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토건족을 쏘다- ⑨]경상도에서 물확보 전라도 공급? 코미디
[특별연재:토건족을 쏘다- ⑨]경상도에서 물확보 전라도 공급? 코미디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04-22 10:54
  • 승인 2013.04.22 10:54
  • 호수 99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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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4대강 저격수 김성순 전위원장

4대강 사업을 통해 정부가 추가로 확보할 물이 13억 톤이며, 이중 10억 톤을 낙동강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물 부족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좋으나 너무 부풀렸다. 즉 정부가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2006년 7월에 수립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의 물 수급계획을 보면 2011년에 7.9억 톤, 2016년 9.7억 톤 그리고 2020년에 9.2억 톤의 물 부족이 올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공급시설을 확충하여 인접유역의 남아도는 물을 활용할 경우 2011년 3.4억 톤, 2016년 5억 톤 그리고 2020년에 4.4억 톤의 물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풀리고 편중된 계획
그러니까 2011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두배 이상 부풀려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편중된 물  확보 계획이었다. 예컨대 2016년에 낙동강에서는 1억4000만 톤의 물이 부족하고, 영산강에서는 5억5000만 톤이 부족한데, 확보할 물 13억 톤 중 낙동강에서 10억 톤을 확보하고 영산강과 섬진강에서는 1억 톤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 토론회에서 “경상도에서 확보한 물을 전라도까지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고 물으니, “광역 상수도로 전국에 공급할 것”이라고 코미디 같은 답변을 했다. 답변대로라면 영산강에서 얻어도 될 물을 낙동강에서 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배관사업비를 또 쓰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영산강 오염원의 80%가 광주시에서 발생하므로 특히 광주천, 영암천, 삼포천 유입지점의 정화가 중요하고 생활하수의 고도처리로 충분히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의 물 확보 계획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에 대비한 것인데,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전망한 물 부족량 계산은 1967년 이후 발생한 최대가뭄이 계획 목표연도인 2011, 2016, 2020년에 발생 할 것을 가정한 수량이다.

한국의 가뭄기준인 37년 빈도는 매우 강력하여, 이보다 센 기준을 가진 선진국은 없다. 만일 이보다 가뭄이 더 극심하면 농사를 포기하고 보상, 재해보험 등을 운영하는 것이 다른 나라들의 예이다. 4대강 사업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보와 댐, 하도정비, 농업용저수지 증고 등은 모두 강의 중하류와 도시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미 중하류와 도시지역은 수도시설이 과잉이다. 정수장의 전국 평균가동률이 50.8%에 불과한 것도 바로 이들 지역에 대한 과잉투자 때문이었다.

감사원에 의하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중복투자한 비용손실만도 이미 2005년현재 3조 7000억 원에 이르렀다. 반대로 농어촌지역의 수도시설은 매우 열악하였다. 특히 경북, 전남, 충남의 상수도 보급률이 낮았다.

줄줄 새는 물부터
물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국 평균 14.2%에 달하는 누수율을 7% 이하로 낮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였다. 당시 전국에서 누수율이 40% 이상인 시·군이 17곳이나 됐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누수율이 높은 곳은 전남 25%, 경남 24%, 전북 23.2%, 경북 22.6% 등이었다.

2009년 봄 가뭄이 극심했던 강원도의 경우 18개 시.군 평균 상수도 누수율이 23.2% 였는데, 그 중에서도 화천군 49.7%, 태백시 46%, 고성 41.2%, 정선군 40.4%, 평창 39.4% 였다. 당시 전국 수도관의 20%인 2만8000km의 상수도관이 21년 이상 된 노후관이었다.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물그릇 키우기’보다는 가용수량을 활용하는 방법을 먼저 강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지방도시의 노후 수도관 교체와 아울러, 버려지는 물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는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인 물대책이기도 하다. 예컨대 금호강 유량의 68%와 낙동강 고령지점 본류 유량의 11.5%가 대구지역 하수처리장 방류수이다. 오폐수처리장에 질소와 인을 걸러내는 고도처리 시설을 하면 생활용수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강바닥 준설은 서서히
강바닥 준설은 퇴적토가 많이 쌓인 곳만을 골라서 선택적으로 그것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서서히 해야 한다. 그런데 4대강 마스터플랜에 서 보면 당초 발표안의 2.2억 톤 보다 준설량을 무려 2.6배나 늘린 5.7억 톤으로 잡았다. 이는 남산 11개 반의 양이다. 낙동강에서만 4.4억 톤을 파 내는데 다시 쌓이려면 앞으로 160년이 걸린다. 많은 양의 토사를 한꺼번에 파내면 낙동강은 토사면에서 균형을 잃게된다.

이같은 대규모 준설이 필요한 이유를 정부에서는 ‘낙동강에 흙과 모래가 쌓여 바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런가. 그리고 6개월 사이에 두배 이상이 퇴적되었단 말인가. 당초 계획부터 믿을 수 없는 주먹구구식이다.

감사원이 2007년에 발표한 ‘하천관리 및 하천정비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낙동강본류 대부분의 구간에서 골재채취와 준설공사 등으로 지난 10여년간 하상이 최대 9.4m 낮아지고, 하상골재가 2억 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수심이 낮아져 홍수가 우려된다’고 했지만 이역시 낙동강 본류 대부분의 구간에서 수심이 깊어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논리는 틀린 얘기다. 낙동강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금강하천 기본계획’에서 보면 1988년과 2002년 사이 14년간 금강의 평균 하상고가 2.03m 낮아졌다.

2006년에 발표한 건설교통부의 또 다른 보고서 ‘영산강 유역조사보고서’에서도 영산포 주변지역의 하상고가 1978년과 1998년 사이 20년간 1.3m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왜 딴 소리를 하며 막대한 준설을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전체 물량의 80%에 가까운 4.4억 톤을 파내는데, 이는 부산에서 안동까지 낙동강을 따라 323km 구간에 걸쳐 폭 135m, 깊이 10m로 하천바닥을 파내는 것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파괴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당시 대구환경청에서도 ‘낙동강 전 구간을 연속적으로 준설하는 것은 생태계 교란이 예상되므로 지양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부에서 환경영향 평가시 강바닥 10cm 정도를 분석하여 카드늄이 미량 검출 된 것으로 보고했는데, 3m 이상 파내려가면 오염물질이 용출됨을 몰랐을 리가 없다.

또한 정부주장처럼 홍수대책으로 깊이 파야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당시 박재현교수등 전문가들은 “홍수조절을 위해서는 1억톤 이하의 흙만 파내면 되는데 4.4억 톤의 준설은 치수계획 치고는 과도한 준설”이라고 하며 결국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동간 수심을 6m로 유지할 경우 하천생태의 핵심공간인 모래톱과 여울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모래와 자갈은 골재가 아니라 하천생태계의 일부이다. 강바닥과 모래, 자갈층은 물을 정화하고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라인강 콘크리트 제방 뜯어내 복원
나는 이대통령이 가 보았다던 도나우강 현장에 가서 관련국 14개 나라가 힘을 합쳐 복원작업을 하고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준설된 강중심을 작은 자갈로 수없이 메꾸고 있었고, 강 양안의 석축을 아예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 중심에 바지선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파도로부터 작은 물고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변을 따라 일자로 좁은 인공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았다.

라인강도 되살리기 위해 콘크리트 제방을 뜯어내고 강을 자연상태로 복원중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인공구조물을 뜯어내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고 있는 것은 ‘인간을 위한 자연보전’이 아닌 ‘인간과 하나인 자연’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4대강의 생태가 당장 망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과다한 준설과 보로 인한 물의 정체는 앞으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

4대강마스터플랜엔 준설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초안에는 ‘준설 작업시 취수원 보호대책’, ‘순환준설 등 영향저감을 위한 공사관리 방법‘, ’오염퇴적물 준설기준 마련 및 처리기법 조사’ 등의 항목이 있었으나 최종마스터플랜에서는 삭제되어, 준설토 적치 위치, 처리, 관리에 대한 계획도 없이 마구잡이로 시공했다. 하천생태의 파괴가 빨리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계속>

<정리=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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