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전략 잘쓰면 ‘돈벼락’
가격파괴 전략 잘쓰면 ‘돈벼락’
  • 이경희 소장
  • 입력 2013-04-29 15:17
  • 승인 2013.04.29 15:17
  • 호수 991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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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헤어컷전문점 ‘블루클럽(www.blueclub.co.kr)’은 지난 1998년 ‘5000원 헤어컷’이라는 가격파괴 서비스를 통해서 500개 이상 가맹점을 오픈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IMF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서민의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을 충족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하지만 블루클럽 성공은 무턱대고 가격만 낮춰서 이룬 것은 아니었다. 블루클럽 가격파괴 전략은 주고객층인 남성을 분석한 후 ‘시간 편의성’과 ‘공간 효율성’을 부각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블루클럽 자체 조사 결과 남성들은 헤어숍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아까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객 분석 이후 블루클럽에서는 머리 깎는 시간을 줄였고, 고객 회전이 빨라지자 자연스럽게 좁은 공간에서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창업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자 자연스럽게 가맹점 숫자가 늘었고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다.
블루클럽의 성공 사례가 말해주듯 가격파괴 전략은 무턱대고 상품의 가격만 낮춘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

고객 니즈 충족

지난 1일 교대역 인근 39.6㎡(12평) 규모로 오픈된 우동전문점 ‘이나리소바와우동

(www.inari.co.kr)’은 2900원짜리 우동과 1000원에서 3000원대 유부초밥, 튀김 등의 저렴한 메뉴를 판매하면서 하루 평균 1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공 비결은 주고객인 20~30대 고객층의 니즈에 맞춘 뷔페식 메뉴 구성과 저렴한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전문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혜경 이나리와소바우동 매니저는 “유부초밥은 오전 9시 반부터 초대리를 넣고 밥을 버무려 11시가 돼서야 점심 준비가 완료된다. 저녁식사 때는 4시부터 준비한다. 수작업으로 바로 만들어 제공하며 밥 량이 70g(밥 한공기의 경우 보통 150g)이 넘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고 강조한다.
이나리소바와우동과 마찬가지로 2900원대 저렴한 우동과 곁들임 메뉴를 판매하는 곳으로 ‘멘사마’도 있다. 멘사마에서는 입맛에 따라 우동, 오니기리, 튀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셀프시스템 우동전문점이다. 쫄깃한 사누키우동 면발이 강점이며, 우동의 가격대는 3000~5000원대다.
후리가케삼각김밥을 1000원에 판매 중인 ‘오니기리와이규동(www.gyudong.co.kr)’은 식사량이 적은 젊은 여성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제 김밥 하나의 경우 150g(246kcal)으로 여성들은 하나만 먹어도 점심이 해결될 정도로 푸짐하다. 김건형 가맹본사 이사는 “최근 여성들은 맛있으면서 저렴하고, 다이어트까지 고려하는 등 3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삼각김밥을 선택하는 것 같다”면서 “1000원 메뉴에 만족한 고객은 규동과 우동, 프리미엄 삼각김밥까지 구매한다”고 전했다.

▲ 보나베띠 홈페이지


타임 마케팅 전개

가격파괴 전략은 매출이 낮은 시간대에 기존 상품 가격을 낮춤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을 접목한 30평 규모의 이탈리아레스토랑 ‘보나베띠(www.5wine.net)’ 압구정점에서는 점심시간 직장인 수요를 잡기 위해 가격을 낮춘 스페셜 런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여옥진(37)씨는 인근 직장인이 점심식사로 이탈리아 요리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라고 판단해 스페셜 런치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점심시간 동안 기존 메뉴를 반값 수준으로 할인하고,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더니 점심시간 매출이 80% 가량 향상됐다.
여씨는 “객단가가 낮아진 반면 저녁 시간 재방문 고객이 많아져 전체 매출은 높아졌다”면서 “와인 역시 연령별대로 추천 와인을 정해 시중가보다 1만 원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객단가를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국수전문점 ‘명동할머니국수(www.1958.co.kr)’에서는 오전 식사를 거른 직장인에게 3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한 북어콩나물해장국을 판매해 공백기 매출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점심 장사 준비를 위한 인건비를 오전 장사에서 올려 인력 구조를 안정시키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명동 본점에서는 오전에만 북어콩나물해장국밥을 400~500그릇 이상 판매하고 있다. 식사를 거르고 출근하거나, 전날 음주한 30~50대 남성 직장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한 덕분이다.
김경숙(57)씨는 “3000원 국밥은 박리다매 상품이어서 수익률이 낮지만, 저렴하면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한 고객의 재방문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효자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5월 시청역 덕수궁 인근에서 명동할머니국수를 운영 중인 김명신(47)씨 역시 3000원 콩나물북어해장국을 인근 직장인에게 어필해 오전 시간대 매출 해결은 물론 정직원 고용과 효율성 향상 문제를 해결했다.
아침 7시 반부터 오전 10시 반까지 한정 판매하는 북어콩나물해장국 덕분에 9평 규모 작은 매장에서 월 평균 3500만 원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영업시간은 아침 7시 반부터 밤 9까지이며, 주방실장 1명과 정직원 2명이 함께 일한다. 김씨는 카운터와 매장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점포구입비를 포함 가맹비, 초도물품비, 인테리어비, 시설잡화비 등 총 1억3000만 원을 투자했다.

▲ 크린토피아 홈페이지


서비스업 가격파괴

서비스업은 원자재비 부담이 적은 반면 인건비 부담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인건비를 낮출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가격파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세탁전문 서비스 업체인 ‘크린토피아(www.cleantopia.com)’는 2000~3000원에 서비스되던 와이셔츠 1벌의 세탁 가격을 900원으로 낮춘 장본인이다. 대리점에서 모아온 빨래를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세탁 공장에 모아 일괄 처리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서비스 가격을 낮췄다.
판매업 분야 가격파괴 전략의 핵심은 중간 유통을 배제한 공급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방식이다. 짧은 기간 동안 성장한 홈쇼핑이나 온라인 서점 등은 직거래 방식으로 성공한 가격파괴 전략의 성공 사례다.
가격파괴 매장의 대명사인 1000원숍 ‘다이소(www.daiso.co.kr)’ 역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다이소는 1000원에 구입한 상품을 1000원에 판매할 정도로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성공할 수 있었다.

가격파괴 전략 주의점

 가격파괴는 한정된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가격파괴 전략은 매출은 높은데 수익률이 낮은 박리다매 구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통비용을 줄이고,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함으로써 수익률은 높여야 한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식재료 비중이 높으면, 인건비 및 임대료 등 고정비 절감을 고민해야 한다. 셀프 서비스 등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저렴한 상품으로 고객에게 어필한다 해도 전문성과 상품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품질이 지나치게 낮으면 고객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최근 저가 상품에도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메스티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

이경희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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