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밀항 ‘옛말’ 이젠 비행기 탄다?
선박밀항 ‘옛말’ 이젠 비행기 탄다?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4-22 10:51
  • 승인 2013.04.22 10:51
  • 호수 990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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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보안 허술’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항공 밀입국’이 실제로 일어나 아시아나항공(대표 윤영두)의 보안 허술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중국인 여성 3명이 아시아나 보잉 747-400의 벙커를 이용해 미국으로 밀입국 하려던 중 LA공항 보안요원에 의해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 도쿄 나리타공항 등을 거쳐 지난달 29일 미국 LA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이 이동한 구간의 비행시간은 총 18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3개 공항에서 약 5시간가량을 머물렀다니 무려 20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에 숨어있던 셈이다.

승무원 휴게실로 이용되는 비행기 내 벙커는 통상 2층에 위치해 있어 승객들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같은 특성에 외국에서 검거된 범죄자들을 국내로 송환할 때 이용하기도 하는데, 한 예로 BBK 사건의 김경준씨가 벙커를 이용해 국내로 입국하기도 했다.

이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 브로커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내부 직원이 비밀 공간인 벙커의 열쇠 위치 혹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이들이 숨을 수 있게 도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항공기의 구조와 스케줄 등을 모두 꾀고 있었던 점이 추측에 힘을 실었다.

더욱이 해외에서도 이들처럼 비행기 기내에 몸을 숨긴 채 밀항하려는 시도가 종종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될 공산이 크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된다.

실제 지난 8일에는 카메룬 야운데에서 출발한 프랑스 파리행 항공기의 랜딩기어(착륙장치)에서 아프리카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프랑스 밀입국을 꿈꾸며 몰래 숨어든 남성은 결국 프랑스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얼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해 9월에는 런던 히스로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탑승객 명단에 없는 모잠비크인 남성이 떨어져 죽었으며, 같은해 10월에는 중국 남성이 중화항공 여객기 내 승무원 휴게실 천장에 16시간 동안 숨어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정확한 사항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일축했다. 또한 해당 노선의 중단 소식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취항 노선 중단 등의 이야기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과 9일 사건발생 항공기 및 승무원 휴게실이 설치된 국적사 항공기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했다. 또 승무원 휴게실의 보안점검을 매 운항 전후로 실시토록 하였으며, 기내 휴게실 출입문 시건 의무화 및 보안스티커 등을 개선토록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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