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질주 불법 콜때기 시장
광란의 질주 불법 콜때기 시장
  • 이광수 기자
  • 입력 2013-04-29 10:13
  • 승인 2013.04.29 10:13
  • 호수 991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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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절도·강간 등 2차 범죄 노출
▲ 뉴시스

“우리도 불법인 거 알지만 생계형’ 
업소여성부터 연예인 자주 이용

[일요서울ㅣ이광수 기자]최근 콜때기(불법 자가용 택시)가 강남 일대에서 불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콜때기는 대부분 대포차로 신호위반을 일삼는 것은 물론 마약까지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상태다. 콜때기는 일반인에서부터 유흥업소 종사자, 연예인까지 고객층도 넓고 두터워 이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부 운전자의 경우 강도·절도·강간·뺑소니 등 강력범죄 전과자로 2차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를 사고 있다. [일요서울]은 콜때기 영업만 10여 년 했다는 이 업계 터줏대감으로도 볼 수 있는 ‘콜때기 업자’를 만나 그 이면을 낱낱이 들춰봤다.

현재 강남 일대에만 20여개 업체, 500여대로 추정되는 '콜때기' 차량들이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까지 올라가 질주하는 등 난폭운전을 일삼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강남 일대에서 ‘콜때기’영업만 10여 년 했다는 이모(38)씨를 만나봤다. “‘콜때기’는 20년 전 일반 승용차가 아닌, 택시로 시작됐다. 그 당시 안테나를 여러 대 부착한 택시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서울 남산(기지국)에서 콜을 받아 움직였다. 그러나 이들 일부가 개인적으로 명함을 돌리면서 일을 시작했고 돈벌이가 잘되다 보니 지금의 ‘콜때기’로 변질된 것이다”며 현재 고급승용차로 파생된 것은 10여 년 밖에 안됐다고 덧붙였다. 

마약운반 퀵 오토바이가 수월

콜때기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는 이모씨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니 확대 해석이나 포장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3년 전 일 것이다. 안산에서 콜때기를 하는 업자가 여자 친구의 눈을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콜때기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마약사범이 경찰에 붙들려 ‘운반을 어떻게 했느냐’고 취조를 받던 중 ‘콜때기를 이용했다’고 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며 큰 사건이 터질 때만 단속하는 수사당국을 비판했다.

“이 사건으로 우리업계가 마치 ‘사회의 악’처럼 각인 돼 불황이다. 또 마약 운반 같은 경우는 손님이 무엇을 운반하라고 하면 토를 달지 않고 운반하는 것을 악용한 사례이다. 설령 그것이 마약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신고를 했거나, 본인이 마약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빼 돌리지 않았겠나. 그리고 마약운반은 퀵 오토바이가 더 수월하다”며 “지금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든 마약이 밀거래 되고 있을 것이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택시보다 친절하고 개인기사 같은 역할을 해 이용객이 많다는 그는 “언론에서는 콜뛰기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콜때기다. 콜을 대기하는 차량을 비하하는 업계 은어이다. 내가 이 업계에 종사한지도 월드컵 전이니깐 10여년 됐다. 콜때기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며 “10년 전에도 만 원, 지금도 만 원을 받는다. 그 이유는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도 많으니, 경쟁력 차원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 주소 외워 알아서 이동해 편리

콜때기를 찾는 손님 중에는 스포츠 선수, 코미디언, 가수들도 있다는 이씨는 “고객 중 40~50%가 업소여자다. 이들에게는 지각 비라는 것이 있다. 때문에 지각 비를 낼 바에는 빠른 콜때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들리는 코스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기사 같은 우리를 찾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하는 만큼 빨리 가주기도 하고 차량 안에 테블릿PC, 담배, 사탕 등 서비스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간혹 팁도 받는다. 많게는 10만원도 받은 적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빠른 것을 좋아하다 보니 더욱 우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택시 같은 경우에는 주소를 구구절절 설명해야하고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단골이 되면 주소 입력과 더불어 자주 들리는 코스를 외우다보니 번거롭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손님입장에서는 고급 차량이 집 앞에 대기하고 있으니 마치 개인기사를 고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일 것이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차는 대포차가 대부분이다. 대포차라하면 마치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단지 세금을 내지 않은 차량이며 자기명의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강남일대에 CCTV도 많고 하니 신호위반 단속을 벗어나기 위해 많이 이용한다”며 대포차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호위반은 물론 불법유턴도 스스럼없이 한다는 이씨는 “선릉역에서 신사까지 출퇴근시간에도 10~15분에 간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겐 가능하다. 그러니 손님들이 찾는 것이다. 강남 끝에서 끝까지 1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곳을 넘어가면 2만 원이다. 단거리도 만원이며, 불렀다 취소해도 만원이다.

또 마권을 교환해 현찰을 전달하기 까지 한다. 적게는 6000원부터 많을 때는 현찰로 6000만 원도 바꿔 전달한 적도 있다. 그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영업이다. 그밖에 애완동물을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햄버거 심부름까지 해준다”며 손님이 원하는 것은 서비스차원에서 군말하지 않고 해준다고 덧붙였다. 

오전·오후반 나눠 월 평균 수입 300만 원

이 업계는 메인과 오바로 나뉜다. 메인은 명함을 돌려 손님을 유치하는 사람이고, 오바는 메인으로부터 호출을 기다리는 사람을 일컫는 업계 은어이다. 작은 팀은 20명, 큰 팀은 50명으로 구성돼 성행하고 있다. 

“전에는 명함을 파는 사람이 호출이 들어오면 아낌없이 손님을 넘겨줬다. 그러나 ‘징’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메인’과 ‘오바’간에 갈등이 빗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징’이란, 소개를 하는 메인에게 오바들이 건당 1000원씩 지불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형태가 갈취라고 생각해 반대했다. 불법의 불법을 자행하는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팀들이 대다수일 것이다”라며 못내 아쉬워 했다. 

“보통 우리는 월 평균 300만원을 번다. 하루에 많이 벌면 15~18만 원 정도 번다. 일요일 같은 경우에는 업소여성들이 움직이지 않아 돌아가면서 당번을 한다”며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찰에 대대적인 단속에 대해 묻자 이씨는 “물론 불법이긴 하지만 길가는 차에서 여자가 내린다고 무턱대고 덮치고, 겁주고 그러니 인권침해 아닌가. 돈을 주고받는 모습을 포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도 불법인거 알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허나 먹고 살아야하는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놀자’식으로 영업을 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20대들이며, 업소 아가씨를 상대로 하니 재미로 이 업계에 종사하는 것이다”며 업소여성과 연인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이 업계는 단속을 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매춘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단언했다.

지금까지는 ‘콜때기’로 단속되면 불구속 입건에 300만~1000만 원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에 단속 때만 영업이 잠시 위축될 뿐 근절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콜때기 근절을 위해 앞으로 단속된 차량에 대해서는 압수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도 강화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pizacu@ilyoseoul.co.kr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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