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기사 전면 파업 사태 ‘전말’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전면 파업 사태 ‘전말’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5-13 10:42
  • 승인 2013.05.13 10:42
  • 호수 993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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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봉이냐” 운송거부 확산…장기화 조짐

 

통합 전·후 계속해서 말 바꾸는 사측에 기사들 폭발
택배 수수료 낮추고 불합리한 패널티 제도 강요 ‘논란’

협상 테이블엔 나서지 않은 채 언론플레이만…왜
일각에선 구조조정의 신호탄 이야기도 흘러나와

[일요서울 ㅣ박수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글로벌 톱5 물류기업 도약’ 포부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측에서 CJ GLS와 대한통운과의 합병 당시 대한통운 기사들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식의 무리한 합병을 진행했다가 된서리를 맞게 된 것. 대한통운 택배의 일부 영업소장들은 CJ대한통운 측에서 합병 전과 후의 말이 전혀 다르다며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수수료인상과 패널티제도 철회 요구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측이 쉽게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타 지역은 물론 CJ GLS 역시 수수료 인상과 함께 페널티제도를 철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경우 회사 측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인 셈이다. 과연 이 회장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상생 경영을 보여줄지, 아니면 비대위 측이 포기선언을 할 것인지 갑과 을의 싸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1년 말 대한통운을 인수한 CJ GLS는 지난 1월 대한통운과의 합병 계획을 밝혔다. 두 기업은 CJ 물류 계열사로 통합 당시 자산규모는 약 5조5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업계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들의 합병 소식에 물류계의 공룡이 등장했다면서 향후 물류사업 성장은 물론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 회장 역시 2020년 매출 25조 원의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번 통합으로 인해 배송 밀집도가 늘어나 택배기사들의 수익성이 최대 40% 이상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배가 넘는 지역별 거점 운영으로 네트워크가 더욱 촘촘해져 터미널에서 배송까지의 이동거리가 줄고 배송 밀집도도 크게 늘어나, 배달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이동거리 단축은 유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택배기사의 수익성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CJ 대한통운 측은 “이번 통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택배기사들의 업무 환경”이라며 “기사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스템 통합으로 기사 분들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 측의 입장과 달리 통합을 한 달 앞둔 지난 3월, CJ대한통운 광주지역 택배 노동자 150여명은 ‘CJ대한통운 택배원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수수료 인하 반대와 함께 패널티제 폐지를 촉구했다. 
광주 비대위는 집회를 통해 “사측이 통합과 함께 4월부터 택배 수수료를 기존 920원에서 820원으로 100원 인하하겠다고 밝혔다”며 “수수료는 택배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목숨이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수수료 인하 철회를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물류량 증가로 인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물류량 증가도 소폭에 그친다. 평소 100개 정도의 택배를 배달했다고 하면, 이번 통합으로 인해 늘어난 물류량은 고작 120개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다면, 늘어도 늘어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CJ대한통운 측은 “체계가 달랐던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진 만큼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
다. 이로 인해 일부 수수료가 올라가는 지역, 동일한 지역, 내려가는 지역이 생겼다”며 “광주 지역의 경우 회사가 계속 조율을 할 것으로 서로 합리적인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광주와 달리 다른 택배기사 분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라며 “광주 측에서도 일단 시행을 해보고 문제를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 벌고 싶으면 노동 강도 높여라?
그러나 양사가 통합된 지 한 달 후, 이번에는 수도권 지역의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사측이 통합 전과 태도를 바꿨다며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통합이 되자 택배 수수료를 낮추고 불합리한 패널티제도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 일부 택배기사들은 지난 4일부터 CJ대한통운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CJ대한통운 택배물량 운송 거부에 나섰다.
비대위 측은 “물류 통합 시행으로 물류량 증가는 7월부터인데 배송 수수료 인하는 4월부터 적용됐다. 게다가 6월까지 유예해 준다던 패널티제도는 오는 13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앞서 했던 약속들이 한 달 만에 뒤집혔다”며 “광주 역시 합의 봤던 수수료 가격보다는 더 인하되는 등 사측에서 계속해 말을 바꾸고 있다”고 파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비대위 측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택배수수료 인하 및 패널티제도 철회다. 특히 비대위 측은 앞서 사측이 주장했던 바와 같이 수수료가 인하된 상황에서 물량 통합으로 인한 수익 40% 증가는 말도 안 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면 보통 택배 기사의 경우 하루에 150~300개, 한 달이면 3000~4000개를 배달한다. 수익은 300~400만 원 선. 하지만 택배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인 만큼 본인 부담으로 유류비, 지입료, 통신비, 차량 유지비로 100원 가량이 들어가고 여기에 고객 불만족으로 인한 패널티와 수수료 인하로 인한 금액 차감까지 감안하면, 결국 손에 쥐게 되는 월급은 150~ 200만 원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 토요일 근무가 오후 5시까지인 노동시간을 생각하면 노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월급인 셈이다.

때문에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인하된 수수료를 메우기 위해 배달을 더 하라는 사측의 태도는 일을 그만두던가 일을 하다가 중간에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회사 측에서 배달 구역이 좁아진 만큼 일의 능률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던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수료가 깎인 만큼 기존 100개 하던 것을 120개 하면 월급이 같아지니 배달을 더 하라고 하는 것은 밤 12시까지 일하라는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욱이 지난달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 및 배송 지연으로 거래처가 모두 끊겼다”며 “통합을 했음에도 일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비대위 측은 패널티제도 역시 문제 삼았다. 양쪽 간의 합의 없는 일방적 패널티제도는 하도급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것. 특히 화물이 집하에서 고객에게 배송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파손 건에 대해 고객이 클레임을 할 경우, 집하사원과 배송사원에게 공통으로 파손금액을 전가시키는 부분과 간선하차 후 행적이 없는 화물에 대해서도 해당 주소지의 배송사원에게 근거 없는 이유로 분실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원청의 횡포라는 주장이다. 
패널티제도를 통한 포상제도에 관해서는 사생은커녕 서로 죽이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지적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사측이 제시한 포상제는 각 사업장끼리의 경쟁심 유발을 통해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로, 잘하는 사업장에게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비대위 측은 “포상금이란 회사 돈으로 잘하니깐 주는 것이다. 한 쪽에서 뺏은 금액으로 다른 한 쪽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옆이 죽어야 내가 사는 구조로 상생은 찾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 보도자료 통해 ‘사실무근’ 반박
파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지난 8일 CJ대한통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건당 택배수수료가 880~930원에서 800원으로 일괄 인하했다’는 주장에 대해 “올 4월 GLS와 통합하면서 전국 행정구역별 면적당 평균 배송수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책정해 표준 배송수수료 단가를 배송량에 적용한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역은 기존과 비슷한 수수료 단가가 적용됐고, 일부 지역은 과거에 비해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회사 측은 “현재 지급하고 있는 평균 택배수수료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수료가 800원으로 일괄 인하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4월 3일 양사 통합 이후, 3개월간 평균 수입이 그보다 낮을 경우 차액 전액을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널티제도에 대해서는 “모든 택배회사가 도입해 운영하는 제도”라면서 “고객의 물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배송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CJ대한통운 측은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상품의 배달과정에서의 분실, 훼손 및 불친절 등이 있을 경우 그 귀책사유가 어디인지를 규명하는 처리 프로세스를 규정한 것”이라며 “통합 이후 택배기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앞으로도 금전적인 패널티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비대위 측은 “사측이 밝힌 것은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것인데 왜 협상 테이블에는 나서질 않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계약서 작성을 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팽배한 신경전 합의 가능성 있나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사측에서 합의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현재 참여 지역과 합의를 볼 경우, 형평성에 맞게 참여하지 않은 지역도 수수료 인상과 함께 패널티제도 철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CJ GLS 쪽도 함께 따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택배비가 인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합병 과정에서 투자한 금액도 상당해 회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타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시점인 지난 4일 이후, 비대위 측의 협상을 요구를 사측은 거부한 채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협상을 통해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조정할 것은 맞춰 조정하는 게 같이 가는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측은 아무리 협상하자고 해도 협상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복귀하지 않을 시 ‘고객의 불편과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인력에 대한 고소장과 손배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사측이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우리를 누르면 모든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사측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 데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인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통합으로 인해 구역이 겹치다 보니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 더욱이 CJ GLS의 경우 대한통운처럼 기사가 아닌 수수료가 저렴한 용달(119)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사측에서 인력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일부 CJ GLS의 경우 저단가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대부분이 중년 여성으로 이들은 기존 기사들의 수수료보다 현저히 낮은 640원으로 택배 차량이 아닌 개인 자가용을 이용해 작은 물품들을 배달하고 있다. 수수료가 낮다보니 기존 택배기사보다 2배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일요서울]이 한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품 배송에 있어 택배차량 번호판이 아닌 개인 차량 번호판을 사용한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CJ대한통운 측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여성 인력을 동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이 CJ대한통운 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파업은 현재(10일) 광주, 전주, 청주, 천안 창원, 인천, 부천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만 1000여 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번 사태에 과연 CJ대한통운 측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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