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29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29
  • 신현국
  • 입력 2013-05-06 09:02
  • 승인 2013.05.06 09:02
  • 호수 992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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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 “저희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한나라당보다 더욱 소중한 시민공천을 받았습니다.” 큰 딸이 시민공천 받았다고 시민들에게 울면서 호소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었지요.

- L팀장 : 임신 중인 작은 딸은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했지요.
▲ 신 : 대신 전화홍보를 담당했습니다.
“불쌍한 저희 아버지 살려주세요.” “이제 우리 아버지 떨어지면 검찰, 경찰 조사 또 받습니다.”
작은 딸도 큰 딸 못지않게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호소하고 또 호소했습니다.

4. 아들

- L팀장 :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석고대죄하는 아들이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하루 종일 큰절하면서 시민들에게 인사했지요.
▲ 신 : 아들은 저 때문에 대학 다닐 때, 1학기 휴학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저를 가까이에서 도왔습니다. 낙선한 충격은 저보다 아들이 더욱 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시장 중도사퇴에 대한 문경시민들의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석고대죄를 했었습니다. 석고대죄는 아들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아들이 뙤약볕에 석고대죄까지 했습니다. 선거 3일 앞두고 땡볕에 하루 종일 석고대죄하다가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며칠을 방황하는 아들을 보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웠지요. 고민 끝에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는 집안 조카에게 부탁해 아들을 인도네시아로 보냈습니다. 몇 년 전 아들이 저에게 아버지가 남들처럼 평범한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저로 인해 아들이 힘든 인생을 사는 것 같아 고통스럽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제 아버지로부터 영향 받지 말고 너의 인생을 살기 바란다. 열심히 너의 길을 개척하고 너의 꿈을 향해 달려가기 바란다. 더 이상 아버지에게 영향 받는 네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맙고, 미안하다.”


제18장 필사즉생

1. 프로여야 한다

‘러닝문경’의 캐치프레이즈 하에 5년6개월을 달렸습니다. 무려 80만㎞를 달렸습니다. 지구를 20바퀴 도는 거리를 달렸습니다.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도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의 소중함을 터득했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1등 문경사과를 위해 사과대학에 입학해 사과작목반 사람들과 주경야독으로 공부했고 과수원현장에서 전지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기술협력을 위해 일본의 히로사끼 시장을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데 앞장섰습니다. 1등 한우를 만들기 위해 기술센터 직원들 한우협회 회원들과 TMR 공장 건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습니다. 무항생제 문경 약돌한우 브랜드 개발을 위해 시장이 직접 현장을 뛰었습니다. 1등 문경 관광을 위해 중국 북경을 세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40여개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농업, 관광, 문화, 복지부분을 두루 챙겼습니다. 이제 프로가 되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언제까지 중앙정부만 바라 볼 수 없습니다. 지방은 없다고 하소연만 하고 신세타령만 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의가 돼야 했습니다. 프로가 돼야 함을 알았습니다. 아무리 지방이 어렵고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잘 되는 식당은 잘 되지 않습니까? 수입농산물이 폭주하고 수입쇠고기가 범람해도 최고의 농산물 최고의 한우고기는 살 수 있습니다.

2. 죽기로 해야 한다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어느 선수가 죽기 살기도 아니고 죽기로 했다고 얘기 했어요. 죽기 살기도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 선수가 죽기 살기로 했더니 북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고, 죽기로 했는데 드디어 금메달을 땄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중요한 일은 죽기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길 수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부족합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께서 유명한 가수 1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재능이 뛰어난 5, 6세의 어린이를 7~8년 SM스쿨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제 됐다고 생각되면 곡을 준답니다. 1곡을 받아서 다시 1만 번의 연습을 시킨다고 합니다. 1곡을 가지고 1만 번을 연습하려면 1곡 부르는데 3분을 잡아도 3만분이지요. 500시간이고 하루 10시간 연습해도 2개월이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특히 SM소속의 13명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 그룹 얘기는 충격입니다. 엄선된 가수 지망생들을 SM스쿨에서 7~8년 하드트레이닝을 시켰는데 “왜 우리 애는 곡을 안 주느냐” 고 학부모들의 아우성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7~8년 된 남은 애들이 몇 명이냐”라고 했더니 13명이라고 했답니다. 이것이 슈퍼주니어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스타는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을 안겨준 홍명보 감독도 한 라디오 방송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처음 축구선수가 되어 공격수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감독이 “너는 발이 느려 공격수가 안 되겠으니 미드필드나 보아라.” 더 충격적인 사건은 또 이어졌답니다. “너는 발이 느려 미드필드도 안 되겠다. 수비나 보아라.”
그 충격이 홍명보 감독을 자극했으며 죽기로 볼을 차고 연습을 했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축구(수비)선수가 됐답니다. 국군체육부대 유치는 1%의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죽기로 해서 유치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도 죽기로 했기에 이루어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열심히 하는 것,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큰일을 이룰 수 없음을 러닝문경에서 터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제19장 에필로그

어린 시절 우리 동네가 제일 큰 동네인줄 알았습니다. 우리 동네가 제일 아름다운 동네인줄 알았습니다. 우리 동네 앞으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산 너머에 큰 동네가 있다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산 너머 더욱 큰 세상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학교 다닌다고, 직장 생활한다고 고향을 떠나 있었지만 영광스럽게 문경시장으로 돌아왔었지요. 꿈에도 그리던 자리였습니다. 촌놈 신현국을 만들어낸 고향으로 금의환향한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기쁨도 잠시였지요. 고향이 인구가 줄어들었고 먹고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문경시내의 상권이 무너졌습니다. 농촌도 어려웠습니다. 모두들 힘들어 했습니다. 꿈이 없는, 희망이 없는 지역으로 전락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부르짖었습니다. 앞으로 그리고 미래로 달려가자고 부르짖었습니다. 1%의 가능성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바꿨습니다. 안 된다는 말 대신에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했습니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했습니다. 기업도 유치했습니다. 연수원도 유치했습니다. 문경사과, 문경오미자, 문경약돌한우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3년 연속 인구도 늘었습니다. 문경의 땅값도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문경의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문경시민과 함께한 지난 5년6개월은 제게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감사한 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검찰, 경찰 조사를 받으며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항상 제게는 8만 문경 시민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저를 구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2010년 선거에서 어려운 여건인데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주셨습니다. 재판 받을 때는 8만 시민이 구명운동에 앞장섰습니다.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도 많은 뜻 있는 시민들이 저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국회의원에 떨어져 고향집에 칩거해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힘내라고 건강 챙기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정신이 몽롱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지난 5년 6개월은 제게는 압축인생이었습니다. 최고로 보람되고 값진 순간이었습니다. 5년6개월을 되돌아보며 순간순간을 정리했습니다. 8만 문경시민께 이 글을 바칩니다. 끝으로 항상 따뜻하신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끝>

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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