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작년 류충렬 전 총리실 국장이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 사건관련 입막음조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관봉 5000만원에 대한 돈 흐름과 출처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벌어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주당과 청와대에서 재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결과 밝혀졌다. 특히 민주당은 5000만원 출처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자금’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석현 의원은 2012년 7월 대정부 질문에서 “이현동 국세청장이 대기업을 통해서 조성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 인사들에 대한 비리혐의를 재조사함으로써 전정권 ‘흔적 지우기’라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또한 국무총리실에서 한국노총 간부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범위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사찰 사실이 청와대에서 사찰을 담당하는 부서인 ‘민정수석실’이 아닌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에 보고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민정수석실과 고용노사비서실과의 갈등이 있었던 것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장진수 전 청와대 주무관이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조작·인멸했다고 폭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은 증거인멸 입막음용으로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으로부터 2011년 4월 5000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이 과정에서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며 류 전 복무관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실토했다. 무엇보다 장 전 주무관이 받은 5000만 원은 5만 원 신권 100장씩을 묶은 뭉치 10개가 비닐을 압축 포장된 것으로 밝혀져 재차 화제가 됐다.
현직 국세청장 폭로 이석현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류 전 복무관은 “위로금 차원에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다가 관봉 돈 뭉치가 공개되자 “장인이 만들어준 돈으로 내가 융통해준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내가 총리할 때도 특별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뽑으면 관봉이 찍혀 지급됐다”며 “그 관봉 다발은 99% 청와대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현동 국세청장이 H 대기업을 통해 조성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바자금”이라고 폭로했다.
특히 이 의원의 폭로는 당시 현직 국세청장이 기업들로부터 거둔 돈이라는 주장으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이는 발언이었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은 본인의 자택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국세청 역시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관봉 5000만 원은 국세청장이 준 민정수석실 비자금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결국 관봉 5000만 원의 출처는 밝히지 못한 채 검찰 수사는 박영준 전 차관 기소,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구속,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장과 장 전 주무관 집행유예 선고로 막을 내렸다. 돈을 건네 준 것으로 지목된 류충렬 전 복무관은 자택을 압수수색당했고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은 소환조사만 받았다.
우선 돈의 출구는 장석명→류충렬→장진수로 정리됐다. 하지만 출처는 검찰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오리무중인 상황이었다. 단지 현직 국세청장이 관련된 게 아니냐는 정도의 민주당 의혹 제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 제보된 관봉 5000만 원 출처관련 새로운 첩보가 입수되면서 관계자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내용인 즉 당시 청와대에 돈을 건네준 국세청 직원이 H씨와 G씨가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국세청을 긴장케 만들었다. 특히 전직 직원인 H씨의 경우에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고향 선후배로 친분이 남다르다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G씨는 현직 국세청 고위간부로 여전히 재직중인 것으로 [일요서울] 확인결과 밝혀졌다.
장진수, “H기업 취직 시켜준다고는…”
한편 비자금 조성자로는 이석현 의원이 언급한 H기업의 K 부회장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K 부회장은 H기업의 대정치권 로비 창구로 한때 민주당 일부 의원들에게 금품을 거넸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특히 관봉 5000만 원 전달 과정에서 K 부회장은 평소 대정치권 로비를 할 경우 운전수겸 대리인으로 함께 움직인 S 모기업 사장 이름도 나왔다. 사실상 2억 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은 H기업 K 부회장이 담당했고 심부름꾼 역할은 S 대표가 맡아서 국세청 직원에게 현금이 넘어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출처관련 사실 확인을 물었지만 “금시초문이다”며 “단지 당시 최준석 전 행정관이 ‘나에게 평생 먹고 살게 해주겠다’며 ‘H기업에 취직을 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은 기억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의 출처가 H기업인지 그리고 청와대 인사에게 건넨 전달자가 국세청 직원으로부터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또한 국세청 관계자 역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고위직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전현직 국세청 직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법 민간인 사찰 자체가 국기를 흔드는 사건인데다 전현직 고위 국세청 직원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게 사실이라면 가히 충격적이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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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