 등이 경매장을 통해 개고기 유통업자 등에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뿐 아니다. 개고기 도매시장에서는 ‘중국산 개고기’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되는 개고기 중 약 30%는 중국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밀항선을 통해 들어오는데 국내산보다 가격이 싸다. 뭘 먹여서 키웠는지도 알 수 없고, 언제 도축됐는지도 모르며, 검역도 거치지 않은 고기가 공공연하게 수입·유통되는 것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중국산 냉동 개고기가) 유통된다는 것은 개장수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산 냉동 개고기가 국내에서 사실상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 루트를 잡지는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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