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경기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증권업계가 어닝쇼크(earning shock)에 허덕이고 있는 요즘 유일하게 웃음 짓는 종목이 있다. 바로 싸이 테마주다. 신곡 ‘젠틀맨’의 인기에 힘입어 YG 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물론 싸이 가족주인 디아이(회장 박원호)와 자회사 디아이디까지 영향을 받았다. 이와 함께 싸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기업은 물론 뮤직비디오 출연 수혜 기업까지 모두 상승세를 보이며 증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싸이효과’가 기업의 실적과는 무관한 지나친 거품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싸이 신드롬에 주식시장 ‘들썩들썩’
강남스타일 신화 이을까…관심 ‘집중’
국제가수로 거듭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신곡 ‘젠틀맨’을 발표하자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에 버금가는 인기다.
‘젠틀맨’은 지난 12일 오전 0시 119개국 동시 음원 공개 이후 국내 음원 차트를 모조리 휩쓸었다. 음원 발표 직후 국내 유명 음원 사이트인 멜론, 벅스, 엠넷, 네이버뮤직, 올레뮤직 등의 음원 순위 1위는 모두 싸이의 ‘젠틀맨’이 차지할 만큼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이는 앞서 ‘강남스타일’의 파장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싸이는 지난해 7월 내놓은 여섯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가수로서는 원더걸스 이후 두 번째 진입으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그는 음반 발표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 2억7000만 건을 넘겼고, 52일 만에 1억뷰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계기로 포브스 선정 2012년 한국 파워 셀리브리티 1위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노래 한 곡으로 무려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한국 가수가 하기 힘든 업적을 훌륭히 이뤄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당시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음원 제공업체인 소리바다와 로엔의 주가는 용솟음쳤다. 뿐만 아니라 싸이의 아버지인 박원호씨가 운영하는 반도체 검사장비 관련 기업 디아이와 자회사 디아이디까지 주가가 급등하는 등 다양한 수혜주가 쏟아져 내렸다. 이들은 모두 싸이 테마주로 엮이며 승승장구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YG의 경우 2배 이상의 상승폭을 보였으며 디아이의 경우 무려 80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디아이는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폭등 한 까닭에 매매거래정지는 물론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당하기도 했다.
고공행진 중인 ‘젠틀맨’
이 같은 상황이 신곡 ‘젠틀맨’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싸이 테마주로 연관된 디아이, 디아이디와 빌보드 주로 알려진 이스타코까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종목들은 싸이의 신곡이 준비되는 시점부터 엄청난 속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2일 음원 발표에는 다소 미적지근했던 반면 뮤직비디오가 발표 4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YG의 경우 ‘젠틀맨’의 신곡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전일대비 3600원 오른 7만4900원을 기록했으며, 발표 후인 지난 15일에는 1만100원 오른 8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싸이 수혜주인 디아이와 디아이디 역시 지난 16일 각각 1700원과 1150원이 오르며 1만3300원과 8840원을 기록했다. 이스타코 역시 같은 날 2090원으로 4월 한 달간 최고가를 경신했다.
테마주를 급등시킬 만큼 국제가수 싸이의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이에 너도나도 싸이의 인기를 등에 업기 위해 노력했다.
농심의 경우 광고모델 싸이를 이용해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 블랙’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하이트진로 역시 맥주브랜드 ‘드라이피니시d’의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3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를 후원하기도 했다. NHN 모바일메신저 ‘라인’ 역시 싸이 컴백 기념으로 2000원 짜리 라인전용 싸이 스티커를 3일간 무료로 배포했으며,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도 YG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게임 ‘윈드러너’에 싸이 캐릭터를 업데이트했다. CJ 역시 ‘비비고’의 해외 홍보를 위해 싸이의 월드투어 전속 셰프를 모집하고 있다.
‘싸이 효과’로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싸이를 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이다. 그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복사용지 ‘더블에이’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드라이피니시d’를 등장시켰다. 뮤직비디오를 처음 접한 이들은 PPL로 추정되는 제품 노출에 눈살이 찌푸려졌을 수도 있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절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
싸이는 자신이 CF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두 업체의 제품을 자신의 인기에 ‘무임승차’ 시켰다. 정식 협찬이 아닌 싸이의 의리에 의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것이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100억 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실 이 수치는 의미가 없다. 싸이의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싸이 효과로 인한 수혜 금액은 추산 불가능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도 가인이 먹었던 어묵과 싸이가 목에 걸었던 가래떡,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악기로 인해 한성기업과 롯데삼강, 삼익악기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들은 적게는 0.5%에서 많게는 1.6%까지 상승했다.
앞서 ‘강남스타일’에 출연한 유재석과 노홍철이 세계적 인기는 물론 뉴욕 타임스퀘어 행사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음 작품에는 자신들도 꼭 출연하게 해 달라”고 매달린 일화는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됐다. 또 싸이의 상대 여배우로 낙점된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이 예뻐 보이기 위해 1일 1식으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후문도 유명하다. 이처럼 싸이 효과는 날로 대단했다.
신드롬에 감춰진 ‘거품’
하지만 이 같은 인기는 지난 16일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의 컴백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10년 만에 새 앨범을 낸 조용필의 ‘바운스’가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은 물론, 공개 다음 날인 지난 17일에는 ‘젠틀맨’을 누르고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자 싸이 테마주의 주가는 급락했다.
실제 디아이는 지난 19일 전날대비 1350원 떨어진 1만2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계속해서 주가가 급락하더니 결국 지난 25일에는 1만1150원까지 떨어졌다. 디아이디 역시 최고가였던 지난 16일 8840원에 비교해 지난 25일 725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싸이 테마주가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급등락의 폭이 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아이의 경우 싸이가 주식을 단 한 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지난해 영업이익은 3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슈몰이가 끝날 경우 원래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매우 크다”며 “단발적 이슈가 끝나면 테마주의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테마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위험요소가 있는 만큼 주의 깊게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의 이슈종목분석 연구원은 “언론의 홍보로 인한 까닭인지 ‘강남스타일’과 비교해 빠른 시간 내에 급성장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테마주의 급등락에 대한 면역력 탓인지 초두효과보다는 덜한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장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강남스타일’ 때와는 달리 지금은 다소 차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상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기업의 실적으로 반영이 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싸이 테마주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현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이라며 “이슈에 반짝하는 단기적인 속성이 아닌 장기적인 부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관계자 역시 “싸이의 음악 스타일이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식 종목은 거품이 아닌 실질적으로 가치를 가지는 종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