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정부는 다음해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4대강 사업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 다른 민생 예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즉 한국수자원공사로 하여금 8조 원을 4대강 사업에 선투자케 해 들끓는 여론을 피해가려 했다.
수자원공사는 국가 공기업이므로 부실화 되면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지게 된다. 그래도 그런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이미 부채까지 지면서 2조2500억 원을 들여 경인운하 사업을 떠맡은 상태여서 다시 4대강에 8조 원을 투입할 형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원활한 상수원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수자원공사의 기능상 4대강 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것은 법률검토 결과 하천법 및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법률검토는 국토부가 수자원공사에게 시킨 것을 수공은 자체 법률고문과 몇 개 법무법인으로 하여금 검토를 받아 낸 것이다. 법률 위반이라는 검토결과를 수공이 국토부에 보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수공에게 투자하여 직접 사업에 참여케 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국정감사시 국토부장관에게 따져 사과를 받아 낸 일도 있다.
자본 10조 원 수공 8조 원 투자 상식밖
그러나 잘못된 줄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수자원공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향후 공사의 부실을 초래하게 되는 사업에 마지못해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수자원공사에서는 ‘공사법에 따라 이수목적의 하천공사 및 관리권한을 부여받은 수공은 종합하천관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수공의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법에서 보면 4대강사업 중 홍수조절을 위한 치수사업 같은 이수목적이 아닌 하천사업은, 생활용수 등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공사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은 정부사업으로 해야 하며, 수공에서 해야 할 경우에도 자체사업이 아닌 대행사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는 이같은 의견을 묵살하고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8조 원을 투자하여 직접 수행케 한 것은 당시 막대한 4대강 예산을 겉보기라도 좀 줄여보자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수공의 입장에서는 이사업은 수공의 중장기 전략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법적,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키로 한 수공경영진은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자본 10조 원에 연간 매출 2조원 규모의 수공이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 밖의 일이다. 수입이 없는 4대강 사업을, 사업수입을 전제로 설립된 공기업이 맡는다는 것은 부당하다.
국정감사 등에서 계속 문제로 제기되자 이번에도 궁여지책으로 묘안이 나왔다. 즉 2009년 9월 25일 국가정책 조정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수공참여방안’이 의결되었는데 그 내용은 요컨대 투자비는 원칙적으로 주변지역 개발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회수하되 부족한 부분과 금융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다. 최소한 정부와 수공간에 투자비 회수 보전을 위한 협약서 쯤은 체결했어야 했다. 또 투자비 회수를 위한 4대강 주변의 난개발이 이루어 진다면 이는 4대강사업 못지 않은 문제다.
그렇지만 수질오염 총량제가 실시되고 있고, 개발여건도 좋지 않아 결국 수자원공사의 부실은 국민의 부담으로 갈 공산이 크게 되었다. 4대강사업은 하지 말았어야 할 대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미 완성되었고 거대한 인공위성 같은 보의 모습은 하늘 높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강가엔 자전거가 달리고 있다. 하천복원에 관한 개념부터가 세계의 추세와 다르고 사업목적과도 거리가 먼 것이지만 이미 공사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도 몇가지 의문은 남아 있고 앞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제 그 후속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준비 안된 사업 처음부터 실패확률 높아
첫째, 졸속으로 추진했던 사유 및 그로 인한 문제가 밝혀져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10년 정도 걸릴 이같은 대형 국책사업의 마스터플랜이 단 6개월 만에 만들어 진 경위. 준비 안된 사업으로서 실패확률이 처음부터 높았다. 편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받고, 환경영향평가도 무시했다. 수리모형실험도 안했고, 문화재 지표조사도 수중조사를 안했고 지상조사도 한달 만에 1482건을 끝내고 형식에 그쳤다. 헌법과 국가재정법, 환경정책기본법, 문화재보호법, 하천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의 위반여부를 밝혀야 한다.
둘째, 설계 및 계약과정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과다설계, 턴키베이스 계약의 문제, 입찰과정에서의 담합, 비리, 외부개입 등. 특히 턴키베이스가 통상 30%정도 과다 설계된다는 점, 대기업특혜수단인 점등에 비추어 철저히 파헤쳐져야 한다. 셋째, 사업규모가 늘어난 이유와 경위가 석연치 않다. 보가 당초 4개에서 20개로 늘어나고, 준설도 2.2억 톤에서 5.7억 톤으로 대폭 늘어난 경위와 이로 인한 예산낭비를 초래한 경위가 규명돼야 한다.
넷째, 사업의 80%가 낙동강에 치중된 사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홍수는 4대강 본류 보다 지류 특히 상류에서 발생하고, 물확보는 보와 준설 아닌 방법이 바람직한데 굳이 강바닥을 깊이 파야했던 이유가 석연치 않다. 사업이 낙동강에 치중된 것은 결국 홍수, 물부족 대비 보다는 구간운하 운행에 의한 관광산업이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다섯째, 보상과정도 너무 졸속이고 형식적이었다. 토지보상 조사를 위해 1개조 2-3명씩 60개 조가 35일간 4대강 전역을 조사했는데 1개조당 60만 평을 한달 안에 마치는 것이 가능한가.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졌는가, 이로 인한 부실, 예산낭비도 밝혀야 한다.
여섯째, 시공과정을 철저히 파 헤쳐야 한다. 보의 부실시공 여부, 수중공사 확인, 시공사의 준설토 처리과정, 부실준설여부, 준공검사의 과정 및 확인내용 등. 특히 수중공사의 부실시공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에 의한 확인이 필요하다. 2008년 말 현재 217대의 국내 준설선과 사리채취기를 다 동원해도 기간 내 준설이 불가능 했던 점을 감안할 때 준설과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준설토의 오염여부에 따라 처리방법이 다른데 특히 오염된 준설토 처리를 시공업자가 톤당 2만6000원씩 주고 제대로 처리했는지. 이들 모든 과정이 준공시 철저히 확인되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일곱째, 지자체 연계사업도 조사해야 한다. 사업의 적정성 여부, 설계 및 시공상의 문제, 중복투자에 의한 예산낭비여부, 준설토 처리과정 등 전반적으로 부실의 우려가 있던 시공과정을 조사해야 한다. 여덟째, 물확보에 따른 중복투자를 가려내야 한다. 물 부족량의 엉터리 산출과 이에 따른 혈세낭비를 밝혀야 한다. 2009년 현재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도 취수장 이용률이 50% 미만이며 취수장 시설용량 과다로 절반 밖에 가동하지 못하는 데도 4대강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했는지. 아울러 투자의 지역적 불균형도 따져야 한다.
아홉째, 수자원공사의 8조원 투자에 대한 경위, 문제, 법적인 책임, 향후 대책등도 따져야한다. 수변구역개발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사업도 따져야 한다. 톤당 원수가격이 213원인데 이는 원가의 83% 수준이다. 수공의 입장에서는 부실로 인한 적자를 채우기 위한 상수도 원수 요금인상이 논의 될 수도 있다. 열째, 4대강 사업의 경제 및 환경적 효과를 냉철하게 평가해야한다.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는지, 이사업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얼마나 살아났는지, 온난화 방지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 파악하고 장래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계속>
<정리=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