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한계를 넘어 재창조된 루팡을 만나다! 뮤지컬<아르센 루팡>
장르의 한계를 넘어 재창조된 루팡을 만나다! 뮤지컬<아르센 루팡>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3-04-29 14:54
  • 승인 2013.04.29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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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PMC production>

[일요서울|조아라 기자]100년이 넘도록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르센 루팡'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프랑스의 추리소설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국내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그동안 희곡과 영화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루팡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전 세계에서 이 작품이 유일하다. 공연을 기획한 PMC 프로덕션 송승환 회장은 "한국 뮤지컬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창작 뮤지컬의 입지는 라이선스 작품들에 가려 좁아지고 있다"며 "우리의 창작뮤지컬을 해외공연 시장에 선보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아르센 루팡'이라는 글로벌한 인물로 소재로 해 뮤지컬을 제작하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2년간의 기획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루팡이 왜 도둑으로 살게 됐는지 그 이면을 다루고 있다. 공연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뛰어난 변신술과 마술사 같은 능력을 가진 20세기 프랑스 최고 도둑 루팡의 화려한 모습을 그려냈다. 여기에 루팡이 자신의 정체성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잘 버무려 표현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10년 프랑스 파리다.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프랑스 대혁명, 왕당파의 몰락, 공화파의 집권, 파리 대홍수 등이 스토리상에 잘 녹여져 있다. 거기에 원작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대본을 맡은 오은희 작가는 “모리스 르블랑이 루팡을 주인공으로 쓴 수많은 장편과 단편 원작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와서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 속에 넣었다”며 “ 레오나드로, 넬리, 이지도르, 가니마르, 빅토와르 같은 인물들은 모두 원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변모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이 캐릭터가 이렇게 변하다니!’ 하는 놀라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주변 인물 뿐 아니라 루팡 역시 마찬가지다. 원작 속 루팡이 여성편력을 자랑했다면 뮤지컬 속 그는 은인의 딸만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로 변신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추리를 합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 작품은 보는 내내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물론 극의 진행 속에서 의문과 추리, 복선을 찾는 재미는 덜할지 모른다. 하지만 무대 위의 루팡이 보여주는 능력자의 모습과 그 이면의 인간적인 모습이 대립구도를 이뤄 관객에게 반전의 재미를 준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도 보고 듣는 재미를 더한다.
 
20세기 파리 완벽 재현. 박진감 넘치는 전개
 
이 작품은 1770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 마리 앙투와네트가 프랑스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위해 떠나기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먼 길을 떠나는 딸에게 마리아 테레지아는 직접 쓴 기도서와 여왕의 심장, 여왕의 미소, 여왕의 눈물, 여왕의 약속이란 보물을 선물한다. 
1910년 마리 앙투와네트의 사형과 함께 여왕의 컬렉션은 각 가문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 대대손손 내려오던 여왕의 컬렉션은 차례로 사라지게 된다. 루팡 뿐만 아니라 왕가의 보석을 노리는 어둠의 일당은 루팡에게 살인 누명까지 씌워가며 보석을 탈취해간다.
 
은폐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루팡과 어둠의 일당과의 사투, 그들의 뒤를 쫓는 파리 경시청 가르마니 경감과 영민한 소년 이지도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는 루팡의 여인 넬리까지.세속적 욕망을 향한 배신과 반전이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 독특한 커튼콜도 눈길
 
루팡을 21세기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인 만큼 관객의 입장에서는 낯선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위로 전자악기의 빠른 비트가 더해져 인물들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 박진감 넘치는 대형 퍼포먼스가 눈길을 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답게 무대도 20세기 초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세느강, 기암성, 수도원 등도 웅장하게 표현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실제 화약을 쏘는 등 생동감까지 더해져 살아있는 루팡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커튼콜 중간에 다시 연기를 시작해 끝까지 관객의 긴장을 놓지 않는다. 독특한 연출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무대가 끝난 줄 알고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다 당황했다는 후문도 있다.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무대에서도 기대되는 한국형 대형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다음달 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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