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예수의 12사도 중 한 사람인 유다는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았다. 최후의 만찬 시, 그 기도가 폭로돼 체포됐을 당시 유다는 먼저 예수에게 입을 맞춰 병사들에게 예수를 알렸다. 그러나 결국 유다는 참회해 돈을 돌려주고 목 매달아 죽었다.
성경 속 유다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됐다.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한 예수와 12사도의 마지막 식사 장면은 레오나드로 다빈치를 비롯해 틴토레토, 루벤스, 후아네스 등 당대 화가들이 화폭 속에서 담아낼 만큼 매력적인 소재였다. 특히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는 결정적인 장면인 ‘유다의 입맞춤’은 두치오와 지오토 등의 화가들에 의해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지금까지의 예술작품은 유다를 배신자로, 예수를 초월적 존재로 그려왔다. 하지만 관객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뮤지컬이 나타났다. 40년 전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6년 만인 지난달 26일 한국 무대에 올랐다.
파격적인 캐릭터로 분한 예수와 유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모든 것이 파격적이다. 예수를 슈퍼스타에 빗댄 발칙함부터 죽음을 앞둔 예수의 인간적인 고뇌,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유다 캐릭터까지. 이 작품은 관객에게 시종일관 새로움과 마주하는 충격 아닌 충격을 받게 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음악도 헤비메탈 락이다.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진행되는 락 오페라 형식인 만큼 공연 내내 락 스피릿 충만한 예수의 샤우팅(shouting)을 만날 수 있다.
극은 예수가 죽기 7일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를 존경하면서도 그의 이상주의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불만이 커져가는 유다. 유대인들의 구세주로 존경받지만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과 민중을 불쌍히 여기는 초월적 존재의 예수. 동시에 인간적 번뇌와 고민이 가득한 예수 이야기가 한데 섞여 극이 시작된다.
이 극이 파격적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예수의 캐릭터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신의 아들의 인간적 고뇌를 다뤘다. 빌라도에게 잡혀가기 전 겟세마네 언덕에서 예수가 기도하며 부르는 노래인 ‘겟세마네’는 “나는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내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를…”이라는 노랫말처럼 그동안 감춰졌던 인간적인 면모의 예수를 담아냈다. 극의 클라이맥스인 이 곡은 무려 3옥타브 반을 넘나드는 고난이도 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슈퍼스타 무대만 3차례, 400여 회 가까이 출연한 마이클 리와 박은태가 맡았다.

또 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유다. 이 뮤지컬은 역사 속에서 철저한 배신자로 다뤄졌던 유다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처음부터 예수의 행적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던 유다. 그는 예수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더욱이 유다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열성분자였다. 그로인해 유다의 인간적 의지와 신의 계획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다와 예수의 갈등, 그 갈등이야말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끝까지 예수의 죽음을 막으려 한 유다의 모습은 선과 악으로 나눠진 이분법을 거부하며 독특한 무대를 꾸민다. 유다 역에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윤도현과 인디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캐스팅됐다.
슈퍼스타. 많은 사람의 우상이 되다시피 한 사람이란 뜻이다. 반대로 한순간이 인기가 사라지는 거품 많은 자리기도 하다. 스스로가 슈퍼스타가 되기보다는 주변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 어쩜 당시 예수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연의 말미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넘버 슈퍼스타(Superstar)라는 곡을 유다와 댄서가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 넘버 이외에도 클래식과 락을 한데 녹여낸 독창적인 음악들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음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 어떻게 사랑하나(I don’t know how to love him) 등도 음악감독 정재일의 손끝에서 새롭게 재창조됐다. 원곡을 선호하던 팬이라면 정재일의 편곡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뮤지컬계의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다음달 9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