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00여 일 맞은 세종시 부실 실태
출범 300여 일 맞은 세종시 부실 실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5-07 10:24
  • 승인 2013.05.07 10:24
  • 호수 922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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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세종? 분통터지는 입주민들

도시기반시설 확충·생활 개선 요구 봇물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부실시공 우려도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세종시 입주 주민들의 아우성이 시끄럽다. 지난해 7월 세종시 출범 기념 테이프 커팅행사 후 6개월 사이 인구가 12.3% 늘었지만 도시기반시설 미비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통상 400여 일이 걸리는 학교 신축 공사를 300여 일 만에 해결해야하는 등 무리한 공기(공사기간) 단축 탓에 건축물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요서울]이 지난 1일 세종시를 방문할 당시에도 공사는 한창이었지만 주변상권 비활성화로 불만을 호소하는 입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도시다” 지난 1일 세종시 출범 300여 일을 맞아 [일요서울]과 첫 만남을 가진 현지인의 말이다. 시작인만큼 부푼 기대감이 엿보였지만 이내 씁쓸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시작된 만큼 앞으로 준비돼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출범 당시 10만746명이었던 인구는 지난해 말 11만3천117명으로 1만 명 이상 늘었다. 외국인(지난해 11월 말 현재 2290명)을 포함하면 시내 전체 인구는 11만5400명을 웃돈다. 이 같은 결과는 세종시 출범과 동시에 정부세종청사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입주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까지 세종시에는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6개 중앙행정기관이 입주했다. 지역 캐치프라이즈도 ‘행복도시 세종’이다.  

6개 행정기관 입주…인구 11만

하지만 도시기반시설이 미비해 불만을 성토하는 입주민이 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은 도시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시설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동법 시행령 제 2조에서 정의하는 시설이다. 여기에는 교통시설과 광장·공원과 같은 공간시설, 학교·운동장과 같은 공공·문화체육시설, 방재시설, 보건위생시설, 환경기초시설 등이 속하는데 아직 세종시 인구가 흡족해하기엔 시설물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오는 2015년까지 이관받아야 할 공공시설물은 복합커뮤니티·광역지원복지지원센터, 생활권 도로, 교육시설 등 사업 진행 중이거나 시범 운영 중인 77개 시설이지만 이미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다달아 이관이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이관 받아 위탁관리로 전환한 은하수 공원은 올 상반기 적자만 6억 원에 달하고 있고 인구대비 가동률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7~8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신축 건물과 관련해 무리한 공사기일 단축 탓에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세종지역 학교 신축과 관련해 공사기간이 턱없이 짧다는 지적도 많다. 통상적으로 학교를 짓기 위한 공사기간이 400일 이상 걸리는 데 반해 내년 세종시 1생활권 내 신설되는 9개교(당암유치원·연양유치원·미르유치원·미르초·연양초·당암초·고정중·새롬중·고정고)의 공기는 대부분 300일에 불과하다. 그것도 장마철 폭우, 동절기 한 파 등 자연현상이 겹치기라도 하면 공사기일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콘크리트 강도 조절 실패로 부실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세종시 건축’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글귀 또한 ‘명품도시라는 말이 무색한 세종시 부실 건축물’이다.
그 아래로도 ‘세종시 00아파트 부실시공 의혹’ ‘세종청사 부실시공 논란… 벌써 3차례 물난리’ 등 정부세종청사 주변 건축물에 대한 불편한 제목의 글들이 상당수다.
‘1급 보안 청사 50걸음 옆 아파트 공사’라는 제하의 글로 청사의 보안문제를 지적하는 글도 있다. 대부분의 글들이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부실이 우려된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행복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세종시특별법이 개정된다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현재로선 재정 여력과 연계해 이관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시는 공공시설물 운영·관리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 꼭 이관 받아야 한다고 해서 이관 받을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상권 활성화 우선시 돼야

[일요서울]이 지난 1일 세종시를 찾았을 때도 정부세종청사 주변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택단지 건설을 비롯한 학교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짓기 위한 터 닦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웅장한 뼈대를 드러낸 건축물도 많았다. 국내 건설사들이 총집합했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많은 터에 건설장비와 건설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주변 식당 상권 비 활성화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을 하거나 음식점 한 곳에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근로자를 볼 수 있었다.  

3개월 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아직은 밥 먹기 힘든 동네다. 건설 현장 함바집처럼 운영하는 식당이 많은 것도 점심시간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오기 때문”이라며 “백반 말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면 싫어하는 식당도 많다”고 귀뜸했다. 빨리 먹고 나가는 손님 자리에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밥을 먹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했다.
시장 상권이 부족해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선 차량 이용이 불가피했다. 인근 타 지역으로 가야하는 불편함도 감내해야 했다.

이렇다보니 서울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많았고, 이들 조차도 불편해하긴 마찬가지였다. KTX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려 뛰다시피 BRT(광역급행버스)정류장으로 가지 않으면 버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다음 차는 10~20분여를 기다려야 한다. 오송역에서 청사까지는 택시비만 2만 원이 넘는다. 행정구역이 충북에서 세종시로 바뀌면서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는 버스전쟁이다. 청사 사이 공터에 수십 대의 퇴근버스가 서울로 향하는 공무원들을 기다린다. 버스자리 쟁탈전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광경을 연출한다. 한명이라도 더 타기 위해 고성을 높이는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버스를 놓친 한 공무원은 “정시 출발하는 경우는 없다. 거의 모든 버스가 꽉 차 기다릴 필요 없이 출발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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