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ㆍGS건설…외형 치중 큰 코 다쳐
삼성엔지니어링ㆍGS건설…외형 치중 큰 코 다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4-23 10:44
  • 승인 2013.04.23 10:44
  • 호수 990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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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늪에 빠진 건설업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으로 증권가에 잇단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GS건설의 경우에는 장 마감 후 기습적으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장이 종료된 후 발표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장이 시작될 때나 장중에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건설사 어닝쇼크 도미노의 시작이 우려되는 가운데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전망을 짚어봤다.

굵직한 UAEㆍ미국ㆍ사우디 수주하고도 적자
기업의 배신 증권가, 싸늘한 시선 이어져

GS건설이 지난 10일 발표한 실적은 놀라울 정도로 나빴다. 영업손실 5354억 원, 당기순손실 3860억 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이다. GS건설 측은 원가율 상승으로 4000억 원 이상 손실을 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프로젝트 탓에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예상치보다 훨씬 나쁜 실적에 떨었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발표 다음날 “GS건설의 1분기 실적은 ‘충격’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면서 “2011년까지 ‘효자 현장’으로 불리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년 이상 공사를 진행해왔는데 40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더구나 미리 손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조 연구원은 “분기별로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현재 시가총액에 걸맞는 실적을 시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GS건설에 대한 기초체력과 신뢰 회복 여부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GS건설은 2006~2007년에 급성장한 후 타사 대비 후유증이 늦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뒤를 이은 것은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미 GS건설과 같은 지역에서 수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6일 장 마감 후 공시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손실 2198억 원, 당기순손실 1805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미국 다우케미칼 염소 플랜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플랜트 현장에서만 추가로 3000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다.

이미 GS건설에서 쓴 맛을 본 증권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보다 희망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조동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가가 3개월간 50% 가까이 급락한 것은 올해 실적 부진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꾸준히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당초 악성 현장으로 알려진 사업장 외에 우려할 만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점진적인 실적 개선도 무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크게 악화된 1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부터 개선될 전망”이라며 “부실 사업지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고 기존 사업지의 원가율이 예정대로 반영돼 하반기부터 빠른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양사 모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처럼 분기 적자가 200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면서 “원가율과 관련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며 밸류에이션은 그 다음 문제”라고 평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어닝쇼크가 비단 GS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내수에서 생긴 부진을 메우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고, 단기간에 수주를 늘리기 위해 저가에 경쟁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해외 수주로 인한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측면이 크다”면서 “추가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따져봐야 다음 어닝쇼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 어닝쇼크(Earning shock)란

어닝쇼크는 기업의 실적 발표 시 당초 예상 기대치에 못 미쳐 시장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가리킨다. 통상적으로 애널리스트 추정치의 평균보다 실제 실적이 10% 이상 낮으면 어닝쇼크로 분류된다. 이와 대비되는 어닝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는 기업의 실적이 예상 기대치를 넘어서는 것으로 ‘깜짝 효과’라고도 불린다. 어닝쇼크의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를 크게 하락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어닝서프라이즈의 경우에는 큰 폭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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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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