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4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군은 한층 넓어졌다.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3인방에다 손학규 김두관까지 야권 선택지는 넓어진 상황이다. 여권 역시 5선의 김무성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면서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두고 물밑 대결이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는 과거 이회창 전 대표나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현 대통령처럼 대중적인 정치인이 당내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김 의원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홍준표.김태호 전현직 경남도지사 그리고 원희룡, 이완구, 유승민 등 전현직 의원에 안대희 변호사까지 차기 리더로 분류되지만 처지는 김 의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세론’이 존재하지 않다보니 춘추 전국시대를 연상케 하고 있다. ‘포스트 박근혜’를 꿈꾸며 차기 대권 가도에서 우위를 점하기위한 보이지 않는 대결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박계 진영 보건복지부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광역단체장 선거 착출설’까지 돌면서 친이계에 원조친박, 신흥친박으로 나뉘어 차기 리더십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5선의 김 의원은 선수만큼 중량감이 느껴진다. 여의도 입성후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며 특유의 부산 사나이 성격을 벗고 한껏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당권 도전설도 일체 언급하지 않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임기초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어봐야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판단이다.
영남 친박·비박 6명 ‘포스트박' 쟁탈전
반면 김 의원은 현안에 대해선 할 말은 하면서 양동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청와대가 대여의도 정치를 소홀히하는 것과관련해 그는 “당과 청이 함께 해야 한다”며 당 위상 강화를 주장했다. 또한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개헌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는 평이다. 또한 ‘박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중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나기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함께 받고 있다. 분수령은 10월 재보선이후 벌어질 조기전당대회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여권내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 원조 친박이었지만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보내며 비판적 박근혜계로 유명한 유승민 의원 역시 영남에서 차기 젊은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TK에서 존경받았던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3선의 유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이다. 보수 정당에 대표적인 보수 지역인 대구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지만 유 의원에 대한 평가는 ‘쿨한 보수’로 통한다.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에 출마했을 당시 무상급식 수용, 부자 감세 철회 등 진보 색채가 짙은 공약을 제시해 2위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특히 유 의원은 2011년부터 박 대통령의 불통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새정부 출범후에도 쓴소리 스타일은 계속됐다. 당정청 회의에서도 박 정권을 겨냥해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계 입문을 도와준 이회창 전 대표와도 친분을 유지하면서 ‘의리파’로 통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전략통으로 2000년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또한 2005년에는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때에는 박 캠프에서 정책 메시지 단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차기 리더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안 전 대법관하면 ‘국민검사’로 이미 유명세를 치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인 그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됐다.
안대희 ‘청와대 견제론’에 곤혹
이후 2002년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검사’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한나라당을 ‘차떼기 정당’으로 만들면서 팬클럽이 생길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검찰총장자리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후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을 거쳐 대법관에 올랐다.특히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안 전 대법관은 총리직과 감사원장직에 ‘0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현재 변호사직을 유지하면서 건국대 석좌교수로 활동할 뿐 일체 공직을 맡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내에선 ‘안대희 견제론’이 일기도 했다. 과거 YS 정권 당시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를 지낸 이회창 전 총재처럼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청와대 참모들의 견제론 때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김무성, 유승민, 안대희 3인방이 범친박계로 통한다면 김문수, 홍준표, 김태호는 친이계 3인방이다. 이들 3인방의 공통점은 영남출신에 광역단체장을 역임했거나 역임하고 있는 비박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우선 홍 지사는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해 홍 지사는 최대의 수혜자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보수 지역에서 ‘강성 노조에 대항한 보수 지도자’라는 전리품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과거 홍 지사는 보수 세력으로부터 ‘동키호테식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도지사직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로서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홍 지사의 차기 지도자로서 첫 시험무대는 내년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해야 2017년 대선에서 도전이 가능하다. 김태호, 김두관 전 지사가 그랬듯이 경남도지사 자리가 차기 대권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4선에 도백을 책임지고 있는 홍 지사는 당 혁신위원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 대표 등을 지냈다.
철저하게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태호 의원 역시 친이계지만 잠룡군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자기 책상을 치우고 소파와 테이블만 두는 등 낮은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총리 내정자로서 ‘39년만의 40대 총리’, ‘여권 차세대 리더’로서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각종 의혹에 거짓말까지 들통나면서 자진 사퇴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출마가 유력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를 시작해 보좌관,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냈고 2007년에 대권 도전에 나선 바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가 관심사다. 이미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나섰다 패배한 이력이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민주당 광역단체장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를 차기 대선 주자로 꼽으면서 간접적으로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김 지사가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도민의 1%만 원해도 도립병원은 존치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홍 대표가 “경기도 살림이나 잘해라”고 언급하는 등 가시돋힌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장 여권에선 차기 대권 경쟁 구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김 지사는 내년 도지사 출마를 접고 여의도 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평소 공사석에서 ‘경기도지사로서 일을 많이 했다’, ‘도지사로 변방의 설움을 느끼고 있다’는 등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원희룡·이완구
이밖에 내년 서울시장 출마가 점쳐지는 친이계 원희룡 전 의원(49)과 친박계 이완구 의원(63)이 ‘포스트 박근혜’, ‘포스트 JP’자리를 각각 노리고 있다. 원 전 의원은 서울 양천지역 출신에 3선 의원으로 한때 소장파의 리더로서 개혁적 이미지가 강했다. 2004년 전당대회에선 박근혜 후보 다음으로 득표율을 기록해 최연소 최고위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한때 주류로부터 ‘탈당 1순위’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한 원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 현재는 중국에 머물고 있다. 정치입문은 2000년 16대 총선때 ‘젊은 피’ 수혈 바람을 타고 국회에 입성했다. 원 전 의원은 소장파 모임의 리더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제주도 출신 천재과로 학력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 사법시험 수석 합격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한편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서 성공한 친박 이완구 의원이 ‘포스트 JP’ 나아가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고 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충청권 큰인물’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이력도 화려하다. 행시(15회)출신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다 충남 홍성에서 최연소(31세) 경찰서장이 됐다. 최연소 경무관을 거쳐 40대 초반에 충북과 충남의 지방경찰청장이 됐고 JP가 이끌던 자민련 바람에도 불구하고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탈당 자민련입당 다시 한나라당 재입당 등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 2006년 한나라당 간판으로 충남도지사에 출마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컴백해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서 2009년 12월 도지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기사회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지키고 있는 신흥 친박들의 고민이 깊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비박 내지 친이계 인물군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고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김무성, 홍준표, 김문수로 대표되는 인사들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할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안대희 카드가 그나마 대항마로 내세울수 있지만 참여정부 시절 승승장구한 이력에 ‘제2의 이회창’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손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진영·유정복 대항마’ 만들기?
이에 청와대에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카드를 친이계와 비박계 출신 차기 지도자들의 대항마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진영 장관의 경우에는 내년 친박계 서울 시장 후보로 내세워 친이계 후보군을 잠재우고 유 장관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친이계 김문수 도지사를 대체해 차기 대권 주자로 키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두 인사가 장관에 임명될 당시만해도 여권 기류는 ‘박근혜 인사 원칙상 최소 2년은 함께 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기류는 장관 13개월만 하고 광역단체장 출마도 가능하다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유 장관의 안행부 장관행도 전국 17개시도 자치단체장과 유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두 인사 모두 박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서울시장 자리와 경기도지사 자리가 대권출마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신흥 친박 진영에선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바야흐로 ‘포스트 박근혜’ 자리를 두고 원조 친박과 신흥 친박 그리고 친이계 사이에 벌써부터 전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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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