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 청와대 대변인 윤모씨와 안자지어(晏子之御)
[기자수첩] 전 청와대 대변인 윤모씨와 안자지어(晏子之御)
  • 김대운 기자
  • 입력 2013-05-18 15:11
  • 승인 2013.05.1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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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를 탓하기에도 너무 옹색

[일요서울 | 김대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빈 방미를 수행했던 전 대변인의 현지에서의 추행사건은 이유를 불문하고 본인의 자질을 의심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에서 비롯된 불통인사가 문제였다는 야당의 뒤늦은 정치공세도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윤 전 대변인은 인사권자로부터 면직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은 별정직으로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방미 수행 중 발생한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방미의 성과는 묻혀버렸고 윤씨로 인해 국민의 자존심과 명예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문화적차이에서 올 수 있다는 윤씨의 해명성 기자회견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그 위상이 한층 올라가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위상을 한순간 무너뜨리며 재미 동포 나 해외동포들로부터도 거센 비난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씨의 기자회견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더 큰 혹을 붙이고 말았다.
 
피해자의 부친은 자신의 딸이 윤씨가 밝힌 그 정도의 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했겠냐며 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유도하고 있다.
 
윤씨가 말하는 문화적 감각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피해 학생이 장차 외교관을 꿈꾸고 있었다는 말을 종합해 윤 씨의 행적에 대해 유추해본다면 윤씨가 술 한잔 마신김에 자신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과시하는 현시욕(顯示慾)으로 피해자를 불러들이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가능하리라 본다.
 
이것이 윤씨가 말하는 한국의 문화라는 것일까?
 
우리 문화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으로 남녀가 7살만 되어도 같은 자리에 앉지도 말아야하는 것임에도 같은 자리도 아닌 같은 방으로 유인했다면 글을 써왔다는 윤씨는 한국의 문화를 스스로 왜곡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위치에서 24시간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자신의 직분을 이미 상실한 채 음주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공무수행 일탈행위임에도 윤씨는 한 발 더 나아가 추한 행동까지 보였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사기(史記) 관안열전(管安列傳)에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말이 나온다.
안자지어(晏子之御)는 변변치 못한 지위를 믿고 우쭐대는 기량이 작은 사람을 뜻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신으로 영공(靈公) 장공(莊公)을 섬기고 경공(景公)때는 재상이 된 안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안영은 재능이 뛰어나고 겸손하면서 제나라를 천하의 강국으로 만들 만큼 치세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공자(孔子)는 그런 안영에게 안자(晏子)라는 경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백성의 존경심을 받고 있는 안영이 어느날 마차를 타고 외출을 하게 되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부리는 어자(御者·마부)는 안영이 탄 마차만 지나가면 사람들이 경외(敬畏)의 눈빛으로 길을 비켜주거나 엎드리곤 해서 마치 자기가 위대해진 듯 착각한 가운데 우쭐거리며 마차를 몰았다.
 
마부가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면서 마치 자신이 안영이라도 된 듯 착각 속에 마차를 몰고 있는 모습을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살며시 내다보니 재상 안영은 다소곳이 겸손하게 앉아 있는데 마부 주제에 거드름을 피우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역겨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느닷없이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영문을 모른 남편이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안자(晏子)께서는 키가 작아도 재상이 되셨고 그 명성도 자자함에도 그 모습은 의연하고 겸허하여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반면 당신은 8척이나 되는 큰 키로 남의 마부나 하는 주제에 목에 힘이나 주고 우쭐대는 그런 당신과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완장만 채워주면 우쯜대며 거드름을 피우고 교만해지며 현시욕(顯示慾)으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자가 어디 제 나라 시대의 어자(御者:마부)뿐일까?
 
혹시 어자(御者·마부)가 이 시대에 환생한 것은 아닐까?
 
이후 아내의 설득과 훈계로 태도가 달라진 어자에 대해 이를 꾸준히 지켜본 안영은 벼슬을 추천했고 어자는 아내 덕분에 벼슬까지 받았다. 그러나 윤씨는 받은 벼슬까지 타의에 의해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다.
 
윤씨가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인생의 길흉화복은 항상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를 탓하기에는 너무 옹색한 처지에 놓였다.

dwk0123@ilyoseoul.co.kr

김대운 기자 dwk0123@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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