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모비스 챔피언결정전 4승 우승트로피 거머쥐어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 핵폭탄…흥행성적 뒷걸음질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가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을 거두며 통산 4번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승리를 놓친 SK역시 정규리그에서 44승10패라는 역대 한 시즌 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는 최근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1997년 출범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또 ‘국보센터’ 서장훈(39)을 비롯해 가드 강혁(37), 김성철(37), 은희석(36) 등이 코트와 작별하면서 팬들에게 아쉬움을 더했다.
이처럼 모비스·SK의 2강 체제로 열기가 뜨거웠지만 승부조작 등으로 얼룩진 2012-2013 프로농구를 되짚어 본다.
울산 모비스는 지난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양동근의 맹활약에 힘입어 77-55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비스 정상 탈환
MVP 만장일치 양동근
모비스는 2009-2010시즌 이후 3시즌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전신인 기아 시절(1997시즌)을 포함해 2006-2007시즌, 2009-2010시즌까지 3차례 챔피언자리에 올랐다. 특히 4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오른 것은 2005-2006시즌 서울 삼성에 이어 2번째다.
이번 시즌에서 모비스는 시즌 개막에 앞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새로 영입한 김시래, 문태영 등이 팀에 완벽히 녹아들지 않아 고전하면서 우승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할수록 모비스는 진화를 계속하며 정규리그 막판 13연승을 거뒀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3연승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SK에 4전 전승을 거두며 모두 20연승이라는 무서운 기세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만가지 전술을 가졌다는 의미로 ‘만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개인 통산 3번째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면서 횟수부문에서 신선우 전 감독(현 WKBL 전무), 전창진 부산 KT감독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또 정규리그에서 41승을 보태 역대 최다승 기록을 425승으로 늘려 놨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양동근은 기자단 투표 총 78표 중 만장일치인 78표를 획득해 최우수 선수(MVP)에 뽑혔다. 개인 통산 2번째다.
‘잘해야 6강’ SK 한 시즌 팀 최다승으로 최고의 시즌
반면 모비스의 공세에 밀려 우승트로피를 놓친 SK는 시즌 개막에 앞서 ‘잘해야 6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불안한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 44승 10패라는 역대 한 시즌 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독주를 이어갔다. 한 시즌에 10연승을 두 차례나 이어갔던 SK는 지난 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시즌 44승 기록과 동률을 이루며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프로 2년차 가드 김선형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최다 투표를 기록했고 신인 최부경도 신인왕을 사실상 예약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시즌에서 정식 감독으로 데뷔한 문경은 SK감독은 변형 3-2 지역방어와 1가드-4포워드 전술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놓으며 팀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도 MVP후보로 김선형과 경합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SK는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이밖에 시즌 개막에 앞서 선수 인건비 약 20억 원을 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지원받은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선전했고 또 안양 KGC인삼공사는 오세근 등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최근 하위권을 맴돌던 고양 오리온스는 2006-2007시즌 이후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문 서울 삼성도 6강에 진입하며 체면을 살렸다.
모비스·SK가 2강체제로 재미를 안겨준 반면 국내 4대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승부조작이 없었던 프로농구가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이면서 프로농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29일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유혁)는 승부조작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을 비롯해 브로커 최모(37)씨, 전 프로야구선수 조모(39)씨, 전주 김모(32)씨 등 4명을 입건했고 강 전 감독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한국 농구의 간판스타인 강 전 감독이 구속기소된 것 자체로 팬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또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승부조작이 없는 종목이라는 포로농구의 자부심마저 무너져 버렸다.
여기에 10월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유망주들을 잡기 위해 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경기력이 형편없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부 팀들이 실력 좋은 대학선수들을 잡기위해 정규리그 7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져주기’를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팬들의 실망감은 흥행실적으로 직결됐다. 시즌 초반에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관중이 늘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관중이 줄었고 3월 초 관중집계에서는 지난 시즌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승부조작 파문 이후 구장별로 1000명 안팎의 관중만 입장하는 심각한 감소세를 나타냈고 TV 시청률도 프로배구에 뒤지면서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다.
KBL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승부조작을 막을 대비책을 세우고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변경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위기에 빠진 프로농구를 구해낼 뽀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 프로농구
부활 신호탄 되나
최대위기를 맞은 프로농구에 이번시즌을 끝으로 많은 스타가 코트와 작별 인사를 한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국보 센터’ 서장훈이 지난달 19일 전주 KCC와의 정규리그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그는 농구대잔치 마지막 세대로 15시즌 동안 1만3198득점으로 통산득점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결심한 터라 그의 연봉역시 1억 원으로 삭감됐지만 그는 연봉 1억 원에 사재 1억 원을 더해 장학금을 내놓으며 뜻 깊게 마무리 했다.
가드 강혁도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모교에서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한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두 맏형 김성철과 은희석 역시 지난 7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끝으로 코트와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친 신인급 선수들이 차세대 스타를 예약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떠나간 스타들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돼 세대교체가 프로농구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 프로 2년차인 가드 김선형(25·SK)은 빠르고 화려한 돌파로 선두 SK의 최다 득점 최다 속공을 이끌며 스타자리를 예약했다. 또 최부경(24·SK)도 골밑에서 궂을 일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 같은 역할로 일찌감치 유력 신인왕 후보 물망에 올랐다. 모비스 우승 하루만에 LG로 트레이드된 김시래(24) 역시 시즌이 거듭할수록 빛을 발했다. 시즌 초반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규리그 막판에는 공격력이 살아나고 날카로운 어시스트 능력 등을 발휘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대학농구계를 평정한 경희대 3인방 김종규(22), 김민구(22), 두경민(22)이 다음시즌 신인 드래프트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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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