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회장과 극비회동 이튿날 검찰내사 터져
김정길 회장과 극비회동 이튿날 검찰내사 터져
  • 정소현 
  • 입력 2005-02-23 09:00
  • 승인 2005.02.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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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1 기획사정인가

검찰 수사는 우선 민감한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내사를 한 것으로 선거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내사를 벌였다면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굳이 이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를 제기해야 했느냐는 것은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특히 이 회장의 상대인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장은 노무현 정권을 탄생케 한 공신이자 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 김 회장과 노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 관계를 감안하면 검찰의 행보는 ‘이 회장 흔들기를 통해 김 회장을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을 소지가 없지 않다.

의문2 건축인허가 과정에 개입했나

지난 2000년 8월 이 회장이 성남시 대장동에서 전원주택 개발을 추진 중이던 K사를 통해 개발지역 내 토지를 당시 시세의 약 3분의1 가격인 1억8,800만원에 구입하고 나머지 시가 차액인 3억4,000만원을 K사측이 대납한 사실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특히 지난 2001년 7월 이 땅이 이 회장의 아들과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의 인척 공동 명의로 등기된 점 등 관련 정황들은 이 회장이 토지개발과 관련해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구나 K사의 땅에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다가 이 회장이 택지를 매입한 지 20여일 만에 건축허가가 난 점, 이 회장 아들과 함께 해당 토지의 공동소유자로 등기된 두 아무개씨가 김병량 전성남시장의 친인척인 점 등은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의문3 왜 등기를 1년이나 미뤘나

이연택 회장이 문제의 토지에 대한 등기권리증을 최만립 고문으로부터 전달 받은 시기는 2001년 8월. 2000년 이 회장이 토지대금을 지불한 지 꼭 1년 만이다. 이 회장은 “최 고문과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믿고 맡겼으며, 등기권리증을 언제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 매입 당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시세를 확인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믿음직한 사람과의 관계라 하더라도 소위 ‘땅문서’를, 그것도 일 년 씩이나 받지 못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의혹을 낳는 또다른 배경이다. 특히 등기가 이뤄진 시점은 토지매입 당시보다 시세가 3배 가까이 올랐던 상황. “투기바람으로 땅값이 올랐고, 또 땅 값이 올랐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이 회장은 주장하고 있다.

의문4 경쟁자였던 김정길 후보와 극비회동 후 의혹이 불거진 이유

지난 1월29일, 이연택 현 회장과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장 두 사람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정길 협회장은 이 회장에게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제안을 거절했고, 14일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그 다음날 ‘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한 검찰내사가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중도 사퇴시키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면서도 당시에 김 협회장과의 대화 내용 등에 대해서는 말을 상당히 아꼈다. 이러한 때에 박상하 대한정구협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돌연 포기하고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점은 더욱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선거 캠프까지 차려놓고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해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후보를 사퇴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온 인물. 하지만 지난 17일 박회장은 김정길 협회장과 만난 다음날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해 체육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정치인사 개입해 체육회장 선거전 혼탁
인터뷰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먼저 본인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떤 청탁도, 어떤 영향력도 받은 적이 없다. 그 지역 건축허가는 96년 대법원 판결로 결정났고, 성남시는 98년 시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조건부 건축허가를 냈기 때문에 2000년 8월에 토지를 매입한 내 입장에서 인·허가에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와 3배 정도 시세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마 투기 바람으로 땅값이 올라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 솔직히 땅 값이 올랐는지도 몰랐다.

- 김병량 전성남시장이 이번 일에 개입된 것은 맞는가.▲ 최 회장으로부터 권유를 받은 뒤 김 시장에게 찾아가 땅의 전망에 대해 문의를 했다. 사실 그동안은 김 시장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 솔직한 표현을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 내사 발표 시기를 놓고 정치권 개입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 체육인들의 행사에 일부 정치 인사와 특정지역의 일부 유력인사들이 개입해 선거전이 혼탁해졌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장과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나.▲ 그냥… 잘해보자는 의미였다. 단일후보 등과 같은 얘기도 나왔는데 골자는 “잘 해보자”는 것이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 진위여부를 반드시 밝혀내겠다. 의혹의 요소가 많아 의심받고 있지만, 기억을 더듬어 내 결백을 입증할 증거들을 찾아낼 것이다.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오해나 의혹은 반드시 풀 것이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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