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의 탄수화물 총섭취량이 신체활동량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농사짓고 먼 길 걸어 다녔던 옛 어른들의 신체활동량이이라면 매 끼니 밥 한 공기씩 먹는 것이 맞지만 자동차로 이동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 옛날 어른들 신체활동량의 반에 반도 안되는 우리 신인류들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물론 설탕,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의 섭취를 우선 줄여야 하고 흰 밀가루 같은 정제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하는 일이 없어졌고 힘든 육체노동이나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밥양도 지금보다 줄이는 것이 맞다.
아무리 좋은 탄수화물이라도 무조건 많이 먹는 건 문제가 있다. 탄수화물은 지방과 달리 우리 몸 안에 한 없이 비축되지 않는다. 들어오는 대로 바로바로 쓰이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많이 하거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는 사람이 통밀빵에 고구마 같은 좋은 탄수화물만 먹는다고 해서 비만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몸은 왜 탄수화물을 원하는 것일까. 탄수화물은 에너지원이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뇌다. 뇌의 부피는 전체 몸의 3%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뇌에서 에너지를 원하면 단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몸에 들어가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된다. 현미밥을 반찬과 먹을 때에는 혈당이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인슐린이 힘들이지 않고 혈당을 조절한다. 하지만 설탕이 들어간 청량음료나 빵을 먹을 때에는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기에 많은 양의 인슐린이 빠르게 분비돼야 한다.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단순당이나 정제탄수화물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해 쉽게 지치게 만든다.
과도한 자극이 반복되면 인슐린 호르몬은 과로로 인해 작동능력이 떨어지면서 이를 보상하기 위해 분비량이 더 늘어난다. 마치 농장에 일꾼을 하루에 10명 쓰다가 일꾼들이 지쳐 일을 제대로 못하니 20명, 30명...이렇게 숫자를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세포들이 인슐린 반응에 둔감해지면서 인슐린은 분비량을 자꾸 늘어나게 하고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은 더욱더 지치게 된다. 인슐린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우리 몸에서 ‘분해 모드’가 아닌 ‘합성 모드’로 대사가 진행된다. 결국 인슐린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방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복부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쌓이면서 복부비만과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고 이는 당뇨병과 심장병으로 연결된다.
그뿐 아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나면 핏속 지방성분인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동맥경화 예방효과가 있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해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우리 몸은 뇌가 포도당을 이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간에 포도당을 줄줄이 사탕처럼 엮은 글리코겐 형태로 비축하고 있다가 조금씩 내보내면서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뇌가 하루에 사용하는 포도당의 양은 약 120g 정도 된다. 이 중 3/1정도는 재활용해서 쓰고 80g 정도를 음식을 통해 얻는다. 따라서 최소한 하루 100g 정도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밥 한 공기에 탄수화물 함량이 약 70g 이니까 밥 한 공기 반이면 필요한 탄수화물을 다 얻을 수 있다.
군것질로 단순당 섭취를 피하더라도 밥 량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신체활동량이 많다면 신체활동량에 비례해서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을 가진 환자가 아니라면 빠른 체중감량을 위한다면 탄수화물을 하루 50g 수준으로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2~4주 정도 시행해도 건강상 아무런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 식품 구성탑을 보면 가장 아래에 곡류와 전분류가 자리 잡고 있다. 쌀밥을 먹든 잡곡밥을 먹든 혈당은 상승한다. 떡, 빵, 옥수수, 감자와 같이 탄수화물 식품만 섭취한다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인슐린 분비를 강하게 자극할 것이다. 흰 쌀밥은 현미나 잡곡밥에 비해 혈당을 빠르게 올리지만 나물반찬이나 생선, 계란, 두부와 같은 반찬과 함께 먹게 되므로 빵이나 면 종류를 먹는 경우보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딜 것이고 따라서 인슐린을 자극하는 정도도 적다.
건강을 위해 현미나 잡곡밥을 먹더라도 탄수화물의 총섭취량은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 지금 우리들은 단백질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많다. 따라서 굳이 곡류를 통해 단백질을 얻어야 할 필요가 없다. 바로바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탄수화물 섭취는 지금보다 줄이고 대신 내 몸을 구성하는 구성성분인 단백질은 구석기 원시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챙겨 먹어줘야 한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빨리 가져올 뿐 아니라 인슐린저항성을 좋게 해준다. 이미 비만 해져있는 상태라면 하루 빨리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더 늘리도록 하자.
정리=배지혜 기자 wisdom0507@ilyoseoul.co.kr
배지혜 기자 wisdom05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