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피해사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해 판매가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피해자를 위한 구제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관계당국에 대한 불신론도 고개 들고 있다. 또한 사고 이후 정부조사 결과 인체독성이 없다고 밝혀진 제품에서도 사망사례가 발생했음은 물론, CMIT/MIT 성분제품은 안전하다던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달리 환경부에서는 이를 유독물로 지정했던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살균제 성분서 폐손상 가능성 확인
남은 제품 있다면 사용 중지해야
A씨(45)는 2011년 갑작스런 고통으로 새벽에 응급차량을 타야했다. 배가 아팠고 마른 기침이 심했다. 병원에선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도 폐 손상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더 큰 병원을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A씨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PHMG와 PGH 성분에서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한 뒤 제품의 수거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 시키려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이 논란에 대해 온라인이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실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책 모임’에는 100여 건에 달하는 피해사례가 줄을 이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후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례는 물론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가족을 떠나보냈지만 돌이켜보니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었다는 호소까지 다양했다.
한 피해자의 부모는 “만 16개월밖에 안된 아이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스테로이드제까지 복용했다”며 “아이를 위한 마음에 깨끗하게 씻는 것은 물론 가습기살균제까지 사용해 청결유지에 노력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간질성 폐렴에 걸려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면서 “당시 임신 8개월이었는데 강제 출산까지 감행했다”고 회상했다.
피해사례는 비단 어린 아이와 임산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한 40대 남성은 “평소 담배도 피우지 않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폐질환에 걸려 의아했다”면서 “병원에서 역학조사를 했더니 집과 회사에서 꾸준히 사용해온 가습기세정제가 원인이었다는 말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처럼 숱한 피해사례를 남긴 가습기살균제가 판매 중단이라는 해결책으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당시 정부의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CMIT/MIT 성분제품에서도 피해가 발생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정부의 서로 다른 입장
누굴 믿어야 하나…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의 제품별 정밀분석 결과 CMIT/MIT 성분제품에서 사망 등 피해사례가 58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입수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 접수자의 사용제품현황’을 바탕으로 총 322명(357명 중 사용제품 미 확인자 25명 제외)을 분석한 결과다.
그 결과 CMIT/MIT 성분제품에서 사망 18명을 비롯해 총 58명의 피해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성분이 함유된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다 사망한 사례는 총 5명이었으며 다른 제품 역시 PHMG, PGH 성분의 제품과 함께 사용한 후 피해를 입은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동물흡입실험 결과와는 상반된 결과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CMIT/MIT 성분이 함유된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해당 제품에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는 장 의원의 발표 결과에도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단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MIT/MIT는 살균제 성분으로 이미 국제학술저널은 물론 국내학술모임에서도 독성이 확인된 성분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지난해 9월 미국 EPA 자료를 근거로 해당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논란 속 대기업 ‘쏙 빠지기’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측은 정부 조사 결과 문제가 없던 제품이라며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대형마트 PB상품이거나 재벌그룹이 관련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피해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해 이마트 ‘이플러스’, GS리테일의 ‘함박웃음’, 다이소의 ‘산도깨비’ 등이다.
애경 관계자는 “독성이 있는 화학성분을 얼마나 함유하는지가 관건인데 우리 제품은 문제가 될 만한 함유량이 아니었다”면서도 “사실 거론된 제품은 SK케미칼에서 생산하고 우리는 판매만 담당했었다”고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현재 해당 물건은 판매가 되고 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면서 “질병관리본부 측에서 추가적으로 문제를 밝힌다면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창민 환경정책담당자는 “CMIT/MIT 성분제품에서도 사망사례 등 피해가 잇따른 만큼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역시 “지금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 전까지는 연간 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해당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이어 가습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물을 가둬놓는 구조로 제작된 가습기의 특성상 100% 안전할 수는 없다”면서도 “부득이하게 사용을 해야 한다면 박테리아나 미생물 등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물을 자주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밖에도 밤새도록 틀어놓는 것을 지양해야하며 실내 습도가 떨어졌을 경우에는 환기를 시키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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