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인 갉아 먹는 조폭 필요악인가
영세상인 갉아 먹는 조폭 필요악인가
  • 이광수 기자
  • 입력 2013-05-06 10:02
  • 승인 2013.05.06 10:02
  • 호수 99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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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갈취 구시대적 관행 아직도
▲ 뉴시스

상권 관리인 둔갑 월급 축내 현실적으로 소탕 어려워

[일요서울ㅣ 이광수 기자]패션 메카로 불리는 동대문. 외국인들의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려한 겉과는 달리 동대문의 이면은 자릿세를 받아내는 조폭들로 신음을 앓고 있다. 여기에는 지방 조폭까지 가세했다. 지방 조폭들이 상권 내 보안을 꿰차 월급을 받아내는 등 동대문을 무대로 활개치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보이지 않게 점점 곪아가고 있는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시장의 이면을 들춰봤다.

1970년대 조직폭력단들은 도심에서 룸살롱 등 대형 유흥업소 운영권을 놓고 조직 간의전쟁을 반복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르러 조직폭력단들은 건설 시행부터 증권투자,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그만큼 조직폭력단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업종을 바꿔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받아내는 구시대적 조폭들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 영세상인과 동대문 상인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다. 동대문 조직들의 관행을 잘 알고 있다는 이모(40)씨를 만나봤다.

생계형 조폭에게 노점 자리 넘겨

동대문 A조직의 최측근이라는 이씨는 동대문 노점을 관리하는 조직들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직들은 국가 소유의 도로에서 자릿세를 걷는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자신들의 땅인 것 마냥 10개씩 20개씩 소유하고 있다.이들은 조직 간에 땅을 배분 해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월 50~70만 원을 받아낸다”며 2년 보장으로 일시불로 1800만 원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증언을 하는 내용은 동대문 시장을 죽이는 것밖에 되지 않지만,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밝힐 수 있다는 이씨는 “동대문 시장 자체가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외국인도 유동인구도 많다. 때문에 상인들은 이 점을 노려 자릿세를 내면서 까지 장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직이 있기 때문에 상인들 간에 자리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라며 자릿세라는 것은 조직과 상인 간에 모종의 거래라고 덧붙였다.   

“동대문 구역은 이렇게 나뉜다. 기동타격대부터 뉴존 사거리는 동대문 A조직 구역, 운동장 쪽은 금호동 K조직 구역으로 나뉜다. 이러한 관행은 언제부터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가난했던 시절 소위 주먹들이 만들어낸 시대적 관행이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조직들 간에 구역 싸움도 없다. 조직의 후배들이 생활이 어렵다고 하면 노점을 한 두 개 줘 자릿세를 받으라고 한다”며 생계형 조폭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명 지방 조직들 상권 개입

노점뿐만이 아닌 동대문 상권 역시 조직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이씨는 “서울이라고 할지라도 지방 유명 B조직과 서울 C조직이 개입되어 있다. 이들은 상권 내 경호업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야간관리가 두 명이 된다. 그렇지만 이 조직들이 15명을 올려 보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식으로 월급을 받아내 생활한다”며 어느 정도 명분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자릿세를 못내는 상인들은 그 날부터 장사를 못한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폭행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인상한번 쓰면 상인들은 알아서 낸다. 이런 것을 소위 액션이라고 한다. 실제론 때리지 않지만 욕설을 하거나 협박을 하면 겁을 먹고 알아서 자릿세를 낸다”며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면 본전 이상을 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자릿세를 갈취하는 것은 비단 동대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가게 상인과 노점상들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뜯어온 관리회사 직원과 경비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청소비 명목으로 70~80대 나이의 영세 노점상들에게 매달 수만원씩을 뜯어내는가 하면 공용화장실 사용료, 시장 축제비를 빼돌리는 등 갖가지 방식으로 상인들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질서 바로 잡는 역할 해

엄연히 불법이지만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까지 자릿세를 받는 악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남대문에 가 노점 자릿세에 대해 물어봤다.

명동에서 노점을 준비하려던 유모(26)씨는 “노점상들에게 자릿세를 물어보자 경계를 하더라. 그러던 와중 인상이 좋지 못한 사내가 다가와, 월 15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주에 3일씩 돌아가면서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뿐만이 아니다. 노점 좌판을 주차해 놓는 명목 하에 별도의 금액을 받는다고 해 중도 포기했다”며 “해당 경찰에 따르면 ‘국가 소유의 도로지만 외국인들이 포장마차나 노점이 있는 재래시장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철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대문 커피 노점상 윤모(31)씨는 “이 곳은 외곽이기 때문에 자릿세가 그리 비싸지 않다. 월 17만 원이면 장사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메인거리 같은 경우에는 확연하게 다를 것이다”

남대문 번데기 노점상 박모(58)씨는 “이 곳은 메인 자리기 때문에 고정적인 자릿세는 억대가 넘는다.”

남대문 노점상 김모(50)씨는 “어떻게 보면 조직들은 필요악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너나 할 것 없이 노점을 필 것이고,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만다.”

동대문 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말과 현실은 다른 부분이 있다. 자릿세를 낸 노점상인의 물적 증거나 진술이 있지 않는 한 검거가 어렵다. 또 전담반이 꾸려져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자료 및 진술을 받아내야 소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점상들에게 언제부턴가 필요악이 돼 버린 조폭. 하지만 조폭들의 관행이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조폭의 관리보다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 단속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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