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3년 6000억 원 빚청산 전무후무”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2014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최근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정당공천제폐지 관련 찬반 논란이 활발하다.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정당공천제폐지는 지난 대선 때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달 출범한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여야의 미묘한 입장차이가 나오기도 했다. [일요서울]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각 지역의 기초단체장을 만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폐지에 대한 의견과 지역 현안 및 향후계획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그 시작으로 지난달 30일 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49)을 성남시 신청사에서 만났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직후 판교특별회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긴축재정 운영으로 2012년 판교특별회계 전입금과 비공식부채 4204억 원을 상환해 전국 시·군 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1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임기 동안 그는 어떻게 행정을 꾸려왔는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폐지에 대한 생각, 안철수 신당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재명 시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요즘 근황이 어떤가?
▲ 최근 우리시의 가장 큰 현안은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2단계 재개발 등의 도시재정비 사업이다. 분당 리모델링 사업기금 1조 원 조성, 리모델링 지원센터 설치, 리모델링 시범사업 지구 지정 등 3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의 경우 시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분당 재개발사업의 경우 이미 LH에서 인가가 난 2단계 재개발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시에서는 지난 4월 11일 LH공사에 함께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바 있다. 유령아파트로 논란이 된 분당 백현동 이주단지에 입주대상자들을 조기 입주시키고, 그에 따른 손실을 주민이 부담하지 않도록 1320억 원의 정비기금을 무이자 융자하고, 재개발 사업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고통분담차원에서 시와 LH가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평형 변경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2단계 재개발 사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성남시 전체의 올해 과제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원인인 비공식 부채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자산 매각 문제가 종결되면 올해까지 6224억 원을 갚고 종결할 예정이다.
- 정부신청사가 초호화청사라는 비판이 일면서 성남시청을 예로 꼽고 있다
▲ 청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청사를 개방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9층의 시장실을 시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2층으로 옮기고, 기존의 시장실을 북카페로 만들었다. 하루 4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찾는다. 근무시간에 비어있는 4층의 직원 체력 단련실은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다. 크고 작은 회의실에선 각종 행사, 회의가 연일 열리고 있다. 1층 로비는 작품발표회, 전시회, 시청광장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 및 작은 음악회, 시민결혼식 등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 민선5기 임기 만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점과 뿌듯한 점이 있다면?
▲ 뿌듯한 점은 방만한 운영으로 헝클어진 시정을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시행정은 권한행사, 예산, 인력 3가지 요소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권한행사를 투명하게 하는지, 인사에 부정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성남시청은 행정에 있어서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행사되고 있어 시민들의 신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예산문제다. 전 정부에서 많은 돈을 가불하거나 일종의 횡령을 해서 비공식 부채가 7285억 원이었는데 올해까지 6224억 원을 갚고, 나머지는 회계 내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를 다 정리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재정이 정상화 될 것 같다. 자치단체가 3년 만에 6천억 원의 빚을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뿌듯하다.
세 번째는, 인력문제다. 인력운영에서 공무원들이 시민의 공복으로서의 자세 등이 정비된 것 같다. 직무관련 행정투명성도 꼴지 수준에서 전국 3위 정도로 향상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대엽 전임시장) 뒷청소하느라 일을 못한 것이다. 공약이행률 전국 1위, 재정건정성 확보로 훌륭한 CEO 경영능력 포상을 받는 등 업무성과에서 칭찬을 받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할만한 일들을 하지 못했다. 빚 갚느라 시간이 다 간 것 같아 아쉽다.
-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공천제폐지관련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 주로 기초단체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의원 무공천에는 원칙적으로 일장일단이 있다. 지금은 정당공천제의 폐해, 단점이 많이 노출되는 시기인 것 같다. 과거엔 정당 무공천의 단점이 지방 토호세력의 기득권화가 우려됐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문제해결의 선을 넘어 정당공천의 단점인 ‘시민을 보고 의정을 하기 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위해 시민 이익에 배반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성남시의 경우도 시의원의 과반수가 속한 정당과 시장 소속 정당이 다르다보니,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시민보다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해 충돌하고 있다. 시의회 다수당 의원들은 당론이란 미명아래, 기업유치를 1년 넘도록 반대하며 지연시키고, 중앙정부까지 인정한 재개발 이주단지 조성사업도 상대 정당 소속 시장이 제안했다는 이유로 부결하는 등 취임 후 지금까지 수도 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은 없고 오직 당만 있을 뿐이다.
정당공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지시킬 경우 토착세력화를 우려하지만 높아진 시민의식과 언론 및 감시기관의 활동으로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그 부작용이 크다 해도 중앙정치 예속에 따른 반시민적인 지역정치 행태만큼 나쁘지는 않을거다. 이젠 각 정당의 정책공약사안이었고,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으므로 이행돼야 될 때다.
- 안철수 신당론을 어떻게 보나?
▲ 결국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신당창당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고 성공한 예가 없어 걱정된다. 안철수 신당창당 시 제1당이 될 거란 예측은 지지도라기보다 기대도가 높은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당 구성원이 안철수 의원 같을 거란 전제하에 있는 것 같다. 정당은 집단이라 한명의 속성을 그대로 갖게 될 순 없다. 정당 안에는 서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들어올 것이고, 부패 전력자들도 있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지역적 고려나 계층적 고려 때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것들은 다 마이너스 요인이다. 당이라는 게 특정 한 사람으로 결정 날 수 없다. 지금은 다른 요소가 없으니까 그것(안철수 의원)만 보이는 거다.
안철수 정당이 최대 지지율을 받을거라고 예측하지만 지지율보단 기대율이다. 안철수 의원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겠지만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거품이다. 이를 구별했으면 좋겠다.
- 성남시를 위해 남은 1년의 중점사업과 시정운영 방향은?
▲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최소한의 예산(50억)과 인력(15명)으로 도시개발공사를 설립,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 사업, 본시가지 재개발 사업 등을 추진해 각종 개발사업의 이익을 재투자해서 그 혜택을 시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본 시가지의 만성적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수정·중원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예정지역의 단독주택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조성, 단기적으로 주차난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재개발 등 도심 재구성에 활용하겠다.
그동안 우리시에서 15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단지 리모델링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법령개정 등을 요구했는데, 이번에 수직증축 허용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지원 근거 조례 제정과 지원센터 설립, 기금조성 등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 또한 정자동 공공청사 잔여부지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방안을 적극 강구하여, 성남시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기업 본사, R&D 센터, 벤처기업 유치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