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피 빨아 오너일가 배 불렸나
점주들 피 빨아 오너일가 배 불렸나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4-22 10:50
  • 승인 2013.04.22 10:50
  • 호수 990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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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 편의점 ‘현대판 노예계약’ 논란

▲ <사진자료 = 뉴시스>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편의점 불공정 계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올해에만 3명의 편의점 주가 자살을 선택해 그 내면에 대한 의구심마저 증폭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CU편의점은 전년대비 크게 감소한 영업이익에 반해 오너일가의 배당금이 오히려 증가해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CU는 보광그룹(회장 홍석규) 자회사인 BGF리테일(회장 홍석조)로 알려진 만큼 이들의 골목 상권 확장이 최근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우월적 지위로 불공정 거래 지속
점주들 이익 줄지만 본사는 성장세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편의점 점주 윤모(43)씨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앞서 경남 거제에서 CU를 운영하던 임모(32)씨와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점주 김모(43)씨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연이은 편의점 주들의 자살로 인해 불공정 거래의 온상인 24시 편의점 계약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CU점주모임과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등은 지난 18일 ‘전국편의점주가맹점사업제단체협의회’를 출범하고 대기업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행위 및 불합리한 계약에 대해 공표했다.

이날 강중호 CU점주모임 회장은 “본사는 매년 더 많은 이익으로 성장세를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은 매년 영업이익이 줄고 손해만 늘어가는 추세”라며 “본사가 불공정한 관행을 고치고 점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선방법을 찾아가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규탄했다.

점주들 생활고 시달릴 때… 회장은?  

편의점 점주들이 목소리를 높인 까닭은 본사의 불공정 계약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조항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왔던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점주들의 생활고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위 5개 브랜드(CU·GS25·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미니스톱)의 가맹점 총 수는 2008년 1만1450개에서 2011년 2만 393개로 2배가량 증가한 반면 가맹점 평균 연매출은 같은 기간 5억3332만 원에서 4억8276만 원으로 10%포인트 가량 급감했다. 한국편의점협회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이하인 매출 부진 매장이 2004년 13%에서 2011년 25.8%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CU의 경우 2011년 기준 서울지역에서 영업권 250m내 동일 브랜드 점포가 중복 출점한 비율은 44.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거리에 따라 매출이 최대 18%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그 문제가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CU의 가맹본부 매출은 2008년 1조7540억 원에서 2011년 2조8571억 원으로 62.9%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점포당 평균 매출은 5억4389만 원에서 5억899억 원으로 6.4%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홍석조 회장의 주당배당금은 75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BGF리테일 지분 32%를 보유한 홍 회장의 배당금은 12억 원 대에서 43억 원 대까지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홍 회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억 원의 배당금을 더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점주들을 뒤로한 채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행위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 계약 내면에는 편의점 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GS25시는 대기업인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다. CU의 경우 보광그룹의 자회사인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삼성과도 연결고리가 깊다. 흔히 재벌그룹 혹은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장한 탓에 애꿎은 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논란에 CU는 지난 2일 가맹 계약 절차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본사가 직접 계약과정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CU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점주들의 활동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본사 차원에서는 점주와 소통하고 있는 창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이슈화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대응 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편의점 주 자살 사건에 관련해서는 “본사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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