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박근혜정부 정책 ④ 국민행복기금의 명과 암
[연속기획] 박근혜정부 정책 ④ 국민행복기금의 명과 암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4-29 11:12
  • 승인 2013.04.29 11:12
  • 호수 991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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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 꿈에 부풀었던 서민들이 외려 울고 있다

맞춤형 채무조정으로 신용회복 기회 제공
최대 50%에 이르는 파격적인 채무감면율
성실히 빚 갚던 서민들은 억울함 호소
불법이득 노리는 움직임,‘대책마련 시급’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국민행복기금을 출범했다. 이번 정책의 주요 사업은 채무조정과 전환대출이다. 금융회사 등지에서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채무감면·상환기간 연장 등 채무조정 업무를 수행하고, 제2금융권·대부업을 통한 고금리 대출(20% 이상)을 저금리 대출(10% 내외)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누구나 환영할 것 같았던 국민행복기금은 본격 가동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연체자들의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 실태를 알아본다.

▲ <사진=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행복기금이 지난 22일 첫 가접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1만2367명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연일 1만 명이 넘게 국민행복기금을 찾고 있다.

신청 대상자와 비대상자 적용대상 형평성 논란

그러나 각종 채무에 허덕이다 새로운 출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국민행복기금에 발을 들인 신청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당초 예상됐던 지원자격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더불어 국민행복기금은 각종 도덕적 해이에 휩싸여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채무연체자 신용회복 지원 및 서민 과다채무 해소를 위해 설립됐다는 정책이 도대체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지, 국민행복기금은 어떤 정책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보다 자세히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행복기금의 도입배경은 연체채권이 여러 금융회사를 떠돌아 개인 여건은 무시된 채 추심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는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연체채권을 기금으로 사들인 후 개인의 상환 능력과 여건에 맞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국민행복기금이다.

구체적인 지원대상은 올해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채무를 연체했고 금액이 1억 원 이하(차주 기준)인 개인 신용대출 보유자로 가닥이 잡혔다. 이와 반대로 채무자가 법인일 경우, 담보물건 매각 절차 또는 압류 절차가 진행 중인 채권, 담보물건이 미처리된 부분 담보채권은 국민행복기금 신청이 불가능하다. 협약 가입 금융회사의 무담보채권 원금 합계액이 50만 원 이하인 경우와 채무자가 사망한 채권, 채무부존재 소송 중인 채권도 채무재조정 신청 대상이 아니다.

상환능력 평가 후 채무감면비율 결정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만든 일종의 담보인정비율(DTI) 개념인 채무조정지수를 적용해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채무금이 얼마인지를 계산한다. 이어 총 채무 조정기간으로 나눈 금액과 연체기간,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무조정지수를 산정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검증된 상환 능력에 따라 전체 채무액의 30∼50% 사이에서 감면액을 결정한다. 이때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사업자대출금 채무가 있는 중소기업인, 60세 이상 고령자 등은 특수채무관계자 감면비율 적용 대상으로 60∼7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상환기간은 최장 10년의 기간을 두고 상환토록 하는 등의 조정을 지원한다. 다만 신청만 했다고 바로 감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초 신청 시 결정된 감면 액수를 제한 금액을 정해진 기간 동안 성실히 상환 완료해야 한다. 만약 약속 기간 내 상환을 완료하지 못하면 채무 감면 혜택은 없다. 다만 갑작스런 실직이나 폐업, 질병, 교통사고, 미취업 등의 이유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 최장 6개월간 총 4회 유예할 기회가 주어진다. 또 면책 전이라도 상환 중에는 감면된 채무에 추심이 이뤄지지 않는다.

채무조정 신청방법 어떤 것들이 있나
 
국민행복기금을 연체채무자가 무조건적으로 직접 신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행복기금의 신청기간과 절차는 ‘신청에 의한 채무조정’과 ‘일괄매입 후 채무조정’으로 구분된다.

신청을 통한 채무조정은 오는 30일까지 가접수, 5월1일∼10월31일이 본접수 기간이다. 가접수 기간에는 본인 확인 등을 위한 서류(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소득확인 서류)만 내고 본접수 기간에 구체적인 상담과 지원 여부 결정이 이뤄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지점 18곳, 신용회복위원회 지점 24곳,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청사 등에 있는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전국 국민·농협은행 지점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5월1일부터는 인터넷(www.happyfund.or.kr) 접수도 가능하다.

일괄매입에 의한 채무조정은 7월 이후 국민행복기금이 대상 채무자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 신청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국민행복기금에서 금융회사와 대부업체에서 연체채권을 매입한 후 채무자에게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통지를 실시한다. 이때 채무자가 동의의사를 밝히면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안 갚았지”

이러한 국민행복기금이 가접수를 시작한 뒤 가장 먼저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점은 적용대상의 형평성 논란이다. 행복기금 대상자 못지않게 힘든 상황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대비해 기준을 완화했다고 밝힌 바꿔드림론(고금리 대출(20% 이상)을 저금리 대출(10% 내외)로 전환해 주는 정책)의 경우 정작 완화가 꼭 필요한 연체 요건에서 오히려 강화된 조건으로 불만을 자아냈다.

신청자가 늘어 자칫 기금이 부족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연체 자격요건을 기존 ‘최근 3개월 이내 30일 이상 연체 혹은 10일 미만 연체 4회 이하’에서 ‘6개월 이상 성실히 상환한 경우’로 강화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준을 완화한 것이 맞긴 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국민행복기금과 바꿔드림론 적용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고 밝힌 박모(42)씨는 “성실하게 살아보겠다고 돈이 되는 달마다 조금씩 갚아왔다. 그런데 국민행복기금은 연체를 6개월 해야 적용해주고 바꿔드림론은 6개월 동안 연체가 한 번도 없어야 된다고 한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갚지 않고 연체시키면서 밥이나 한 끼 더 사먹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지금쯤 국민행복기금으로 빚 반은 갚지 않았겠냐”고 토로했다. 

또 기금신청 접수처에서 만난 한 채무자는 “빚 연체가 6개월이 되지 않아 신청할 수 없었다”며 “그리고 난 1억5000만 원 정도 빚을 갖고 있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보다 많은 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동일한 이유로 이전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채무액 상한을 설정해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행복기금 접수처의 한 상담원은 “물론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정해진 법을 위반하게 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국민행복기금

국민행복기금이 화제가 된 만큼 이를 악용하려는 개인과 단체들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대부업체들이 국민행복기금을 빌미로 고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고금리 상품을 사용하다 바꿔드림론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처럼 말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또 바꿔드림론을 빌미로 불법 중개수수료를 가로채거나 전환을 위해 신용등급을 조정해야 한다고 속여 대출을 더 받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국민행복기금이 오히려 장기 채무자를 양산하고 있어 개인들도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미 채권추심업계에서는 현재 국민행복기금으로 갈아타기 위한 방법을 문의 하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행복기금으로 갈아탈 경우 빚 탕감률이 더 높게 적용되지 않도록 방침을 정해 실무기관에 통보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아울러 정부는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 및 피해구제 작업에 나섰다.

또 이를 바라본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금융위원회나 기금본부에서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조만간 확실한 방지 대책이 내려올 것”이라며 “괜한 사탕발림에 넘어갔다가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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