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최근 보편적 복지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각종 관련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최일선 현장을 누비며 복지정책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간혹 뉴스에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좋지 못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는 투철한 소명의식과 봉사정신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으며 갈등 상황에 놓인 아동·청소년·노인·가족·장애인 등을 위해 문제를 진단하고 평가해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정작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복지가 확대되면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이들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한상희 목감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를 만나 사회복지사의 애환과 따뜻한 에피소드들에 대해 들어봤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이런 일상을 마주하면서 ‘피곤함’을 느끼기에 앞서 ‘타인의 힐링’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일요서울]이 만난 한상희 사회복지사도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이 일을 택한 사회복지사들이 많다”며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뛰어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고 전했다.
서툰 행동 속 ‘뜨거운 진심’
한 복지사는 자신이 사회복지사로서 첫 발걸음을 뗐을 때 만난 아이와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게 된 아이에게 미숙하게 대처할까봐 겁도 많이 났고 그만큼 마음은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복지사가 된 사회초년병 한 사회복지사와 중학교 1학년 아이의 만남은 처음에는 서먹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한 복지사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것 같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허둥댔다. 하지만 한 복지사의 서툰 행동 속에는 ‘뜨거운 진심’이 있었다.
아이는 한부모 가정이었다. 아버지의 잦은 폭력 때문에 방황을 하다 복지관과 인연을 갖게 됐다. 한 복지사는 “이 아이는 가정 문제로 시작된 복합적인 갈등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방황하다 약물에도 빠져있는 상태였다.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개입해 해소시켜줘야 하는데 미숙하게 대처할까봐 많이 염려스러웠다”고 당시의 마음을 전했다.
아이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년간 한 복지사가 아이가 더 이상 어긋난 길로 가지 않도록 돌봤다.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기도 했을 정도. 결국 가정문제는 해결할 길이 요원해 아이는 청소년 쉼터로 보내게 됐다.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한 복지사에게 연락을 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아이는 한 복지사를 마치 엄마처럼 따랐다.
한 복지사는 “아이에게 엄마가 없어서 나에게 엄마와 같은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의뢰가 되어 복지관에 오거나 복지관과 연이 닿아 있는 아이들은 복지관을 통해 여러 지원을 받고 정서적 부분도 채울 수 있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사실상 이런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다는 점이 현장을 뛰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한 복지사가 사회복지사의 길로 뛰어 들게 된 것도 가정 분위기 영향도 컸다. 부모님이 복지관 등에 후원도 하고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이었던 것.
한 복지사의 부모님이 엄마와 자녀가 집을 구하기 전까지 공동생활을 하는 ‘모자원’이라는 곳에 봉사활동을 하다 한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 초등학생이었던 여자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한 복지사를 ‘언니’라고 부르며 마치 친언니처럼 따랐다. 두 사람은 마치 자매처럼 살갑게 지냈다. 다시 아이가 시설로 돌아간 뒤에도 시설로 직접 찾아가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봉사가 ‘생활’이나 다름없었던 가정환경이 자연스럽게 한 복지사를 사회복지사의 길로 인도했다.
한 복지사는 “사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책 없이 이 직업을 선택했다. 다행히도 현장에 와서 일을 하다보니 보람도 있고 일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따뜻한 도움 필요
한 복지사는 최근 뉴스에서 전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좋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최근 여러 차례 보도됐다. 한 복지사는 “유럽같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환경이 많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복지사가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일이 연이어 벌어지니 마음이 아프다. 현장을 다니면서 과로로 돌연사한 사회복지사들에 관한 이야기도 몇 차례 들었다. 사회복지사들이 업무가 과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야근 근무도 잦고 주말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침은 아니지만 권고기준안을 보면 사회복지관 면적에 따라 규모가 나눠진다. 우리 복지관의 경우 최소한의 인력기준이 18명 정도다. 그럼에도 11명 밖에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 때문이다. 지자체가 지원해줘야만 가능한 것이다. 높은 재정자립도가 있는 시군구는 감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는 점이 문제다. 필수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업무는 정해져 있는 반면 필요한 인원은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 위기 상황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사회복지사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모드가 필요한 직업으로 사회복지사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이용자 분들을 올바르고 따뜻하게 돌볼 수 있다. 처우를 개선하는 방법 등으로 복지행정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는 사회복지사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 뒤에 있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탄탄하게 받쳐줘야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사회복지사-후원자-자원봉사자가 하모니를 낼 때 좀 더 질 높은 봉사가 이뤄질 수 있는 것. 한 복지사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열정을 가진 사회복지사와 후원자·자원봉사자 분들의 따뜻한 도움이 지역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좀 더 주변에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질 높은 봉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