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송지효의 다재다능함이 부각된 것은 2010년부터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게스트로 출연하던 그녀는 고정멤버로 굳혀지면서 탁월한 예능감을 발휘했다. 리쌍 멤버 개리와 ‘월요커플’로 등극하며 남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 또한 주어진 미션을 탁월하게 수행해 ‘에이스’라는 고퀄리티 별명을 얻는가 하면, 멍한 모습을 종종 보여 ‘멍지’라는 이미지도 따라붙었다.
‘런닝맨’의 감초MC 유재석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송지효와의 첫 만남 에피소드를 폭로해 그녀의 숨겨진 매력을 전하기도. 그는 “송지효와는 SBS ‘패밀리가 떴다’ 촬영에서 처음 만났다”며 “아침부터 시작되는 촬영에 이동시간이 길어 여배우 게스트들은 많이 지쳐한다. 그래서 촬영 장소에 도착하면 여배우들에게 ‘잠시 쉬다가 오라’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 송지효에게도 ‘쉬고 오라’고 권했더니 크게 좋아하며 방에 들어가 눈을 붙였다”며 “대부분 여배우는 잠깐 기대어 쉬는 정도인데 송지효는 털털한 정도가 아니었다. 떡실신한 채 자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털털함, 발랄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녀와 인터뷰한 여러 매체에서 증명하듯 그녀는 친한 사람이 몇 되지 않을 정도로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이 많다. 연기를 하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서면서 조금씩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고.
그런 그녀가 지난해 영화 ‘자칼이 온다’ ‘신세계’ 이후 KBS2 새 수목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천명’은 인종 독살음모에 휘말려 도망자가 된 내의원 의관 최원(이동욱)의 딸 최랑(김유빈)을 살리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송지효는 이번 드라마에서 병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는 의녀 ‘홍다인’으로 등장한다.
그간 다양한 사극에 출연해온 그녀는 ‘런닝맨’에서 보여줬던 발랄하고 엉뚱한 모습을 완전히 지웠다.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던 ‘멍지효’는 잠시 뒤로 하고, 그저 의녀 홍다인의 모습만을 연기할 뿐. 또한 송지효 특유의 무게감 있는 발성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서는 예능에서 큰 활약을 보인 송지효의 연기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 없는 송지효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배우로서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가치는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다.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