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조폭 영화 대사중 유행한 말이 있다. ‘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주연 배우 하정우가 말한 ‘살아 있네~’라는 대사와 ‘친구’라는 조폭 영화에서 장동건이 친구 유오성에게 건넨 말중에 ‘너나 가라 하와이’가 유행했다. 유행어에 근접한 정치권 인물이 바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상득 전 의원이 있다.
2012년 7월 12일 새벽 0시 21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78)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서울 구치소로 향했다. 앞서 12시간전인 11일 오후 12시 27분에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들로부터 넥타이를 잡히고 계란세례를 맞을 뻔한 봉변을 당한 후였다. 구치소로 향하는 그날은 비까지 추적추적내리며 이 전 의원의 모습을 더욱 초췌하게하고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구치소 영어 생활을 한지 10개월이 지났다. 친동생인 이 전 대통령은 그를 ‘특별사면’하고자 했으나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4월10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볼 만한 소명이 없다’고 기각했다.
지난 5월 15일에는 ‘행정착오’라고 하지만 재산세 200만 원 체납 때문에 13억 원이나 하는 서울 성북동 자택이 압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 전 의원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압류 사실을 알았다’며 무신경한 지인들에게 간접적으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명박 정권때 ‘상왕정치’,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던 시절을 회고하면 권력 무상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서울 구치소에 면회 오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새삼 ‘권력 무상’을 느끼고 있다는 게 이 전 의원 측근의 전언이다. 2012년 7월12일 구치소에 들어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를 간다는 이 측근은 “당내 H 의원은 면회를 온다고 해 영감에게 말을 3번이나 전했다”며 “재보궐 선거니 의정활동이니 지역구 행사로 차일피일 면회를 미루면서 마음이 상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전 의원이 처한 엄연한 정치 현실이다.
반대로 DJ정권 승승장구하다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영어생활을 거쳐 극적으로 생환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권력의 힘을 재차 실감하고 있다. 지난 대선전에 그는 문재인 대권, 이해찬 당권 등 3인 연대로 ‘담합의혹’을 받으면서도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 주류가 힘이 빠질 것을 예상한 박 전 원내대표는 ‘친노 주류 그룹은 전당대회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며 사실상 연대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당권을 잡은 김한길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의 최측근인 박기춘 전 원내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기용했다.
최근에는 검찰과 경찰마저 박 전 원내대표의 눈치를 살피는 정황이 감지돼 권력 실세임이 재차 화제가 됐다. 박 전 원내대표의 K보좌관의 음주 운전 사건이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 처리가 유야무야되면서 검경이 ‘박지원 눈치보기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순 오후 서울 강변북로 갓길에 중형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록 차가 움직이지 않자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해보니 박 전 원내대표의 K 보좌관이 운전석에 자고 있었다. 경찰은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보고 음주 측정을 했고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가 나왔다.
하지만 K보좌관은 “술은 마셨지만 운전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고 또 “대리를 부른 것은 아니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해서 강변북로까지 갔고 문제가 생겨 그 사람은 차에서 떠났고 운전석에 잠깐 앉아 잠을 잤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부분 음주운전자가 그렇게 진술해 정황상 음주운전을 한 게 맞다고 판단해 올해 1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반년이 지나도록 검찰은 K보좌관을 기소할지 아니면 무혐의 처분할지를 두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박 전 원내대표의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일반인 사건이라면 벌써 사건을 종결하고도 남았을 가벼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의 파워가 그의 보좌관까지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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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