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사장 리더십 ‘논란’…직원 목숨보다 ‘돈’에 더 집착
롯데쇼핑 사장 리더십 ‘논란’…직원 목숨보다 ‘돈’에 더 집착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5-06 10:49
  • 승인 2013.05.06 10:49
  • 호수 99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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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박수진 기자]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월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롯데쇼핑 계열사에서 자살, 폭행, 제품 강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 특히 해당 계열사 측은 사건들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 하거나 책임을 회피해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은 자사 직원의 업무환경이나 처우 보다는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리한 매출 압박…파견직 투신자살
오너 책임 뒷전…일감몰아주기 혈안

지난달 21일 오후 10시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3층 화단에서 파견직 으로 근무했던 김모(47·여)씨가 투신해 숨졌다. 김씨는 백화점 휴무일인 다음 날 오후 12시께 순찰 중이던 보안실 직원에게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김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유족 측과 백화점 측 사이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2년 전 투자한 펜션 사업이 실패하고 최근 집을 가압류 당하는 등 채무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여러 해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고 숨지기 직전 남편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통해 자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유족 측은 백화점 측의 무리한 매출 압박이 김씨를 자살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씨는 숨지기 직전 의류매장 관리를 담당해 오던 직원과 관리자 등 32명이 함께 대화하는 카카오톡 그룹 대화창에서 ‘대리님(백화점 관리직원),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한 백화점 측이 평소에 김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도 “실시간 매출을 조회하라”, “오늘은 500이라는 숫자를 가까이 하라”는 등 실적을 재촉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유족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족은 “김씨가 매출액을 채우기 위해 가족의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들이는 등 실적을 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사실무근 이라는 입장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김씨가 근무하던 매장의 실적은 중위권이라 압박을 받을 이유가 없었고, 지목된 담당 직원 또한 30년 이상 일한 베테랑으로 회사 내에서도 평판이 좋다”면서 “해당 대리에 의하면 문자를 보낸 것은 맞지만 열심히 하라는 독려 차원이었을 뿐 강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 가운데 롯데백화점 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외부에 함부로 말했다가는 불이익을 주겠다’며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롯데백화점이 사실·확인 조사보다는 사건 덮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롯데백화점 측은 “지점장이 각 팀장들을 통해 ‘언론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호텔롯데도 직원이 이유 없이 고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음에도 고객 우둔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4일 롯데호텔 앞에서는 한 중소기업 베이커리 회장이 이동주차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호텔지배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전통 경주빵과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생산·판매하는 강수태(65)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은 이날 정오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 임시주차장에 자신의 BMW 차량을 세웠다. 해당구역은 공적인 업무로 호텔을 방문하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이 잠시 주차하는 곳으로, 강 회장이 오랫동안 차를 세우고 있자 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인 박모씨는 뒤 차량 진입을 위해 차량을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강 회장은 “너 이리 와봐. 네가 뭔데 차를 빼라 말아야” 등의 욕설과 함께 지갑으로 박씨의 뺨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텔 측에서는 직원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폭행 고객을 우둔하며 해당 사건이 여론화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보였다.

호텔롯데 측은 “고객에 대한 프라이버시 때문에 (직원 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폭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공개는 회사 방침상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강 회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오늘 폐업 신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난 1일 일부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시급 5500원 선인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직접 돈을 내 유니폼을 사 입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금 배당만 무려 292억 원

문제는 이처럼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열악함에도 신 사장은 오너로서 책임을 다하기 보다는 일감몰아주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달 10일 감사원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직영 영화관 50곳 가운데 47곳의 팝콘, 음료 판매 매장을 3개 특수관계법인인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에 운영권을 넘겨 이들 업체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1999년부터 극장 사업을 시작한 롯데시네마는 운영권을 넘기기 전까지 12개 상영관을 운영하며 극장 내 팝콘과 음료를 직접 판매했다. 당시 팝콘과 음료는 롯데시네마 매출액의 6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05년 4월 이후 3개 업체에게 매장 운영권을 넘겼다. 

롯데시네마는 매장 이전과 함께 매출액의 약 30%를 임대수수료로 받기로 계약했다. 이로써 롯데시네마의 이득은 기존 60%에서 30%로 줄었다. 롯데시네마가 기존 매출액을 포기하면서까지 세 업체에게 사업권을 이전한 셈이다.

이에 따라 3개 회사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 매출액 2046억 원, 누적 당기순이익 439억 원 등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3개 회사의 주주들은 2011년까지 3개 법인으로부터 292억 원의 현금 배당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네마통상은 신 사장이 28%, 신 사장의 자녀가 25%, 친인척이 47%로 이들이 100%의 지분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시네마푸드도 신 사장이 대주주로 올라와 있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이 지분 100%를 지니고 있어 3개 회사 모두 사실상 오너일가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감사원은 “국세청으로 하여금 롯데쇼핑의 초과이익이 유원실업 등에 부당하게 넘어간 것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실시, 법인세를 추가 징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상속·증여세법 제2조 3항에서 규정한 무형자산(사업권)을 무상(현저히 저렴한 대가)으로 이전하는 것이고, 임대차계약도 상증법 42조1항3호에 정한 ‘사업양수도, 조직변경 등'에 준하는 경우란 점에서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 말, 뒤늦게 이들 3개 회사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52개 직영영화관 내 매점을 3월부터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 외에도 대홍기획, 롯데후레쉬, 델리카,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이 일감몰아주기 과세 적용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어 앞으로 신 사장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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