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국민을 위한 검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기간 당시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공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검찰개혁의 물꼬를 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 상설특검제를 추진 중이나 형태를 두고 정치권과 법무부·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검찰 권력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대검 중수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일각에서는 ‘중수부의 해체가 검찰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중간 간부 이상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3차장-특수1부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라인이 모두 ‘TK(대구·경북)’출신이 꿰찼다는 점도 검찰개혁 의지를 희석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설치, 검경수사권조정, 검사장급 축소,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검찰총장 후보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검찰 개혁 방안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에 국한돼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양 기관 의견 차이가 너무 커 일단 뒤로 미뤄졌다.
현 정권 출범 초에는 검찰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잇달아 터진 검사비리 사건으로 검찰의 위상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경제민주화’ 공약이 경제범죄 수사로 직결되면서 오히려 검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검찰 인지수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3차장-특수1부장 모두 TK출신이고 청와대 사정 업무를 관장하는 곽상도 민정수석 역시 같은 지역이다. 앞으로 있을 대기업 관련 수사나 고위층 비리 수사 등의 수사 지휘부를 TK라인이 장악한 셈이다. 이번 검찰 인사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수부 폐지로 수사 장악력이 떨어진 검찰총장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정권 핵심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면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의 현판을 32년 만에 내리는 개혁조치의 성과를 보여줬다. 이에도 불구하고 중수부 해체가 검찰의 정치중립을 실현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공약을 박 대통령이 허문 전례가 있어서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검사 출신 4명이 민정비서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으로 민정수석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역대 청와대처럼 ‘검찰 사표 후 청와대 근무, 다시 검찰 복직’ 이라는 악습의 고리가 계속될 공산이 높다.

상설특검, 진통 예상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상설특검’의 실현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상설특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방안이 구체화 되면 검찰의 권한은 견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야당과 법무부·검찰이 상설특검의 형태를 현재와 유사한 제도특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상시기구를 두는 기구특검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상설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검 중수부의 대안으로 공약한 것이다. 우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특검을 기구화해 항상 운영하는 ‘기구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팀은 특정 건물에 사무실을 운영, 특별감찰관 등의 수사의뢰에 따라 판검사 등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사들의 권력형 비리와 정치적 논쟁이 있을 만한 사건을 국회 혹은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기구특검’이 야당이 지난 대선 때 공약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와 유사하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구특검의 경우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만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 인사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복수 추천 후 대통령이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외풍’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제도특검’은 일반법에 특별검사 운용의 근거 규정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특검을 임명해 수사하는 방식이다. 제도특검으로 갈 경우 사건이 발생할 때만 특검을 구성해 수사할 수 있어 중수부가 해온 대형권력비리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은 기구특검이 도입되면 검찰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권과 사정 기능을 상설특검에 넘겨주고 일반 형사사건과 경제사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야당은 상설특검이 기구특검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개혁의지가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오는 6월까지 관련 법률안을 마련한다고 약속한 만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중수부해체에 따른 대안에 대해서는 “대검에 공안부, 형사부 강력부처럼 전체 특수수사 지휘를 할 부장이 필요한 것은 맞다. 수사 지휘권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설특검과 관련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특검을 상설화하는게 검찰 개혁의 정답은 아니다. 상설특검과 같은 미봉책으로 검찰개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사와 기소의 엄격한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핵심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때”라고 말했다. 또 “대검 중수부 폐지를 했다고 하나 검찰개혁에서 비본질적인 대검의 부서를 조정하는데 불과해 검찰개혁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을 약속한 만큼 앞으로 실질적 검찰 개혁에 대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도 개혁에 있어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은 검찰은 검찰 나름의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부터 한 달 동안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통해 특별수사체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고육지책
위원회는 당분간 매주 회의를 열어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 검찰권 행사의 시민 통제, 인사제도 개선, 감찰 강화 등 중요 검찰 개혁 쟁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위원회가 의결·건의하는 개혁방안을 최대한 존중해 신속하게 정책으로 반영·시행할 계획이다.
위원 10명 중 9명은 외부 인사인데다 그동안 검찰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인사까지 상당수 포함돼 검찰개혁의 향방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위원들에게 “이제까지 검찰의 수차례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한 것은 국민이 아닌 검찰의 시각에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심의위원들은 검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분들로 모셨다. 어떤 의견이든 기탄 없이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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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구체적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지난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검찰개혁안으로 특별감찰관제 및 상설특검제를 내놓았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권력 실세들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고, 특검을 상설화 해 특별감찰관의 고발사건을 다루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3년 임기의 특별감찰관에게는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의 감찰을 위한 실질적인 조사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검·경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는 검·경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 수사권 분점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검사가 자신의 기소에 책임지는 인사시스템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검사 출신 장악 해소 ▲법무부의 행정업무 전문화 ▲법무부 국장급 이상 순환보직 금지 ▲행정부 검사 파견제도 전면 재검토 ▲중앙수사부 직접 수사 폐지 ▲검찰의 청와대 파견 금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제안했다. 또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유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 지양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강화해 내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를 관리·감독 ▲검찰청의 독립외청화 등을 공약했다. 이밖에도 검찰의 기소독점을 통제하는 장치로 일반 시민의 참여를 도입하는 기소배심제와 기소배심제를 통한 검찰기소권 통제와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약속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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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